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인사회의 경기는 예상보다 더 나빴다.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과 금융권 거래는 작년에 비해 반토막의 성적에 그쳤고, SBA 융자를 받은 모텔 경영업자들은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기존보다 훨씬 많은 페이먼트를 해야 하면서 경영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대형 그로서리에서 주류 판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리커스토어들의 경영 또한 힘들어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일상이 되어버린 재택 근무로 인해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업체의 피해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운송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마트 또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부들도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모든 물가가 상승하면서 장보기가 무섭다라는 말을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은 모든 업체들이 불황의 연결고리에 묶여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식당업계의 고충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지난 10월부터 식당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당시 필자는 2024년도 한인업소록 제작을 위해 여럿 식당 주인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식당은 장사가 잘 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말을 아끼다가, 다른 식당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동병상련의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올해의 전체적인 매상도 그리 높지 않았지만, 특히 10월에는 기존 매상의 삼분의 일에도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식당을 경영했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는 처음이라는 일관된 고충을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식당은 식자재 가격 상승과 고객 감소에다 최저 시급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등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식자재 가격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100% 이상 올랐지만, 이 상승폭을 음식값에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견디다가 어쩔 수 없이 음식 가격을 조금씩 올리게 되었지만,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가격도 비싼데 반찬이나 서비스는 왜 이 모양이냐는 것이다.


     식자재 가격과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은 식당업자들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어떤 식당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지막 주문시간을 앞당기기도 하고, 아예 점심 시간을 없애는 경우도 생겼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직원 채용이 부담스러운 업체들은 가족과 지인들까지 총동원되어서 식당일을 돕고 있지만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구인 광고를 내 보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렇게 일 손이 부족하니, 음식도 늦게 나오고, 서비스도 안 좋아지고, 손님들의 불만도 커지는 악순환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진상 손님들의 출현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얼마 전 오로라 소재 한 식당에서는 다소 과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 손님이 냉면을 주문했는데, 맛이 없다는 이유로 웨이츄레스를 불러 이렇게 맛없는 음식을 돈을 받고 파냐면서,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냉면 그릇을 통째로 엎어버렸다는 것이다. 냉면 그릇 옆에 같이 있던 반찬 그릇도 함께 뒤집어졌다. 김칫 국물은 테이블과 의자 주변에 튕겼고, 젓가락도 식당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당황한 웨이츄레스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지만, 손님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음식이 늦게 나온 것에 대해서도 꼬투리를 잡았고, 결국 음식값을 내지 않겠다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을 동석한 손님의 저지로 수그러졌다고 한다. 웨이츄레스가 음식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맛이 없다는 불만을 조용히 일러도 될 터인데, 이렇게 식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을 필요까지 있었을까. 그렇다면 이 손님은 미국 레스토랑에서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미국 레스토랑을 자주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이 너무 늦게 나오기 때문이다. 스테이크나 오븐 요리를 주문하면 기본 4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메인요리 전에 먹어야 하는 애피타이저가 더 늦게 나오기도 하고, 양도 턱없이 적고, 메인요리에 곁들어져 나오는 빵도 딱딱하고, 후식으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이 녹아 있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이런 미국 레스토랑에서도 접시를 엎고, 웨이츄레스를 불러 맛 없다며, 음식값도 낼 수 없다는 소리를 지를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식당업계는 코로나 기간에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였다. 올해 초 콜로라도 식당협회(Colorado Restaurant Association/CRA)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콜로라도 식당들이 향후 1년 이내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폐업 가능성을 답한 식당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이 가중된데다 최근 들어서 인플레이션까지 심해져 운영비를 감당하는데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콜로라도 주내 음식점 10곳 중 9곳이 임금 및 식자재 가격 인상과 만연된 인력난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덴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40년 된 애니 카페와 틱톡으로 유명한 도모, 그외 1백개에 달하는 업소들이 지난 2년 동안 폐업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다행이도 일부 식당들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코리아타운의 한인 요식업계가 아닐까 싶다. 지난 1년간 오로라 한인 타운에서는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오픈하며 성업 중에 있고, 새로운 요식업 비즈니스들이 오픈 대기 중에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한인 요식업계가 오픈 러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뿌듯한 일이다. 이들은 오로라 시의 경제뿐만 아니라 콜로라도의 경제 부활에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처음 시작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띌 수 있다0. 기존의 식당들도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연말연시를 맞아 크고 작은 모임들이 많이 예정되어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외국계 식당보다 우리 한인들이 경영하는 업체들을 적극 이용하길 권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함께 실천해 주길 바란다. 이는 불황 속에서 한인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훈훈한 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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