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일찍이<논어> 위정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었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 이 글은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학문의 심화된 과정을 술회한 것이다. 공자의 이 말로부터, 15세를 지학(志學),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적어도 공자가 살던 시대에 있어, 나이 마흔은 미혹됨이 없어 부동(不動)의 위상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즉, 당시의 마흔은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인생의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즉 인생의 가치관을 온전히 정립하는 시기라고 봤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나이와 인생을 논할 때 공자의 이러한 공식을 적용해 왔다.


    그런데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공자의 나이기준이 상향 조정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얼마 전 한국의 통계청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중위연령은 45.6세다. 중위연령이란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쭉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 나이를 말한다. 이처럼 중위연령은 꾸준히 상승세다. 1994년에는 28.8세, 2014년엔 40.3세였다. 한 세대 만에 16.8세가 높아진 것이다. 이런 계산이라면, 공자가 언급했던 불혹과 지천명은 지금의 56.8세, 66.8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나이 마흔은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공자가 말하는 불혹이 아니라, 모든 게 불안하기만 한 청춘의 질풍노도 시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청년의 나이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상당수 자치 단체가 과거 중년으로 불렸던 40대 중·후반까지 청년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실지로 지난해 12월부터 기초지자체 243곳 중 54곳이  40대를 청년으로 대접해주고 있다. 인구감소 지역으로 분류된 전남 고흥을 비롯해 전북 장수, 경북 봉화와 예천, 경남 창녕, 충복 괴산 지역은 49세까지 청년으로 본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늦깎이 청년의 혜택은 쏠쏠하다. 전남 고흥에선 ‘49세 이하 청년’이 혼인신고를 하면 결혼축하금 명목으로 최대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경북 봉화는 이 지역으로 이사 온 10~49세 청년 전입자에게는 월 10만원씩 최대 3년간 주택 임차료를 지원한다. 서울 등 대도시도 40대를 청년으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이는 노인의 연령 기준은 낮아졌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억울한 연령대는 60대이다. 한국은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주 통계청에 따르면 60대 취업자 수가 20대 취업자 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달 60대(60∼69세) 취업자 수는 446만7000명으로 20대(20∼29세) 취업자 수(383만3000명)보다 많았다. 고령화 추세가 가속된데다 은퇴 이후에도 일하길  원하는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즉, 60세 이상 인구의 절반은 “아직 일하는 중”이다.  


    현재 한국의 노인 연령 기준은 만 65세이다. 이 기준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짠 1964년에 도입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노인 기준 나이가 왜 하필 65세일까? 답은 퇴직제도와 연관돼 있는 듯하다.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로 전환하는 19세기 중후반, 노인을 퇴직시키고 청년을 고용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자본가들을 중심으로 퇴직제도의 필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선진국이었던 영국이 19세기 후반에 공무원·우체부·교사·경찰 등 정부가 통제하는 부문에서 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퇴직이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이때 퇴직연령은 통일되지 못해서 지역에 따라 62세, 65세 등으로 제각기 달랐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은 공적연금을 명실상부한 복지국가 제도로 확립했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공공서비스 효율화'를 명분으로 퇴직제도를 도입했다. 그래서 한국도 공적연금 수급 개시연령인 65세가 노인 기준연령으로 정해졌다. 


    이처럼 오래된 사회제도 속에서 생긴 고정관념으로 인해 60세 이상은 자동적으로 노인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한국의 뉴스 자막에는 60대를 노인 혹은 고령자로 일괄되게 지칭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공식적인 분위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60대 이상은 여전히 활동적이고, 참여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노인 연령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으로 정해졌는데, 이는 현재의 영양섭취·주거환경 개선, 의료 발달 등으로 인한 평균수명 연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일반적인 노인들의 나이 기준은 65세이다. 그러나 우리는 관공서나 마켓, 사회봉사 현장 등에서 70세가 훌쩍 넘은 노인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으며, 90세가 넘어서도 운전대를 잡는 노인들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일하는 사람도 당당하고, 사회의 시선 또한 덤덤하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라면 이러한 노인들을 채용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유엔이 평균수명 등을 고려해 새로 정한 노인 기준은 80세 이상이다. 66~79세는 중년으로 친다. 그리고 유럽을 중심으로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추세다. 정년을 아예 없애는 나라도 있다. 우선 노인 기준연령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퇴직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퇴직 시기를 조정하려면, 노동자를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조기 퇴직하게 만드는 기업 운영방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노인이라는 범주에 갇히게 된다면 이들의 사회적 활동도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노인이 폭증한 사회에 걸맞게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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