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심고 거두는 법칙”갈라디아서 6장 7절~10절

 누가 꾸민 이야기입니다. 인생을 설명한 이야기이지요. 어느 분이 꿈을 꾸었습니다. 가게가 보였는데 가게 이름이 묘합니다.
“무엇이나 다 파는 가게”였습니다.
신기해서 그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이 가게는 무엇이나 다 파는 가게가 맞나요?”
“그럼요. 무엇이나 다 파는 가게입니다.”
“그럼 행복도 팔고 아름다움도 팔고 지혜도 파나요?”
그런데 가게 주인이 이상한 설명을 합니다.
“우리 가게는 무엇이나 다 팔지만 열매는 팔지 않고 씨앗을 팔고 있습니다. 씨앗을 가져다가 심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열매가 열릴 때까지 잘 가꾸셔야 합니다.”
이게 인생이라는 설명이지요. 심고 그대로 거두는 법칙은 하나님이 만드신 법칙입니다. 불변의 법칙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이 법칙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지요. 생각 없이 무엇을 심는 건 아닐까요? 누구보다도 심고 거두는 법칙을 생활화하는 분들이 농부들이지요. 봄철에 심고 여름 내내 참고 돌보았다가 가을에 거두는 일을 평생 반복하는 농부들은 심고 거두는 법칙을 실감하는 분들이지요. 그러니까 심고 거두는 법칙을 생각할 때, 첫째는 씨앗을 심고 있음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좋은 씨앗을 심어야지요. 말 한마디가 씨앗이 되어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무너지게 하기도 하지요. 무엇을 보느냐? 그게 씨앗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기도 하구요. 무엇을 듣느냐가 한 사람의 가치관을 만들기도 하는 법입니다. 오늘도 나는 어떤 씨앗을 심고 있을까? 이걸 의식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둘째는 심고 거두는 법칙이 하나님의 법칙임을 안다면, 그리고 뭔가 씨앗을 심었다면, 이제 참고 기다려야지요. 잡초를 뽑고 관리하며 기다려야지요. 조급하면 안되지요. 그리고 저 앞을 내다볼 것입니다. 열매를 거두는 날을 내다보고 지금 수고할 것입니다. 우리교회가 선교사님들을 돕고 어려운 이웃들을 응원하는 일도 저 앞을 내다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 가져갈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셋째,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둘 것을 기다릴 때 빠지지 말아야할 함정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이 말씀하십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씨앗을 심지 않고도 거둘 수 있다? 안 좋은 것을 심고도 좋은 것을 거두려는 못된 심보, 땀 흘리지 않고도 무엇을 거두려는 생각, 이런 함정에 빠지면 야단이지요. 한국교회가 자칫 잘못하면 속는 게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숫자, 그리고 크기, 화려함, 이것이 기준이라는 거짓에 속지 않도록 조심해야지요. 주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주님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하셨으니까요. 또 조심할 것은 육체를 위하여 심느냐? 아니면 성령을 위하여 심느냐 하는 문제이지요. 땅에 심느냐? 하늘나라에 심느냐? 이 문제는 허무함을 거두느냐? 아니면 보람을 거두느냐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빠지지 말아야할 함정이 씨앗을 뿌리고 관리하며 열매를 기다리다가 낙심하지 말 것입니다. 내 때가 아니라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거두게 하실 것이니까요. 자녀손들을 위해 기도하다가 중단하지 말아야지요. 기도는 우리의 소관이고 응답은 하나님의 소관이니까요. 2023년 한 해, 우리 웃음을 심고 행복을 거둘 것입니다. 찬송을 심고 하늘의 영광을 거둘 것입니다. 기도를 하늘나라 보좌에 심고 기도의 응답을 거둘 것입니다. 특히 씨앗을 뿌리고 가꾸다가 거짓말에 속지 말 것입니다. 육체를 위하여 심지 말고 성령을 위하여 심을 것입니다. 그리고 끈질기게 심을 것입니다. 심고 거두는 법칙을 통해서 일년 내내 주 안에서 행복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정말 없으면 못사는 게 뭘까?

오래전 일입니다. 2년 동안 외국에 나가셨던 분들이 돌아오셨습니다. 2년 동안 아빠만 여기 남겨 두고 엄마와 자녀들 모두가 해외에 나가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 학업 때문입니다. 2년 동안 독수공방 했던 남자 집사님에게 제가 축하한다고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정말 수고하셨네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를 향해서 중얼거렸습니다.
“남자 혼자 어떻게 사셨을까?”
뭘 썰고 있던 아내가 칼을 번쩍 들더니 냅다 한마디 던지는 거였습니다.
“당신은 나 없으면 못 살지?”
“어? 어, 그런가?”
“당신은 나 없으면 못 살아.”
“그렇지, 그렇구 말구.”
속으로는‘살면 살지 못살 것도 없지.’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속이 후련하라고 맞장구 쳐 주었습니다. 또 비위 맞추어 주느라고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사실은 아니라고 했다가는 후환이 두려워서 꾸욱 참았습니다. 그날 저녁 아내는 동태찌개를 얼큰하게 끓였습니다.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동태찌개를 먹어 보니 정말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했습니다.
“정말이네, 동태찌개를 먹어보니 당신 없으면 나는 못 살 것 같네.” ㅋㅋ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살짝 흐르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그리고 혼자 생각합니다. 정말 없으면 못 사는 것, 그게 뭘까? 정말 없으면 못 사는 것, 그걸 알고 그걸 소중히 여기는 인생이라면, 2023년 한 해도 의미와 보람이 가득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요? 오늘은 정말 없으면 못하는 것, 그걸 찾고 정해 두어야겠습니다. 그럼 걸어갈 길이 보이겠지요. 

◈혓바닥 뽑힐 뻔 한 날

언젠가 먹는 거 때문에 혓바닥 확 뽑힐 뻔 했습니다. 둘째가 어딜 다녀오면서 호두과자를 한 봉지 사왔습니다.
“아빠 좋아하시는 거라고 사왔어!”
하나 입에 넣어 봐야 기별도 가지 않지요. 에라 모르겠다, 몇 개를 입 속에 왕창 집어넣고 오물거리다가 그만 목이 막혀서 캑캑거렸지요. 그리고 물을 마셨는데 여기서부터 그만 뭐가 잘못 된 겁니다. 갑자기 딸꾹질이 시작됐습니다.
‘딸꾹, 딸꾹.’
처음엔 그러다 말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쉬지도 않고 딸꾹거리니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해외 토픽에 수 십 년 동안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서 고생한다는 분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만약 그렇다면 목사는 그만 두어야겠지요?
“에, 딸꾹, 성도 여러분! 기도하겠습니다. 딸꾹, 하나님, 딸꾹. 성경말씀 딸꾹?”
에구구, 상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아빠! 왜 그래?”
“딸꾹질이 멈추질 않아.”
아내도 조급한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둘째가 황당한 처방을 내 놨습니다.
“딸꾹질? 그거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혓바닥을 잡아당기면 멈출 수 있대?”
“뭐? 정말? 혓바닥을? 내밀어 봐요.”
아내가 한 마디 하더니 어느 새 갈쿠리 같은 손이 제 입 앞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제 혓바닥을 확 잡아 땡긴 겁니다.“아악!”
그때 정말 혓바닥 뽑히는 줄 알았습니다. 서너 시간 딸꾹거리다가 멈추었지만 혓바닥은 한동안 얼얼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먹는 것에 욕심내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새해에는 정말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먹고 싶어도 참고, 견디고, 절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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