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K-팝의 내륙 허브로 자리잡을까?

 

지난 2월 9일, 올해 덴버 공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에릭 남이 잉글우드 고틱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2월 9일, 올해 덴버 공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에릭 남이 잉글우드 고틱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의 창궐로 잠잠했던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미국 공연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도 막지 못한 K-팝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케이팝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덴버가 뜻밖에도 미 중서부 내륙 지역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연지로 부상하고 있다. 록키산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덴버는 등산, 스키, 암벽등반, 산악자전거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의 인구유입률이 높고, 정치적으로도 진보적인 성향이 높은 도시라 새로운 문화나 타인종에 대한 배타심이 적은 도시이다. 또 음악이나 예술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즐기는 경향이 높아 비틀즈에서부터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본조비, 퀸 등 유명한 가수들에서부터 언더그라운드 가수들까지 덴버를 꾸준히 찾아 공연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수들의 공연은 전무후무하다시피 해왔다. 한국에서의 덴버의 인지도가 낮아서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덴버에서 케이팝 팬층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꾸준히 덴버를 찾은 케이팝 가수들의 공연에서 증명된 덴버의 케이팝 팬층은 덴버가 케이팝 시장을 지원하기에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처럼 한인 청소년들의 비율이 많지 않은 덴버의 케이팝 팬층의 대부분은 미국인 팬들이기 때문에 미국내에서의 케이팝 인기잣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표본이 될 수 있다.

    먼저 올해 덴버 공연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감미로운 목소리의 엄친아 에릭 남(Erik Nam)이었다. 에릭 남은 지난 2월 9일에 잉글우드의 고틱 극장에서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 이후 4월 3일에는 덴버의 더 서밋 공연장에서 2019년에 데뷔한 5인조 보이 그룹 배너(Vanner)의 공연이 이어졌다. 배너의 경우, 데뷔 이후 3차례 미국 공연 및 팬미팅을 가졌는데, 이 3번의 미국 방문에 덴버를 빠짐없이 포함시켜 덴버 팬들로부터 덴버와 배너의 합성어인 덴베너(DenVanner)라는 애칭까지 얻었을 만큼 콜로라도에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4월 4일에는 타블로, 미쓰라 진, DJ 투컷으로 구성된 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Epik High)가 덴버의 오그든 극장에서 수백명의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했으며, 또 지난 5월 13일에는 2020년에 데뷔해 이번에 첫 미국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피원하모니(P1Harmony)가 덴버의 필모어 오디토리엄에서 많은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성공적인 공연의 막을 내렸으며, 그루블린(Groovlin)이 덴버 오리엔탈 극장에서 지난달 19일 열정적인 무대로 첫 공연을 마쳤다.


     케이팝 그룹들의 덴버 공연 러시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월 17일에는 포트 콜린스의 애기 극장(Aggie Theater)에서 다크비(DKB)가, 6월 28일에는 볼더의 팍스 극장(Fox Theater)에서 골든 차일드(Golden Child), 7월 12일에는 덴버의 필모어 오디토리엄에서 드림캐쳐(Dreamcatcher)가, 그리고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Brave Girls)가 첫 미국공연 투어 9개 도시에 덴버를 포함시켜 7월 19일에 덴버에서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한국의 기획사들이 덴버를 미 중서부 내륙 지방에서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중간 기착지로 잇따라 포함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도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공연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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