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내내 입술이 바싹 마르더니 결국 입안이 헐었다. 이 때문에 며칠째 말도 제대로 못하고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곱 통의 전화를 받고 난 뒤에는 지쳐있던 몸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전화내용들은 모두 비슷했다.“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주어서 정말 감사하다. 이런 행사가 덴버에서 열리게 해주어 감사하다. 연습하는 동안 모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에 덩달아 부모들도 좋았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해 하는 목소리였다. 청소년 음악회를 준비하느라 의자도 옮기고, 책상도 치우고, 무대 세팅도 하고, 공연후에도 청소하고 마무리하느라 계단을 얼마나 오르락 내리락 했는지 모른다. 몸살 난 포커스 식구들도 이들의 전화 덕분에 보람을 느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닌데 많이 걱정했다. 혹 가요제 진행에 문제가 생길까 공연시간 내내 불안했었다. 청소년 음악회는 6시부터 시작이었는데, 참가자들은 3시부터 대기실에 모여 연습을 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금세 친구가 되어있었다. 역시 젊음이 좋다. 2백여 개의 좌석이 마련됐고, 150여명이 넘는 인파가 공연장 1, 2층에 서거나 혹은 앉아서 공연에 몰두했고, 친구들은 대기실인 문화센터에서 출전시간을 함께 기다려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인생에서 가장 진지한 그들의 무대를 위해 꽃다발과 응원 배너를 가져온 친구들, 노래를 함께 따라 불러주는 가족들, 힘내라고 응원의 함성을 보내고, 힘껏 박수 쳐주는 친구들을 보면서‘감동’이라는 단어는 이때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구경온 관중들 또한 이처럼 많은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를 줄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수상자를 조금 더 늘릴 걸 잘못 했나 보다. 이번 청소년 음악회는 11팀 중 5팀에게 상이 돌아가면서 상을 받지 못한 이들이 생겼다.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탈락자는 꼭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음악회의 참가자들은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탈락자는 결코 아니다. 이미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에 모두 상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날 아이들이 대견했던 모습은 무대뿐 아니라 대기실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서로를 축하해주고, 위로해주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공연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날 이들은 어떤 유명 가수들보다도 멋져 보였다.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진지함은 필자뿐 아니라 공연장에 함께 있었던 관중들에게도 분명 전해졌을 것이다.

 요즘에 한국에서는‘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쟁쟁한 실력의 가수들이 최고의 무대를 위해 연습하는 모습, 그들의 열정과 실력에 온 국민이 반했다. 가슴 벅찬 노래 실력들도 대단하지만 ‘나가수’ 라는 프로그램이 국민들 속으로 이렇게 까지 깊이 파고 들 수 있었던 것은 노래를 부르기 전 준비과정을 인간답게 풀어낸 데 있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고, 마음껏 즐기고, 가수들은 이 세 박자를 잘 표현해주었다. 물론 그들의 노래실력을 우리 아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노래를 향한 열정만큼은 결코 진짜 가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나가수’ 라는 프로그램에서 얼마 전 한 가수가 탈락을 했다. 그는 누가 들어도 최고 목소리의 소유자이다. 모든 심사위원들이 그를‘한국 최고의 보컬리스트, 천상의 소리’라며 극찬을 했지만 그는 경연에서 탈락했다. 비록 그는 그 무대에서 탈락되었지만, 그의 음원 판매는‘나가수’ 무대에서 1위였던 가수 임재범의 그것을 능가하며 최고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필자는 공연을 마친 다음날, 음악회에 참가했던 두 사람에게 전화해 내년에 있을 행사에 오프닝 쇼를 부탁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경연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 비록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멋진 오프닝 쇼를 장식해 줄‘가수’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 동포적인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성공여부를 떠나 기획 의도에 힘을 실어주며 후원했다. 필자도 몸은 힘들지만, 이들에게 꿈을 펼쳐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에 대해서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멋진 무대에서, 더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 속에 우리 아이들을 세우고 싶다는 욕심만 자꾸 생길 뿐이다. 참가팀 모두에게 그 날 하루는 ‘나가수’에 나오는 진짜 가수 같았다는 말을 미처 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들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꼭 전하고 싶다. 이 공연에서 우리 꼬마 가수들은 필자에게‘감동’을 선물로 주었다. 내가 받은 선물을 더욱 근사하게 돌려주기 위해 개선시켜야 할 사항들을 이미 조목조목 적어 놨다. 내년에는 더 많은 팀에게 상을 돌릴 생각이다. 또, 새로운 공연장도 알아볼 생각이다. 오늘 아침에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 가운데서도 덴버 한인 사회를 위한 새로운 시도와 열정에 감사를 드린다”는 또 하나의 메일이 왔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멋진 무대를 만드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이 주춧돌을 쌓는데 동포사회 모두가 동참해주길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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