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선교회 조완길 목사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의 여러 지역을 기습해서 이스라엘인 1,400여 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을 인질로 잡아 갔다. 가자 지구는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길이 41km, 폭 10km의 지역을 가리킨다. 이곳에 약 23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삼엄한 통제하에 이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는 지난 2년 동안 전쟁 준비를 철저히 한 후에 육해공을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하마스는 이슬람 저항운동(Harakah al-Muqawamah al-Islamiyyah)의 약자인데 그것은 아랍어 세 단어의 첫 자음을 따서 Ha-Maa-s라고 부른다. 하마스는 1987년에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로 출발했다. 무슬림 형제단은 1928년에 이집트에서 하산 알 반나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타락한 이슬람의 기존 사회를 변혁시키는 종교적 투쟁(지하드)에 매진하였다. 무슬림 형제단은 다음과 같은 이념을 가지고 있다. “이슬람은 종교이자 국가이고 삶의 긍극적 목표이자 방법이며 길이다. 그러므로 이슬람 공동체는 초기 이슬람의 가르침을 회복해야 한다. 반드시 칼리프 제도가 복원되어야 한다.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무슬림 형제단은 이슬람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 무슬림 형제단의 사상으로 무장한 하마스는 이스라엘 국가를 지구상에서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투쟁을 하고 있다. 


    이번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접적인 이유로 꼽는 것은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인 것이었다. 종교적이란 이슬람의 제3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정화였다. 구 예루살렘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에 긴장을 보여주고 있는 상징물이다. 이 모스크는 이슬람교의 3대 성지이지만 유대교의 입장에서는 가장 신성한 지역이기도 하다.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사령관 무함마드 알-데이프는 이번 폭력 사태는 이른바 “알-아크사 모스크 뜰 안에서 감히 우리 예언자를 모욕한” 이스라엘인들의 “알-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일상적인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평소에 이곳에서는 무슬림들과 이스라엘 보안군 사이에 충돌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특히 네타야휴 연정이 들어선 후에 대표적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이스라엘 종교적 민족주의자들의 모스크 방문이 늘어나면서 팔레스타인 측의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런던 전략연구소장 마으문 판디(Mamoun fandi, 이집트인)는 '이스라엘과 역내 혼란'이란 글에서 가자의 봉쇄가 이번 전쟁이 일어난 원인이라고 했다. 수년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의 봉쇄를 지속했고 이것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했다. 이런 봉쇄가 가자에서 경제와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주어서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봉쇄를 아랍인들은 부도덕과 권력의 오만으로 보는데 이것이 곧 역내 혼란의 주된 원인이라고 했다. 1967년에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점령한 이후 유대인 정착촌이 계속 증가하여 지난해 기준으로 약 70만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극단주의 성향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상대로 자행한 폭력이 증가하여 한 달에 100여건이 일어난다고 한다. 또한 이스라엘 남부 광야에서 유대인 젊은이들이 마약과 술에 취하여 불상을 경배하고,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 것이 하마스의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마치 무슬림 형제단의 이론가인 사이드 쿠틉이 미국 콜로라도주 그릴리(Greeley)에 있는 대학에 유학을 와서 타락한 미국 사회를 경험한 후 이집트에 돌아가 반미 투쟁을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이란 의미는 미국의 중재로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 협상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재정 위기와 국내 젊은 층의 빠른 인식 변화 등에 직면하여 왕실 수호 전략으로서 파격적 개혁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개혁에 성공하려면 국내 정세의 안정과 이스라엘과의 협력이 필요 했다. 그래서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교를 시도하자,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이슬람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하마스가 자신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서 사활을 건 무력 투쟁을 벌인 것이다. 하마스 입장에서는 상기 양국의 수교가 이뤄지면 자신의 최대 라이벌인 파타흐가 팔레스타인 통치의 정당성과 경제 이익까지 독점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본다. 하마스의 도발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PLO)의 최대 정파인 파타흐(Fatah)와 급진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주도권 경쟁에서 비롯되었다. 


    일부 아랍 무슬림들은 하마스가 출구전략이 있었느냐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입게 될 사상자와 파괴, 그리고 전쟁 이후에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겪게 될 생활고와 청년들의 실직 등 경제 상황의 악화를 우려했다. 그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4일 기준으로 지난달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사람이 9488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적어도 3900명이며, 여성 사망자도 2509명에 달했다. 지금까지 전체 부상자는 어린이 6360명을 포함해 2만4158명이다. 이스라엘 쪽 피해 규모는 사망 1430명, 부상 5600명 정도다. 앞으로 사망자와 부상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전쟁이 속히 종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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