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시카고 근교의 한 주택에서 팔레스타인계 6살 소년이 숨졌다. 집주인 추바씨가 무슬림 모자를 폭행하고 흉기로 휘둘러 엄마는 다쳤고 아들은 목숨을 잃었다. 범행 당일 집주인은 소년의 가족이 사는 1층 집 문을 두드렸고 소년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자 “무슬림은 죽어야 해”라고 소리치며 그녀의 목을 조르고 흉기로 공격을 시도했다. 어머니는 겨우 화장실로 도망친 뒤 911에 신고를 했지만, 잠시 뒤 화장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아들이 흉기에 찔린 것을 발견했다. 소년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조사결과 소년의 몸에선 26군데 자상이 발견됐고 모친도 십여 군데 부상을 입었다. 집주인 추바씨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발생한 이후 가족들에게 이슬람교도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정황 등이 발견되면서, 경찰은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으로 촉발된 증오범죄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증오범죄의 타킷은 아시아계였다. 중국이 코로나19의 최초 발생국으로 알려진 직후부터 지난 4년간 미국내 아시안에 대한 반감은 대단했다. 가만히 서 있는 아시안 할머니를 도로로 밀어버리는가 하면, 주유소에서는 아시안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뱉기도 했다. 뉴욕에서는 지하철과 인도를 따지지 않고 아시안에 대한 경멸의 폭행과 언행이 자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무분별한 일부 미국인들로 인해, 팬데믹 기간 미국은 아시안과 비 아시안으로 분열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인한 증오 범죄는 코로나 때보다 극심해 보인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는 규모나 폭력 수위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은 가자지구이다. 가자지구는 한쪽은 지중해, 한쪽은 이스라엘에 막혀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불린다. 원래는 이집트 땅이었지만, 1967년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게 되었다. 팔레스타인은 이를 불법 점령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2005년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지만, 2006년 치러진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선거에서 하마스가 압승을 거두며 가자지구를 장악하면서 다시 갈등이 커졌다.‘이슬람 저항운동’을 뜻하는 아랍어의 앞 글자를 딴 하마스는 1987년 무슬림 형제단 출신 아메드 야신의 주도로 결성됐다. 하마스의 강령은 이스라엘을 완전히 몰아내고 팔레스타인 전역에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대화보다는 투쟁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수립한다는 노선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항해 자살폭탄 공격을 주도하면서 미국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로부터 ‘테러단체’로 지정됐다. 


     이번 전쟁의 이유를 살펴보자면, 하마스의 초조함이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군사력으로 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스라엘이 움직이면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무리수를 둔 이유는, 최근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기 위한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었고, 동병상련이라고 믿었던 바레인과 같은 국가들도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자 초조해진 하마스가 전쟁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또,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격리 벽을 쌓고 17년째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생필품과 의료물 반입과 전기를 통제하는 등 강력한 봉쇄정책을 고수하자, 극단적 대결을 선택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아주 끈끈하다. 하마스의 공격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유대인인 미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은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과 함께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국 정재계를 움직이는 큰 손의 상당수가 유대인이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인해 그들의 분노는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력을 총동원할 만큼 커져 있다.


     사실 이번 전쟁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오랫동안 있어왔던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라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대공격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를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미국도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둘로 갈라지고 있다. 트럼트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 편에 서서 무슬림 입국 금지를 외치고 있는가 하면,  맨해튼에 있는 컬럼비아대에서는 한 이스라엘 학생이 도서관 앞에서 폭행을 당했고,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는 유대교 회당과 유대인 운영 빵집 유리창이 깨진 사건이 발생했다. 유타주의 여러 유대교 회당에는 폭탄테러 위협이 가해졌으며, 보스턴에서는 한 보수주의 단체가 대형 전광판 트럭을 통해 ‘하마스 공격은 이스라엘 책임’이라는 취지로 성명을 발표했던 하버드대 학생단체 회원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또 로펌 ‘윈스턴 앤 스트론’은 이스라엘 책임론을 주장한 뉴욕대 로스쿨 학생에 대한 채용 제안을 취소했다. 유럽의 사정도 난감하다. 미국이 이-팔 전쟁에 참전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 나토(서방국가들의 군사동맹)와 이스라엘 VS 중동과 러시아의 전쟁구도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전쟁을 보면서 약자가 일으킨 전쟁은 테러가 되고, 강자의 폭압은 전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강대국 위주로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피폐된 우크라이나의 민병대가 러시아에 반격을 가한다면, 이또한 테러로 봐야할 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무자비한 폭격과 사격으로 매년 7천명 이상의 아이들과 민간인을 죽이며 영토를 넓혀 왔다. 작년까지 130만 명에 가까운 인명이 살해되었다. 이에 하마스의 전격적인 공격명분은 가지지구 탄압을 포함해 이스라엘이 수십년간 이어온 만행에 대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전쟁은 합리화될 수 없다. 죄없는 민간인들이 인질로 잡히거나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국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로 인해 또하나의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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