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매년 12월이 되면 가장 기다리는 뉴스가 있다. 바로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에서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하는 내용이다. 일년의 트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마치 한 해 동안 사람들의 흥밋거리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순위가 지난 월요일에 발표되었다. 구글은 해마다 검색어 순위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 순위는 작년 대비 올해의 검색량이 늘어난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 올해는 1월 1일부터 11월 27일까지의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한다. 올해의 검색어에는 케이 팝, 케이 컬처의 파워를 확인하듯이 다수의 한국 문화가 포함됐다.  그 중 레시피 부문에서 케이 푸드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한국의 ‘비빔밥’이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스페인의 에스페토(Espeto), 인도네시아 파페다(Papeda)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비빔밥의 검색량은 9월 첫 주에 전달 대비 8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글을 사용하는 전세계인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비빔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증거이다. 한국내 이용자들의 경우에는 비빔밥의 레시피는 익숙해서 별도로 검색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비빔밥은 순위에 오르지 않았지만, 마늘 장아찌, 굴무침, 무생채, 파김치, 수육 등 한식 메뉴 레시피를 다수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 부문에서는 이른바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린 여자가수 그룹인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가 5위에 올랐다.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던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솔로곡 ‘세븐’은 10위를 차지하며, BTS의 인기를 증명했다. 한국내 케이 팝 노래 순위에는‘퀸카’가 1위에 올랐고,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 여자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순위에서 대다수를 차지했다. 뉴스 부문에서는 ‘이스라엘 전쟁’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직후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위는 지난 6월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관광하기 위해 심해 4000m 아래로 내려갔다가 5명 전원이 사망한 ‘타이탄 잠수정’이 뒤를 이었다. 3위는 지난 2월 4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튀르키예 지진’이었다. 또, 트렌드 검색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은 ‘다마르 햄린’이다. 그는 지난 1월 미프로풋볼(NFL) 경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으나 이후 무사히 복귀했다. 지난 10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매튜 페리는 세상을 떠난 인물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는 1990년대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할을 맡아 사랑받은 인물이다. 구글 지도 검색에서 가장 인기있는 최고 공원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엘공원, 뉴욕의 센츄럴 공원, 영국 런던의 하이드 공원, 스페인 마드리드의 엘 레티로 공원이 순위에 올랐다. 또, 구글 검색창에서 가장 많이 이용했던 카테고리는 번역과 문화 공연과 교육 정보 그리고 쇼핑이 인기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렸다.


     다양한 케이 팝과 케이 콘텐츠들이 공개되어 시청자들을 모바일 화면으로 이끄는 한 해이기도 했다.  케이 팝에서는 특히 여가수와 여자 아이돌의 존재감이 두드러졌으며, 케이 콘텐츠는 새롭고 다양한 소재가 바탕이 된 TV 프로그램이 검색 순위에 올랐다. 한국의 킹더랜드와 더 글로리가 각각 6, 7위를 차지해 지난해 오징어 게임에 이어 꾸준한 케이 콘텐츠의 인기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더 글로리’는 한국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K 스타일의 히어로들이 등장한 ‘무빙’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주목 받은 ‘마스크걸’이 각각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카테고리인 ‘뜻 검색’도 이목을 끌었다. 한국내에서는 다소 낯설었던 ‘잼버리’가 1위를 차지했다. 뉴진스의 노래 제목으로 유명해진 도착예정시간을 나타내는 ‘ETA’와 같은 생각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Ditto’는 각각 2, 3위에 올라 뉴진스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구글은 매년 한 해 동안 사용자들에게 가장 주목받은 검색어 트렌드 순위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사용자들이 입력하는 수십억 건의 검색어에 대한 통계자료로서, 특정기간 동안의 이용자들의 관심사 및 중요 이슈와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주요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구글의 검색어 순위 자료는 익명의 집합된 정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개별 사용자를 식별하지 않고, 국가별 순위는 IP 기준으로 집계되며, 집계시 모바일과 PC 검색량이 합산된다. 그래서 이러한 순위는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의 검색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추정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음식과 아이돌, 글로벌 TV 프로그램 등의 케이 콘텐츠가 구글 검색 순위의 상위에 랭크되었다는 것은, 한해동안 한국이 세계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딱히 구글 자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도 케이 파워를 쉽게 알 수 있다. 킹수퍼와 세이프웨이, 코스코에서는 만두와 김, 햇반, 라면의 소비량이 급증했고,  올해 가장 히트쳤다는 냉동김밥은 동이 났을 정도 였다. 아마존에서는 케이 뷰티가 대박이 났다. ‘코리아’라는 단어가 제품 사진 옆에 적혀있으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만큼 외국인 소비자들에게 메이드 인 코리아는 믿고 사고, 믿고 먹고, 믿고 쓰는 제품이 되었다. 이처럼 올 한해도 ‘케이(K)’의 역량은 대단했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국가의 수는 국제연합의 기준으로 195개로 정도로 추산된다. 남극대륙이나 식민지, 혹은 무인도까지 포함시키는 국제표준화기구의 기준으로 본다면 249개국이 등재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국가들 중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가시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먹거리 분야에서 비빔밥을 가장 궁금해했다는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좋은 것에만 관심을 두었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갑진년에도 한국의 좋은 것만 널리 알리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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