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선교사 임동섭 목사

    역사는 약자가 강자가 되어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기업 세계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긴 이야기는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모든 기업은 약자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스타벅스, 아마존, 구글, 테슬라와 같은 미국의 초대형 회사들도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약자였습니다.


    한국의 최대 기업인 삼성도 대구에서 마른 국수를 팔던 아저씨 가게에서 시작했습니다. 국수에 별 3개를 그려 넣은 ‘별표국수’가 국수가게를 벗어나며 삼성이 된 것입니다. 서울에서‘경일상회’라는 가게로 쌀장사를 시작한 청년이 차린 회사가 현대입니다. 진주에서 포목상을 하던 ‘구’씨와 사돈인 ‘허’씨가 직접 가마솥에 원료를 붓고 불을 지펴 국내 최초의 화장품 ‘동동구리무’를 만들면서 커진 회사가 LG입니다.


    우리는 이미 강자의 모습만 보기 때문에 그들이 전에는 약자였고 당시 강자들을 이기고 그 자리에 올라선 것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존 시장의 강자 전략과 차별화하여 강자를 무력화하며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강자는 강자이기에 갖고 있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 약점 때문에 싸움이 불가능해 보이는 약자와의 싸움에서 엄청난 강자들이 번번이 넘어가 버립니다. 강자들은 그 규모 자체가 커 변화를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알아도 실행이 더딥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약자가 전략을 바꾸고 빠른 속도와 실행력으로 도전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약자가 계속 약자로 머물거나 강자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자를 이길 생각을 하지 않아서입니다. 기 싸움에서 이미 지고 있기 때문에 도전의식이 생겨나지 않고 도전할 마음이 없으니 실행도 하지 않습니다.


    덩치가 큰 코끼리나 기린은 한번 주저앉으면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여우는 그사이에 열 번도 더 뛰어다닐 수 있습니다. 차별적 변화를 찾아 빨리 움직이는 것은 약자만의 장점입니다. 생각을 바꿔보면 약자가 강자의 밥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의 밥입니다. 결국 강자는 이미 가지고 있기에 강자가 아니며, 강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강자인 것입니다.(김승호 회장의 ‘돈의 속성’에서 발췌)


    2015년은 '흙수저론'이 풍미했던 한 해였습니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많은 젊은이가 기회의 불평등에 좌절하며 없는 집안에 태어난 불운을 한탄했습니다. 한번 약자는 평생 약자라는 신분 고착화의 절망 담론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습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평생 약자로 지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보스턴대학의 이반 아레귄-토프트 교수가 내놓은 흥미로운 분석이 있습니다. 그가 19세기 이후 강대국과 약소국 간 전쟁 200여 건을 분석했더니 약소국이 이긴 경우가 28%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1950~99년엔 놀랍게도 약소국의 승전율이 50%를 넘었습니다. 약소국이 승리한 전쟁은 대개 게릴라전 같은 비정규·변칙 전술을 구사한 경우였습니다. 미국이 패배한 베트남전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강자가 정한 전쟁의 룰을 거부하는 순간 약자의 승리 가능성이 확 높아지더란 것이었습니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을 기적이라고 합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긴 불가능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영 멘토 맬컴 글래드웰은 그런 통념을 부정합니다. 그에 따르면 다윗의 승리는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이길 싸움을 이겼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골리앗이 정한 규칙을 거부하고 다윗 자신의 방식대로 싸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골리앗이 원한 게임의 룰은 기존의 일대일 결투 관행에 따라 갑옷으로 적의 공격을 막으면서 창으로 일격을 노리는, 근접 전투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거구에 무게가 45㎏이 넘는 갑옷을 입은 골리앗에게 적합한 전략이었습니다. 다윗은 처음부터 그렇게 싸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는 먼 거리에서 투석 주머니로 돌을 날려 골리앗의 이마에 적중시켰습니다. 칼 든 사람에게 총을 쏜 셈입니다.


    이스라엘 방위군 소속 탄도학 전문가 에이탄 허시는 “전문 투석 병이 35m 떨어진 거리에서 보통 크기의 돌을 날릴 경우, 시속 123㎞로 상대방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리앗은 2m가 넘는 거인이지만 원격 전투에선 오히려 약자였습니다. 다윗은 일대일 결투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한 것이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에서 약자가 이기는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다윗의 명분이 좋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라는 명분을 내걸었습니다. 명분이 좋으면 ‘낙관적’이 됩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호응을 하게 만듭니다. 둘째는 강점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물매로 돌을 던지는 명수였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싸움을 했습니다. 셋째는 속도를 중시하는 싸움이었습니다. 운동에너지는 질량(덩치)에 비례하지만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약자가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속도를 높이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2000여 년 전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은 인간으로서 보낸 삶은 약자였습니다. 빈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권력과 가진 자에게 평생 핍박당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기독교는 오늘날 가장 많은 세계인이 믿는 종교가 됐습니다. 기독교의 생명력은 예수님이 강자의 질서를 거부하고 약자 편에서 새로운 복음을 전파한 데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천국은 가난한 사람의 것'이라는 약자 승리의 복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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