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뼈에 남아있는 임플란트와 치과 진료기록 일치

 

시신, 강이 아니라 도로변 황무지에 버린 것으로 추정

 

 지난 4월 16일에 유타주 모압의 I-70동쪽, 시스코(Cisco) 인근에서 발견된 유골이 2010년 3월 27일에 실종된 박해춘씨의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현재 DNA 검사를 의뢰해놓은 가운데, 검찰과 유족 측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을 아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1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담당 경찰과의 전화 통화 내용으로 볼 때 일부 증거와 정황이 박씨 유골임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유골, 누가 어디서 어떻게 발견했나?
 이 유골은 지난달 16일에 콜로라도주 몬트로스로 향하던 노부부에 의해 발견됐다. 아이다호에 사는 이 노부부는 개를 산책시키기 위해 잠깐 I-70를 빠져 나와 문제의 지역 인근에다 차를 세웠다. 이들은 산책을 하다가 고속도로 남쪽 방면의 한 말라붙은 하천 바닥에서 유골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이 발견한 뼈는 두개골의 아래쪽 턱뼈 부분이었다. 자칫 동물의 뼈라고 단순하게 넘겨버릴 수도 있었지만 뼈에서 4개의 임플란트 및 의치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인골임을 의심했다. 은퇴한 공원 관리인이었던 남편은 이 턱뼈가 인골임을 직감, 이 뼈를 주워 목적지인 몬트로스까지 2-3시간을 더 운전해서 간 후에 몬트로스 카운티 쉐리프 사무국에다 가져다 주었다. 몬트로스 카운티측은 이 사실을 뼈가 발견된 그랜드 카운티에다 통지했다. 그랜드 카운티 수사관은 다음날 몬트로스까지 가서 이 뼈를 수습한 후, 이 뼈가 발견된 장소로 쉐리프 대리인과 경찰팀, 경찰견을 보내 추가로 인근 지역을 수색한 결과 인골 몇 점과 옷가지 일부를 발견했다.

■유골 발견 당시 상황
이 사건을 담당한 그랜드 카운티 쉐리프국의 브렌트 페이스(Brent Pace) 형사는 “유골을 발견한 당시 시신이 어떤 특정한 봉지나 가방에 들어있지 않았다” 면서  “혹시 들어있었다고 하더라도, 1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물에 의해 찢겨지고 바람에 날려가 버렸을 것이다. 여하튼 발견 당시 유골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유골 신원 분석 작업, 어떻게 진행됐나?
거의 백골 상태로 발견된 이 유골들은 수습 직후 신원파악을 위해 솔트 레이크 시티에 있는 유타주 검시관 사무실로 보내졌다. 검시관 사무실 측은 이 유골을 분석한 결과 “이 뼈들은 50대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며, 임플란트를 비롯해 여러 차례 치과 진료를 받은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를 통해 “체구가 작은 동양인 남성의 것으로 사망한지 1년에서 5년 사이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담당 경찰, 포커스 신문과의 인터뷰
유타주 그랜드 카운티 쉐리프국의 수사관인 브렌트 페이스 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DNA 검사결과가 나오면 최종 확인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유골이 박해춘씨의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발견된 두 개골에 붙어있는 치아에는 임플란트 4개와 의치가 시술되어 있었는데, 박씨가 진료를 받은 한국의 치과에서 보내온 박씨의 CT 스캔 사진과 비교한 결과, 치아 사진이 정확하게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랜드 카운티측은 이 유골을 수습한 직후 신원을 밝히려는 노력과 함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도 함께 진행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시신이 1년 넘게 마른 하천 바닥에 버려져 있었고, 시신의 부패가 너무 많이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물에 의해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고, 유골이 모두 흩어져 있는 상태로 발견돼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두개골에 무언가로 내려친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살인사건으로 규명해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 형사는 “두개골에서 둔기로 내려친듯한 흔적은 사망 시점과 일치하거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외상(perimortem fracture)이 분명했다”고 전했다.

■유골, 왜 더 빨리 발견되지 못했나?
유골이 발견된 지점은 유타주와 콜로라도 접경 지역에 위치한 시스코(Cisco)라는 작은 타운 인근의 황무지였다.(지도 참조) 유골은 시스코에서 차로 5-6분 북쪽으로 올라가는 지점으로, 6번 국도변에서 약 100야드(약 91.44미터) 정도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서 발견되었다. 이 지점은 원래 인적이 드물고 차량의 왕래도 흔하지 않다. 하지만 박씨와 자주 유타주 모압(Moab)을 드나들어 익히 알고 있었던 길이었기 때문에 이중희씨가 시신을 유기할 안전한 장소로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유족들도 박씨와 이씨가 모압을 왕래할 때 주변 풍광이 더 낫다며 I-70 고속도로보다 6번 국도를 자주 이용했다고 진술해, 이러한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피해자 휴대폰 다른 곳에서 발견,
  경찰 수사에 혼선 빚어
무엇보다도 박씨의 휴대전화가 I-70의 글렌우드 캐년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 결정적으로 유골의 발견을 늦추었다. 경찰은 박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된 글렌우드 캐년을 중심으로, 이씨가 박씨의 시신을 글랜우드 캐년 협곡 아래 흐르는 콜로라도 강에 유기한 것으로 생각해 이 지역을 샅샅이 수색해왔으나, 휴대 전화 외에 다른 어떤 증거품도 발견하는데 실패했다. 이번에 박씨의 유골이 이 지역과 전혀 관계없는 유타에서 발견됨에 따라, 이씨가 고의적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박씨의 휴대전화를 글렌우드 캐년 지역에 떨어뜨리고, 시신의 위치에 대해 의도적으로 함구한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이 일고 있다.

■시신, 강이 아니라 벌판에 버려졌다
이씨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측한 대로 글랜우드 캐년 아래 콜로라도 강에다 시신을 던졌고, 이 시신이 강물에 떠내려가다가 유타의 시스코 인근에서 홍수나 범람 등에 의해 정착했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페이스 형사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페이스 형사는 유골이 발견된 지점에서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지점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다가, 이 지역이 범람할 만큼의 홍수가 나 물이 차오른 적이 지난 1년간 없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의 반응
유타주 모압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박해춘씨의 아들 가족은 우연히 지역 언론을 통해 이 유골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이 유골이 혹시 박씨의 것이 아닌가 싶어 쉐리프 당국에 연락을 했다. 그러나 실종된지 이미 1년이 넘어 당시 착용하고 있던 옷 등에 대해서도 기억이 희미해 사진만으로는 이 유골이 박씨의 것인지를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유골이 발견된 지역에서 찾아낸 손목 시계가 박씨의 것과 비슷하다며 DNA 검사 결과를 요청했다. 시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포기하고 있었던 유가족들은 이 유골이 박씨의 것임이 밝혀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검찰측 반응
현재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다이앤 벌킨(Diane Balkin) 덴버 지방검사는 “일단 DNA 결과가 나와 유골이 박씨의 것임이 확인될 때까지는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겠다” 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신이 발견되었든 발견되지 않았든 간에 이중희씨에 대한 재판 일정은 현재로서는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변이 없는 한 10월3일에 재개될 예정이다. 이 유골이 박씨의 것으로 DNA 결과 밝혀진다면, 검찰 측은 추가로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신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신을 유기하고 그 위치에 대해 함구하면서 수사 협조를 거부한 이씨는 재판에서 더욱 불리한 입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중희씨 측과의 인터뷰
박해춘씨의 것으로 확실시 되는 유골이 발견된 후 이중희씨 아내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녀는 끝없는 한숨과 하염없는 눈물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남편을 걱정했다.  “모든 것이 안 받아들여진다. 인정 하고 싶지도 않고, 내 일이 아닌 것 같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또, “잘못 보도된 부분이 있었다. 남편은 도망 다니다가 잡힌 것이 아니라 자수를 한 것이다. 이렇게 힘든 일을 당하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너무 부풀려서 말하는 것이 세상 인심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기도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남편은 늘 가족을 먼저 생각했고 유능한 사람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획적으로 했다는 말이 도는데, 계획적이었다면 어떻게 자기 사무실에서 일을 벌였겠는가. 평생 살면서 나쁜 일 않했다. 미국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사고였을 것이다. 그때 그 자리에서 신고를 했으면 좋았을 것을……”하면서 말을 끝맺지 못했다. “지금 그 사람에게 도움은 못 주지만, 아이들하고 가족들에게 평생 헌신한 그를 위해서 옆을 지키고 싶다. 하나님을 믿는 힘으로 견디고 있다”며 애끓는 심경을 전했다.  <김현주·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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