'한민족' 부정한 김정은에 반박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3·1절 기념사 핵심 키워드가 ‘통일’로 가닥이 잡혔다. 역대 대통령들은 3·1절을 맞아 한·일 관계와 대북 메시지를 주로 언급했다. 통일에 방점을 찍은 경우는 흔치 않았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남북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한민족이며 통일은 헌법상 대한민국 대통령의 책무”라며 “올해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선 남북 관계와 통일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통일 메시지를 강조하는 건 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대의 통일 유훈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을 북한 헌법에서 삭제하며 ‘단일 민족론’을 부정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이같은 삭제 지시를 내리며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 낱말을 사용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이 7·4 남북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3대 통일 원칙이다. 북한은 이후 해당 원칙을 헌법에 삽입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헌법까지 뜯어고치며 이를 지우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한민족을 부정하는 건 한반도의 역사와 3·1 독립운동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는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도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통일이 갖는 의미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흡수 통일이 아닌 자유와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도 “우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일의 공개 지지가 정상회의 문서에 명시된 건 캠프 데이비드 회의가 처음이었다. 그 뒤 각국 정상의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기념사에선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 담았던 ‘담대한 구상’이 재차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그 단계에 따라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과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등의 계획을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언제든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으로서 3·1운동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도 재차 강조할 예정이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은 협력의 대상이란 점을 재확인하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공고화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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