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베냐민이라 불렀더라! ”창세기 35장16절-20절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갖고 산다고 말을 합니다. 첫째는, 가정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복해질 거라는 착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환상은 아무래도 가정은 사랑하는 사람들, 물보다는 더 진한 피로 뭉친 혈맹공동체이기 때문에 뭐 다른 공동체와는 뭔가 다를 거라는 헛되고 헛된 망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번째 환상은, 가족 관계는 아주 단순하고 평면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족끼리 무슨 노력을 하며 사냐? 그냥 생긴대로 살면 되는 거지. 그렇게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가족 관계만큼 복잡하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공동체도 없습니다.  세 번째 환상은, 가족끼리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해도 괜찮다고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할 말 다 하고, 있는 상처, 없는 상처 다 끄집어내서 가족들 다 아프게 해 놓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 간에도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좀 여과장치를 통해 최소한의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성숙한 어른이고, 복된 가정을 만드는 비결입니다. 오늘 함께 봉독한 성경 본문에는 라헬이 둘째 아들을 출산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둘째 아들을 출산하는 일이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죽음 앞에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슬픈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렇게 고대하던 아들을 낳다가 라헬이 죽게 된 것입니다. 품에 한 번 안아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게 되니 정신이 희미해져 가는 와중에 아들의 이름을‘베노니’라 불렀다는 거지요.


     얼마나 슬프고 원통했으면, 아들 이름을‘슬픔의 아들, 베노니’그리 부르고 죽었을까요! 그러나 그 상황을 지켜보던 아버지 야곱이 아들의 이름을‘베냐민’이라 고쳐 불러 주었습니다. 열 한 아들을 낳을 동안 한 번도 이름에 대해서 개입한 적이 없는 야곱인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봅니다. 야곱이란 사람은 쌍둥이 형의 발 뒤꿈치를 잡고 세상에 나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히브리어로 이 이름은 사기꾼, 남을 속이는 자로 풀이되는 이름입니다. 평생을 사기꾼이라, 속이는 자라 불렸던 야곱은 이름 그대로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속이고, 삼촌 라반을 속이며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해 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베냐민이 태어나기 얼마 전에 하나님께서 얍복 강가에서 이 야곱의 이름을 바꾸어 주셨습니다.    “너는 앞으로 야곱이라 하지 말고 이스라엘이라 하라.” 이스라엘이란 이름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입니다. 야곱은 이름이 얼마나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자기처럼 아들도 험악한 세월을 살아갈까봐 베노니가 아니라 베냐민이라 불렀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향기편지 애독자 여러분,살다보면 감정이 상할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습니다. 가족 간에 더 그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베노니~’하여 앞으로 남은 인생을 슬픔의 아들로 살게 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되도록‘베냐민’하여 오른손의 아들로 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야곱이 불러 준‘베냐민’은 하나님께서 정말 하나님의 오른손의 아들로사용해 주신 증거들이 성경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이 베냐민 지파 자손이고, 신약성경의 반 가까운 성경을 집필한 저자, 이방인의 사도 바울이 베냐민 지파 출신입니다. 아하수에로 왕 시절에 이스라엘의 영적인 철천지 원수 아말렉 자손 하만이 유대인들을 멸절하려 할 때에 에스더를 통해 온 이스라엘을 구원해 내는데 쓰임 받은 모르드개 역시 베냐민 지파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이름대로 하나님께서 야곱의 믿음을 받으시고 그렇게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사용하신 것입니다. 가정에서 아무리 슬픈 감정이 올라올 때에라도‘베노니’하지 마시고‘베냐민’하셔서 모든 가족들이 서로를 축복하며, 하나님 앞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행복한 가정, 복된 가정을 이루시길 하나님은 간절히 원하시고 계십니다. 아멘.

 

◈행복 슈퍼의 프라이드

어느 중년 부부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군대 간 아들 면회를 가면서 귤 한 상자를 사고 싶었습니다. 마침 군부대 가는 길목에 슈퍼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차를 멈추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행복 슈퍼!' 가게 문을 열면서 상쾌한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보통 문을 여닫는 손잡이 근처에 '미세요'라고 글귀를 붙여 놓는 법인데 그 가게엔 '행복을 미세요'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습니다. 햐! 행복을 미세요!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곧 면회하게 될 아들 생각에 귤 한 상자를 샀습니다. 가게를 보고 있던 청년이 얼른 차 트렁크에 실어 주었습니다.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차 뒤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잠깐만요. 손님.”
어디서 달려 왔는지 숨을 헐떡이는 50대 중반의 남자가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트렁크를 좀 열어 주실래요? 지금 귤 한 상자를 사셨지요? 제가 가게 주인입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상자 좀."
가게 주인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차 뒤쪽에서 귤 상자를 꺼냈습니다.
 ‘값을 덜 받았나?’
아들이 판 거라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게 주인은 귤 상자를 가게 안으로 도로 가져갔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죄송합니다.”
  가게 주인은 귤을 바닥에 쏟았습니다. 그리고는 하나 하나를 살피면서 좋은 것만 골라서 다시 상자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주인은 썩은 귤 다섯 개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습니다.
“이건 상한 겁니다. 다섯 개나 골았어요.”
그리고는 싱싱한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주인은 귤을 팔았던 아들에게 잔잔하게 이런 음성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상자 째 팔 때는 그냥 팔면 안 된다고 했잖아. 상한 게 없나 살피고 팔아야지. 이건 적어도 행복슈퍼에서 파는 귤이란 말이야! 행복 슈퍼!”
  으와! 감동 먹었습니다. 비록 귤 한 상자를 팔아도 이런 프라이드를 갖고 팔 수 있다면!    주인은 진심으로 허리를 굽혀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차가 출발했을 때 그 주인은 뒤쪽에서 손을 흔들며 뭐라고 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입 모양새로 봐서 틀림없었습니다.  
  “행복하십시오.”
  으와! 좋다! 행복 슈퍼! 거기서 귤 한 상자 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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