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 우려 단정 어려워”

    벼랑 끝에 몰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영장 기각으로 지난해 10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년 가까이 계속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막판에 강한 난기류를 맞게 됐다. 검찰은 일단 구속영장 재청구는 안 한다는 방침이다. 유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는 앞으로 재판에서 검찰이 겪을 난관의 예고편격이다.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로비스트 김인섭 씨의 청탁을 받고 백현동 개발 과정에 비정상적인 특혜를 제공했고 ▶이 대표 방북 등의 목적으로 쌍방울이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다는 주요 혐의 모두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개발의 경우 연구개발(R&D) 용지 기부채납을 통해 1000억원대의 개발이익을 환수했고, 쌍방울 측과 이 대표가 접촉한 적이 없다는 이 대표 측 해명에 일리가 있다고 본 셈이다. 이날 영장 기각으로 수원지검 등이 계속중인 이 대표 관련 잔여 의혹 수사의 동력도 상실될 위기에 놓였다. ▶쌍방울그룹의 이 대표에 대한 쪼개기 후원금 의혹 ▶증거인멸 등 사법방해 의혹 ▶대장동 의혹 중 천화동인 1호 428억원 약정 의혹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지팡이를 짚고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단식으로 기력이 쇠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오전 10시 7분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선 유창훈 부장판사의 질문에 직접 발언권을 얻어 검찰 수사를 강하게 성토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는 9시간 17분만인 이날 오후 7시24분에 끝났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영장실질심사에 8시간 40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10시간 5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법원에서 손꼽힐 만큼 장시간에 걸친 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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