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 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전 세계 청소년 야영 축제 활동이다. 이를 위해 155개국에서 3만6천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부푼 가슴을 안고 한국을 찾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의 평가는 참담하다.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하는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1920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렸다. 대원은 만 14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들로, 현재 1억여 명 회원을 가진 가장 큰 청소년 단체이다. 한국의 잼버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청소년들이 집합했고, 콜로라도 주의 스카우트도 참가했다. 이렇게 큰 세계적인 행사가 한국에서 파국을 맞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기록적인 폭염과 침수사태로 인해 참가자들의 원성을 샀고, 개영식 도중에는 80여명이 일사병으로 병원에 실려갔으며, 피부발진, 벌레물림 등으로 영지 내 병원을 찾은 대원들만해도 1500명에 달했다. 부실 운영 논란에 한국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급식 제공과 매점 및 푸드트럭 운영을 맡은 아워홈은  ‘썩은 달걀’ 제공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또, 바가지 논란에도 휩싸였다. 시중에서 2300원인 코카콜라를 2500원에, 700원짜리 얼음을 1500원에 파는 등 폭리를 취했기 때문이다. 영국 비비씨 방송은 화장실을 ‘보건위협’으로 묘사했고 음식은 기준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 딸을 보낸 한 영국 여성은 텐트가 너무 뜨거워 열을 식힐 수 없었고 샤워실과 화장실에는 떠다니는 쓰레기와 머리카락이 배수구를 막고 있었다는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영국 참가자들의 부모들은 자녀가 수천 파운드를 모아 참여를 준비해 왔는데, 돈을 낸 만큼의 경험을 얻지 못하고 떠난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결국 영국 스카우트 대원 4500명은 대회가 열린 지 나흘 만에 조기퇴영을 결정했고, 영국 다음으로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미국(약 1200명)도 철수했다. 이어 싱가포르도 철수 대영에 합류했다.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들어간 예산이 1171억원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폭염 속 간척지에서 열렸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대회 예산이 380억원이었다. 3배 넘는 돈을 쓴 새만금 잼버리에선 부실한 샤워 시설과 지저분한 화장실 등 기본적인 위생 문제가 불거졌고 1000명 이상 속출한 온열 환자들은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대체 어디에 쓰인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항목은 조직위 운영비로 740억원이 지출됐다. 반면 잼버리 행사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235억원), 야영장(129억원), 직소천 활동장(36억원), 대집회장(30억원) 등 현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설비에는 조직위 운영비(740억원)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들어갔다.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와 전라북도가 망쳐놓은 한국의 이미지 회생을 위해 다행히 기업들이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생수와 양산 각 5만개, 아이스박스, 1인용 간이화장실 등을 지원했다. 또, 전문 청소인력 100명도 현장에 투입했다. 삼성그룹도 의료진과 간이 화장실 등을 지원했으며, 대한불교조계종은 사찰 170여 개를 개방했다. 기업들이 폭염 대응과 화장실 환경 개선 등에 적극 나서면서 가시적 변화가 보이자, 현장의 불만도 점차 잦아들면서 참가 대원들은 웃음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설상가상으로 태풍 ‘카눈’으로 인해 모든 참가국의 조기 철수가 결정되었다. 3만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태풍을 피해 1천대의 버스로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해, 잼버리의 취지와 상관없이, 각 나라별로 여행을 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난관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케이팝 공연을 마지막 행사로 잡았다. 그러나 이또한 시간과 장소가 번복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폐막일까지 대회를 잘 운영해 150여 개국 참가 청소년들이 좋은 경험을 갖고 돌아가게 해주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모든 사안을 정치 공방으로 몰고 가는 여야의 고질병이 도졌다. 정부 내에서도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여성가족부·문화체육부 등 관련 부처가 진작부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유치한 것은 박근혜 정부이고, 이후 5년간 준비는 문재인 정부 몫이었지만, 행사를 차질 없이 치러낼 직접적 책임은 당연히 현 정부에 있다. 각국 참가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폭염, 해충 대비, 샤워실과 화장실 부족 등은 현 정부가 해결했어야 할 문제다. 실제 정부가 뒤늦게 대회 운영에 개입하자 사정이 급속히 개선됐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한다. 정부 출범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이런 것까지 전(前) 정부 탓을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번째 대규모 국제행사였다. 잼버리 대회가 10대 청소년들이 야영지에서 인생을 배우는 것이 그 취지라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여건은 제공되었어야 했다.  그래서 참가대원들이 이대로 한국을 떠난다면 정말 큰 일이다. 십대들의 기억은 평생 가기 때문이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케이팝의 나라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기억을 갖고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 정치권도 정쟁을 멈추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회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회의 대미를 장식할 케이팝 공연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그들의 기억 속에 감동의 피날레로 새겨지길 바란다.  하지만 파행과 무능의 잼버리를 케이팝 스타로 땜질하려는 정치권의 시도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사고는 정부가 치고, 뒷수습은 케이팝 스타들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는 자칫 문화를 정치에 예속된 것으로 보는 구시대적 사고를 연상케 한다. 한국은 2년 뒤 또 잼버리 손님들을 대거 초대한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 잼버리가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같은 준비 부족이 반복될 경우 잼버리가 또‘예산 빼먹기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를 반면교사 (反面敎師)로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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