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3월 중앙일보 덴버지사를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다. 한인사회 규모를 고려하면, 주간포커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중앙일보까지 발행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주변의 우려도 컸을 뿐 아니라 필자 스스로도 모험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콜로라도 한인사회에도 미주 한인 언론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 두 일간지는 15년전 안내 문구 한 줄도 없이 문을 닫아버렸다. 이처럼 일간 신문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필자는 덴버지사 오픈을 앞두고 더욱 주저했었다. 그런데 벌써 덴버 중앙일보에서 다섯번째 장학생을 선정하게 되었고, 나름 자부심도 생겼다. 예전에 소리소문 없이 폐간하면서 광고주로부터 돈만 챙겼던 신문사가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는 언론사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매년 해피빌리지라는 단체와 미주 중앙일보사가 킴보장학생을 선발하는데 5년 전부터 덴버지사에도 그 기회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콜로라도 학생들에게 공짜 돈이 생기는 일이라는 생각에 이맘때가 되면 내심 즐겁다. 지난 15년 동안 주간포커스를 운영하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여러 행사를 진행해 왔는데, 그때마다 지역사회에서 후원을 받아서 학생들에게 상금 겸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중앙일보라는 대언론사를 등에 업고 보니 이곳에서 모금활동을 벌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1만 불이라는 금액이 선뜻 나온 것이다. 미주 본사 또한 순수하게 덴버지사를 믿고 그 역할을 할당해 주었다. 그 결과 콜로라도에서는 매년 5명의 장학생에게 2천 불씩을 지급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20명에게 전달되었고, 이달 21일에 5명이 추가된다. 한인 인구가 훨씬 많은 시애틀과도 같은 수준이어서 덴버 한인사회가 대접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심사를 진행하는 동안 마음은 편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하면서, 장학금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서류들도 얼마나 정성껏 준비를 해왔는지 폐기하기가 아까워 심사를 끝낸 지금도 필자의 책상 위에 고스란히 놓여있다. 이들 모두가 하나같이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마쳤다. 장학금을 신청한 학생의 대부분이 4년 내내 올 A의 성적을 받고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정도니 한인 학생들의 경쟁력은 정말 대단했다. 공부 잘하는 한국 애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기만 했는데, 이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들 중에는 전교 일등의 성적으로 졸업생 대표로 발탁해 졸업생 연설을 했는가하면, 레터용지가 부족할 정도로 수상 경력을 가득 채운 이도 있었다. 또, 한국말이 능숙해 한국학교에서 봉사하면서 고교시절 내내 한인사회와 연계해 온 기특한 친구도 있었으며, 특출한 학업성적과 자신만의 신념으로 공과대를 콕 찍어서 지망한 친구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작년 시상식 때 만났다. 미국인 부부가 “생후 6개월 때 쉘비를 입양했다. 우리에게 쉘비와 같은 아이를 보내준 것은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다. 조금이나마 학비를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이에게 이렇게 큰 장학금을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 는 소감을 필자에게 전했을 때 장학금을 전달하는 필자로서는 더없이 뿌듯했다.


    그동안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봉사단체나 종교기관을 통해 다양한 장학금이 지급되어 왔다. 가장 보편적인 장학금은 대학 입학 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이다. 한인기독교회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한지도 벌써 9회째가 되었고, 한인라이온스 클럽의 장학식은 30년을 훌쩍 넘겼으며,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한인리커협회도 학생들에게 10년을 넘게 장학금을 전달했었다. 그리고 10세부터 26세를 대상으로 주간포커스와 콜로라도 청소년 문화재단이 문화축제, 동요대회, 주니어 테니스대회 등을 통해 지급된 장학금도 5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워싱턴 D.C.에서 창립되어 지난 54년간 활동해 온 한미장학재단이 2018년 9월 콜로라도를 중심으로 마운틴 챕터지부를 설립해 매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 규모는 칭찬받을 만하다. 2019년 첫해에는 15명에게 25,500 달러, 2020년은 12명에게 24,000 달러, 2021년은 18명에게 33,000달러, 2022년은 30명에게 54,000달러를 지급했으며, 2023년에는 19명에게 32,000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장학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수가 많아진 것은 커뮤니티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꾸준하게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학 학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한인을 비롯한 대부분 가정에서 장학금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신청자 모두에게 장학금을 주지 못한 것이 매번 마음에 걸린다. 비록 이번에 장학생에 선발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모두가 장학생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했기에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년에 다시 신청해 보는 것도 권장한다. 또, 굳이 대학 진학을 않고도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을 후원하는 또 다른 개념의 장학 제도를 미주 한인사회 최초로 콜로라도에서 실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장학금 신청 시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성적증명서가 장학생 선정에 당락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다소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에세이에 담긴 그들의 꿈을 보면서 선발하는 폭넓은 장학 제도 또한 보편화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인 2세들을 위한 기성세대의 기부문화가 정착되어져야 한다. 그래도 선한 단체들의 도움으로 인해 올해도 장학금을 베풀 수 있어 기쁘다. 내년에는 더 많은 후원자들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나눠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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