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이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불통 사태가 벌어졌다. 10시간 넘게 택시 호출, 지도, 결제, 가상화폐 거래, 본인 인증 등 카카오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췄다”는 말이 나올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진, 동영상, 파일 발송 등 주요기능은 화재발생 후 30시간만에 복구되었다. 이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는 플랫폼 독점 사회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더불어 카카오의 위력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의 서버 3만2000대 등이 지하실 화재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해외에 거주 동포들은 카카오톡을 이용해 문자나 사진을 주고 받고, 영상통화를 즐겨한다. 카톡 이모티콘은 대화의 활력소가 되어 주기 때문에, 카톡은 해외 동포들에게도 필수 메신저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밤, 갑자기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카톡방이 수십개는 있기 때문에 자주 카톡 수신음이 들리는데, 그날은 조용했다. 처음에는 그 조용함을 즐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먼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계속해서 전송하지 못했다는 메세지가 떴다. 서너번 전화기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다. 카카오톡 자체의 문제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한시간이 지나 사진을 전송하려고 했는데, 또 전송이 되지 않았다. 단순히 문자와 사진을 보내지 못한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웠는데, 사회 전반적인 서비스를 카카톡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내에서의 불편 정도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카카오톡 이용자 5000만명, 카카오페이 3700만명, 카카오 인증서(본인 인증) 3300만명, 카카오 T(택시·대리) 3000만명 등 카카오 먹통 사태는 단순히 카카오 서비스 20여 종이 멈추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카카오의 지도, 로그인, 결제 시스템 등을 이용하는 타 기업과 연동된 정부 민원 서비스까지, 일상의 모든 서비스가 멈춰버렸다. 


    운전 도중에 지도 앱이 멈춰 운전자들은 당황했고, 저녁까지 택시 기사와 승객들은 옛날식으로 길에서 손을 흔들어 차를 잡고 손님을 태웠다. 은행에 넣은 돈에 손을 댈 수 없게 된 사용자들이 받은 충격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로그인 방법으로 카카오톡과 애플 계정을 통한 두 가지 방식만을 쓰고 있어, 이용자 상당수가 가상화폐 거래를 하지 못하는 피해를 겪었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안전신문고 앱도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 위치 기반으로 불법주정차, 생활불편 등 민원 신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카카오 지도를 연동해 놓아 아예 신고 자체가 안 됐던 것이다. 또 카카오 T 등 서비스와 생계가 연계된 자영업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IT 최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지하에 있는 전기실에 불이 났다고 전국이 한꺼번에 ‘먹통’이 되는 게 말이나 되냐, 하필이면 장사가 제일 잘되는 주말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배달업체, POS기 다 작동이 안 돼 엄청난 손해를 봤다.”서비스 장애가 장시간 이어지면서 탈(脫) 카카오 움직임에도 시동이 걸렸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상황실을 장관 주재로 격상하라고 지시했고 과기정통부 장관은 서비스 장애로 국민이 불편을 겪게 된 데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까지 했다. 


    이번 사태는 정보통신기술 강국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얼마나 취약한 사회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센터는 국가 기간 시설 못지않게 중요한 보안 시설이다. 화재, 천재지변, 테러 등 어떤 사태에도 데이터센터는 안전하게 가동되어야 한다. 위기 대응에 취약한 민낯을 드러낸 이번 사태를 계기로 ICT 시스템 장애와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민관이 합동으로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이중 삼중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재난 대응 매뉴얼을 최신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카카오는 무료 카카오톡으로 이용자 수를 급격히 늘린 뒤 전방위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계열사를 136개나 거느린 시가총액 22조원의 공룡 플랫폼 기업이다. 한국내 택시 호출 서비스의 90%를 장악했고 쇼핑, 결제, 콘텐츠 산업, 금융업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회사를 키우고 시장을 장악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ICT기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서버의 안전 관리와 재난 복구 대응에서는 허술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버 등 다른 입주 기업들과는 달리, 카카오는 화재 발생 하루가 넘도록 서버 절반도 복구를 못했다. 입주한 성남 SK 판교 캠퍼스의건물 화재 시작과 동시에 작동했어야 할 비상체계인 ‘이중화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평소 운용되는 장비를 못 쓰게 될 경우 나머지 하나의 비상 장비가 즉시 작동해서, 서비스의 중단을 최소화하는 것이 전산 장비 이중화의 목적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사고 이후 24시간이 넘도록 완전 복구가 이뤄지지 못했다.


    개인들이 보험을 들듯이 정보통신 기업들은 장애 대책에 투자해야 한다. 보험처럼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 비용을 아깝게 여기다 보니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메신저 등 다른 서비스에 대해서 장애 대비책이 요구되지 않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 11항에서는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 4시간 이상의 장애가 발생해 서비스 제공이 중단될 경우 이용자에게 그 사실과 손해배상의 기준과 절차 등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 예방 및 신속한 복구 대책은 정보통신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 경영에 필수적이다. 이번 사고에서 얻은 교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안정적 서비스 제공 장치가 필요하다. 버스·철도·항공 등 교통수단이 고장 나면 비상 운행 편을 제공하듯 정보통신산업에서는 시스템 이중화나 삼중화, 감시, 그리고 백업 등 여러 가지 장애 대책이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장애 대책을 제대로 갖췄다면 데이터센터 하나가 못쓰게 된다고 모든 서비스가 장시간 멈출 일은 없었을 것이다. 둘째, 정보통신분야에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민간기업의 서비스 장애로 인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방송·통신 재난 상황실’을 설치하고 대통령실이 대책을 독려하는 상황은 특정 서비스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의 제공은 국가에도 기업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먹통되는 일이 없도록 안정적인 통신수단을 중심으로 소통하되, 원리가 다른 통신 경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소통 수단의 다양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통신체계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정보통신업계는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장애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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