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치러진 2022 미국 중간선거는 많은 이들의 예측과는 반대로 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선거 전부터 주요 여론조사와 언론들은 공화당의 압도적 승리를 뜻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물결)를 예상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반부에 치러지기 때문에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집권세력의 무덤’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낙태권 이슈를 중요하게 여긴 민주당의 숨은 지지층 ‘샤이 바이든’ 효과와 민주주의 위기를 느낀 ‘반(反) 트럼프’가 결집했기 때문에 집권당이 선방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개표 직후 상원의석 48석에 머물러있던 민주당이 개표진행 3일차에 애리조나주에 이어 네바다주에서도 극적인 승전보를 울리며 상원의석수 50석을 차지했다. 특히 네바다는 5일 전부터 계속 뒤지고 있던 민주당 매스토 의원이 개표율 96% 상태에서 공화당의 랙설트 후보를 0.5% 포인트 차로 역전하면서 민주당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처럼 상원 선거의 초박빙 격전지 2곳이 민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조지아주의 결선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민주당이 상원의 주도권을 유지하게 되었다. 참고로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래피얼 워녹 후보가 공화당 허셸 워커 후보에게 소폭 앞섰으나, 과반 득표를 못 해 주법에 따라 다음 달 6일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조지아주의 결선 투표에서 민주당이 지더라도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 의장으로 캐스팅 보트를 쥐기 때문에 상원에서 민주당 51석, 공화당 50석이 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허를 찔린 대표적 승부처가 펜실베이니아다. 상원 다수당 향방을 결정지을 경합주로 꼽혔던 이곳에선 예상과는 달리 민주당 존 페터먼 후보(50.6%)가 공화당 메메트 오즈 후보(47%)를 꺾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우세가 예상됐지만, 선거를 한 36곳 중 경합주 3곳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17곳, 공화당이 16곳을 가져갔다. 하원 또한 민주당이 선전했다. 하원은 435석 가운데 민주당이 204석, 공화당이 211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기준). 공화당이 여전히 하원 다수당이 될 확률이 높지만 우편투표가 많은 서부 주들의 개표가 계속되면서 민주당이 대부분의 접전 지역에서 계속 승리를 거두고 있고, 뒤늦게 도착한 우편투표까지 집계하는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의 개표가 진행되면서 선거 직후보다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AP보트 캐스트가 이번 선거에 참여한 전국 유권자 9만4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경제적 불안으로 공화당 후보를 찍을 거라고 예상됐던 무당파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3%포인트 더 지지했다. 그 중심에 낙태권 문제가 있었다. 초기 출구조사에서 이번 선거에 영향을 끼친 이슈 1·2위에 물가 상승(31%)과 낙태권(27%)이 비슷하게 꼽혔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공화당 후보가 낙태권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면서 일반 공화당원에게조차 반감을 샀기 때문에 선거에서 진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또, 이번 선거에선 낙태권 관련 정책 투표가 5개 주에서 열렸는데, 진보 성향의 3개 주(버몬트·미시간·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보수 성향 지역인 켄터키·몬태나주도 낙태권을 옹호하는 유권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낙태권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보다 ‘반트럼프’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 트럼프파로 대선 사기를 주장한 극우 성향의 공화당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0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공을 들였던 핵심 6개 지역 모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에 동조한 후보들이 패배했다. 뿐만 아니라 미시간과 애리조나, 네바다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되풀이 한 주 장관 후보들이 모조리 패배했고, 조지아의 경우 이미 지난 5월 프라이머리 단계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민심이 이들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성숙도를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이는 미국의 중도층과 MZ세대가 2020년 대선 불복을 외치고 각종 문제로 재판받게 되는 트럼프를 배척한 결과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트럼프를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이 공화당에서도 일고 있다. “공화당은 미래 사전에서 트럼프 일가를 퇴출시켜야 하는 게 명확해졌다”(애덤 킨징어 의원). “이제 트럼프는 백미러에 두고, 당과 괜찮은 후보와 함께 나가야 할 때다”(제프 덩컨 조지아주 부지사).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간선거 후, 트럼프가 2024년 대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고,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실력이 부족한 후보들이 공화당을 나락으로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미국 의회는 양원제로 운영된다. 하원의 결정을 상원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원은 한국의 국회와 비슷하게 인구수에 맞춰 의석을 뽑지만, 상원은 주마다 2명씩만 뽑는다. 그래서 50개주가 있으니 미국 내 상원의원은 100명이다. 사실 양당제가 굳건한 미국에서 하원은 웬만하면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이 승리하는 게 공식화되어 있다. 반면에 상원은 비교적 현정부인 여당에게 표를 주는 편이다. 그리고 상원 의장은 부통령이 겸직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대통령+상원 vs 야당+하원으로 상호 견제하는 것이 미국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취임한지 2년만에 치러지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이 공화당에 갈 것이 기정사실이었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원을 지키는 것이 목표였다. 코로나와 전쟁으로 힘들어진 경제 탓에 바이든 위기론이 대세였고, 이로 인해 상원까지 야당으로 넘어갔다면, 바이든은 ‘식물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칠 뻔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존의 상원 50석을 사수하면서 승리했고, 하원 또한 현 220석 대비 아주 적은 의석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는 1998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여당으로서는 최대 승리를 한 선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숱한 논란과 불안정한 경제상황에서도 미국 국민은 현 정권을 변함없이 지지했다. 이는 분명 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며 끝까지 힘을 내어 미국을 이끌어 달라는 당부의 목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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