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난리다. 촛불시위를 한지도 꽤 됐고, 대학들이 연합하여 거리로 나선지도 몇 일이 지났다. 대학 등록금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꾸준히 인상되어왔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미국의 교육질과 졸업후의 대접을 비교해 본다면 정말 비싼 것이다. 한 학기당 30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에 이른다.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이 넘는 시대를 향하고 있다. 아니 고려대 의학계열은 이미 1000만원을 넘어섰다. 공부하러 왔다가 알바만 하고 간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이런 등록금의 부담이 곪아 터지면서 한국은 지금 등록금과의 전쟁 중이다.

 학생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런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내려야 할까. 한나라당은 새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아예 반값을 넘어 무상교육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의 행보는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해 둔 젯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따라서 국가가 국민의 대학교육비를 지원하는 문제는 대학교육의 현실과 국민의 부담까지 두루 살펴 판단해야 하는 과제다. 정치권의 전략은 대학교에서 학비를 내리면 그 차액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얘기인데, 이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가계 부담을 결코 줄이는 일이 아니다. 혹여 반값 등록금 주장이 받아들여져 사학들이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내린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하지만 이제까지 보아온 그들은 수입이 되는 등록금을 내릴 이유가 전혀 없다. 더 올려도 대학에 들어오겠다는 학생들이 줄을 섰으니 물러설 필요가 없다.

 지금 서민층, 중산층 할 것 없이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이러한 비명 속에서도 한국의 대학 수요는 끝없이 확대되어왔다. 1990년 33%이던 고졸자 대학진학률은 2009년 84%, 세계에 유례가 없는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한국은 오늘날 전 국민이 모두 대학에 가는 나라가 됐다. 이는 결국 대학과 교육의 질을 떨어뜨렸고, 대학교를 사업화하는데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84% 대학진학률은 전국의 어떤 고교 졸업자든 아무나 다 대학에 진학함을 의미한다.  그간 한국 정부가 입학정원을 늘려 주면서 대학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이들은 학생에게 거의 다 학위를 주어 내보냈다.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저 이름뿐인 대학이 생존하게 되었고, 학부모는 경쟁력 없는 대학의 수업료 마련에 등골이 휜 것이다. 모든 대졸자는 그의 교육 투자에 상응하는 높은 보수, 좋은 품질의 일자리를 원하지만 이들 모두가 그에 상응하는 자질이나 태도를 갖추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고학력 청년실업과 구인난은 이런 무절제한 대학교육 확산에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전국 주요 사립대 100곳이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쓰고 난 뒤 쌓아둔 적립금이 8117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당 평균 81억여 원이다. 대학 등록금이 학생들의 장학금을 늘리고 복지 혜택을 주는 데 쓰이지 않고 대학 보유 현금을 늘리는 데 쓰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대학들은 정부에게 지원 확대를 요구하기에 앞서 자구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반값 등록금이나 공짜 대학이 도입된다면 이 대학교육 포식 현상은 더욱 부채질할 지도 모른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사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상 국민의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그리고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다. 선택해서 등록금이 비싼 줄 알면서 가서 비싸니까 정부가 지원해 달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세금으로 돈벌이에 급급한 대학들 돈 벌게 해주는 행위에도 문제가 있다.  등록금 지원보다 미약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각 대학은 자율적으로 높은 등록금을 낮추고 전문 교육에 힘을 쓰고,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치중되어 있는 장학금 제도를 분산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일이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때도 그랬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만은 꼭 가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새벽부터 자정까지 그리고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대학을 가기 위해 기를 썼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바둥거렸던 시간이, 지금 먹고 사는데 무슨 필요가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들 때가 있다. 대학교육은 누구에게나 나눠주어도 좋을 사치재가 아니며,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모두가 빨리 깨닫기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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