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반외세 정파를 이끄는 이슬람 시아파 정치인 무크타다 알사드르(사진)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내각 구성 실패, 의회 점거 농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의 은퇴 선언이 촉발한 정파간 무력 충돌로 유혈사태까지 빚어져 이라크의 정국 혼란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알사이룬 정파 지도자인 알사드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동료 시아파 정치인들이 개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나는 최종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정치 활동과 관련한 기관이나 사무실은 폐쇄될 것이나, 문화·종교 시설 운영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지난해 10월 총선을 치렀으나, 내각 구성 문제를 놓고 알사이룬 정파와 친이란 정파 사이 갈등이 10개월 넘게 이어졌다. 알사이룬 정파는 총선에서 73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됐으나, 내각 구성에 실패했다. 친이란 정파 연합체인 '조직의 틀'(Coordination Framework)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면서 알사이룬 정파의 내각 구성에 반대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알사이룬 정파 소속 의원 73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알사이룬 정파 지지자들은 의회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알사드르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해왔다. 이날 알사드르의 정계 은퇴 선언 후 지지자 수백 명은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 사무실을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총리 관저와 외교 공관이 밀집한 '그린존' 내에서는 알사드르의 지지자와 친이란 정파 추종자들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AFP 통신은 이날 그린존 내에서 양 정파 지지자들 사이에 총격전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2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현지 의료진을 인용해 최소 5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알사드르는 '평화 여단'이라고 불리는 무장 전투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친이란 정파는 민병대와 연계해 이라크 정치·사회 등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국영 INA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군 당국은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전국적인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앞서 군 당국은 이날 오후 3시 30분에 수도 바그다드에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이를 무시했다. 보안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터뜨렸다. 외신들은 알사드르가 과거에도 정계 은퇴 선언을 했다가 복귀한 적이 있지만, 현재 이라크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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