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이 지나고 중복과 말복이 기다리고 있는 여름마다 한국의 개고기 식용은 올해도 전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한국 개 식용 반대 캠페인에는 다수의 할리우드 스타들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명배우인 킴 베이싱어가 중앙일보에 기고문을 보냈다. 내용은 한국 개 식용 반대에 관한 것이었다. 킴 베이싱어는 한국 개 식용 반대에 앞장서는 할리우드 스타들 중 한명이다.  그는 2019년에는 초복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해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복날추모행동’ 집회에서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 심사 및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2018년에도 LA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개고기 식용 반대 시위에서 프리실라 프레슬리, 도나 데리코 등은  ‘개고기 식용 금지(stop dog meat)’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박제된 개를 들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 있는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하 HSI)’의 한국 개고기 반대를 위한 활동은 전방위적이다. 이는 미국, 한국 등 전 세계 50개 국가에서 동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적인 단체다.  이번에도 이 단체는 한국의 초복을 이틀 앞두고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개농장에서 도축 직전의 개 21마리를 구조했다. 영문으로 된 HSI 웹사이트에는 ‘Bok-Nal(복날)’ ‘Bo-Sin-Tang(보신탕)’ 등 낯익은 용어가 눈에 띈다. 그동안 HSI는 코리안 K9 레스큐, 라이프 애니멀 레스큐 등 동물보호단체들과 연계해 홍성, 고양, 성남, 예산, 남양주, 김포, 용인 등 전국을 다니며 개농장에서 도살 직전의 개를 구출하고 업주들의 사업 전환을 도왔다.  HSI는 2017년 1월 강원도 원주 지역 한 개농장에서는 무려 219마리를 구조한 적도 있다. HSI는 현재 한국에서 개 식용을 종식하겠다는 목표 하에 ‘모델 포 체인지(Model for Change)’ 프로젝트를 7년 전부터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영구폐쇄된 한국 개농장은 총 17곳이다. 지금까지 2500마리 이상의 개가 구출됐고 이 중 1900마리가 미국으로 입양됐다. 지난달에는 한국에서 구출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개들의 초상 사진전을 할리우드에서 열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개 구조 단체들은 수십개에 이른다. 미국과 연계된 소규모 구조 단체까지 합하면 실제 개농장에서 구출돼 미국으로 입양되는 개는 수천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대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한국이 이제는 개까지 수출하는 모양새다.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한 개는 총 1만5165마리다. 2019년에 1만325마리, 2020년에 1만1908마리 등 계속해서 늘고 있다. 개농장에서 구출한 개를 굳이 머나먼 미국까지 입양을 보내는 이유는 동물 보호 및 권리에 대해 여전히 저조한 한국의 제도와 인식과 관련이 있다. 한국 내에서 입양을 보냈는데 다시 잡혀 먹히는 경우도 많고, 마당에 묶어서 키우는 시골에서는 개를 훔쳐 식당이나 개장수에 파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조팀 입장에서는 개고기가 되기 직전 구조를 하더라도 동물 보호 시설 부족으로 보낼 곳이 없다. 이 때문에 구조 단체들이 미국 동물 보호단체와 연계해 입양을 시도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38만 가구로, 1500만명 가량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93%에 달했다. 다만 법적 제재를 놓고는 선택할 권리라는 점에서 찬반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반대 이유로는 먹는 것에 대한 취향은 인간의 기본권리라는 점과 개인의 이익추구에 대한 법적금지 불가 등이 꼽혔다. 


    그런데 한국인끼리 법제화 논란을 벌이는 동안, 해외에선 개고기 금지법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굳어졌다. 가장 상징적인 조치가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나왔다. 개고기를 먹지도 않는 미국이 굳이 ‘개와 고양이 식용 산업 금지법(Dog and Cat Meat Trade Prohibition Act)’을 만들었다. 2018년 연방 상하원을 통과한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서명으로 그 해 12월 20일 발표됐다. 도살과 식용뿐 아니라 개와 고양이 고기의 수출입, 유통, 배달, 소유, 매매, 기부 등을 전면 금지했다. 적발되면 5000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에 개나 고양이 고기를 먹는 습관이 없는데도 굳이 법제화한 이유가 있다. 미국 국내법이지만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 개와 고양이 식용을 금지하라는 메시지를 전하자는 취지였다.


    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곤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게 대세다. 대만은 2017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개 식용과 도살을 법으로 금지했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10월 처음으로 개고기 매매자를 기소해 10개월 형과 벌금 1만 달러를 부과했다. 베트남도 동참했다. 아직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법제화로 개 식용에 대한 국민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다. 선진국 중 개 식용을 방치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개 식용은 한국의 평판 리스크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최근 아시안 증오범죄가 증가한 상황에서 개고기는 한인에 대한 인종 차별의 기폭제로 작용될 수 있다. 실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손흥민(30·토트넘) 선수에게 상대팀 일부 팬들이 ‘개나 먹어라’는 모욕을 했고, 그에 앞서 박지성 선수는 팬들에게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라는 노래를 듣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도 동급생들로부터 개먹는 사람들(Dog eater)이라는 말을 종종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미국에선 ‘한국은 식용을 위해 산업차원의 농장을 차려 개를 키우고 도살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개 사육과 도축의 잔혹함이 알려져 국제적인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 이미지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인간과 가장 가깝게 공감하는 동물인 개는 다른 가축과는 다르다. 개는 수만년 동안 사람과 동반자로 살아오는 과정에서 반려동물 지위를 획득했다. ‘반려’라는 말이 의미하듯 개는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려가족으로 여기는 동물을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도 식용 문제는 담기지 않았다. 앞서 20대 국회 당시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동물의 살상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20년에도 한정애 의원이 '누구든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못사는 시절에는 먹을 것이 없어 개를 먹었다지만, 지금은 보양식, 건강보조식품이 지천에 널렸다.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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