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된 지하공간 침수 참사

     집중호우 기간 지하차도와 지하주차장, 반지하주택 같은 지하공간 내 침수 참사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하공간 침수 사고의 횟수가 잦아지는 건 물론이고, 피해규모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청주 궁평2지하차도에서 최소 14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고, 지난해에도 지하공간 침수로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 포항 인덕동의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지상으로 빼내려던 주민 7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8월엔 서울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 세대에서 일가족 3명이 쏟아져 들어오는 물살을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2020년에는 부산 초량동과 대전 판암동 지하차도가 침수돼 총 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 8월엔 부산 온천동 우장춘로에서 침수 참사가 발생해 2명이 생을 마감했다.


     잦은 참사로 시민들 사이에선 이른바 ‘언더그라운드 포비아(지하공간 공포증)’를 호소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하공간 침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국지적으로 장대비가 퍼붓는 ‘극한호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전국 13개 대표 측정지점의 50년간 시간당 50mm 이상 강수일수는 1973년부터 1982년까지 연평균 2.4일이었다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6.0일로 늘었다. 지하 개발이 활성화된 점도 침수 사고가 잦아진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지하공간이 침수될 경우 손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역시 지하공간 침수는 “쓰나미와 같다”고 설명한다. 27년간 수상 구조 경험을 쌓은 한 해양경찰 간부는 이번 청주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순간적으로 물이 쏟아진 상황에서 숙련된 잠수부도 물살을 거슬러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하다. 쓰나미급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하차도에 대해선 건설 자체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참사 반복을 막기 위해선 ▶자동 출입통제시스템 마련 ▶침수예상지역 사전 인지를 위한 교육 등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외국인에게도 ‘지역 내 침수 예상지역’을 팸플릿으로 나눠준다.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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