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선교사 임동섭 목사

   제 친구 A 목사님이 목회하던 A 교회에 이웃 교회 P 집사님이 오셨습니다. P 집사님은 A 교회로 옮기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P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P 집사님은 P 목사님으로부터 받았다는 상처를 나열했습니다. 같은 목사로써 이웃 교회 목사님 흉보는 것을 듣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A 목사님은 P 집사님에게 이렇게 말씀했다고 합니다. “집사님이 당한 고통을 십분 이해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목회자가 신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예수님도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아십니까?” 그랬더니 P 집사님이 깜짝 놀라 더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느냐?”는 표정이었습니다. A 목사님이 말했습니다. “예수님도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바리새인에게는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해서 상처를 주었습니다. 베드로에게는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고 상처를 주었습니다. 포도주가 없다고 말한 어머니에게는 ‘여자여, 아직 때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서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 예수님의 어머니는 이와 같은 상처를 통해서 더 배우고 자랐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상처를 준 예수님이 문제입니까? 예수님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문제입니까?” P 집사님은 1년 정도 A 교회에 출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A 목사님으로부터 상처를 받아서 교회를 옮겼다고 말하고 다닌답니다.


    사람들이 보통 상처받았다고 할 때 대부분 자기 방어차원에서 듣기 때문에 상처가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상처를 받을 때 자기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기보다 감정부터 상합니다. 또한 상처를 통해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와 갈등은 좋은 것이 아니지만 언제나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면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상처는 받기에 따라 우리가 자라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런데 상처를 다 나쁜 것으로 여기고 상처를 준 사람을 원수처럼 대하고 떠나면, 똑같은 상황이 닥치면 또 다시 상처를 받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두 가지가 분명합니다. 반드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언제나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 둘이 있습니다. 결혼과 크리스천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한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신앙생활은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잘 다루는 생활입니다. 인생은 10%의 사건이요 90%의 반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대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용연향(龍涎香/ambergris)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는 고래로부터 나오는 최상품의 값비싼 향수입니다. 고래가 어떤 상처로 인해 가슴이 닳고 헐었을 때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연고 같은 액체를 흘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용현향입니다. 깊은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고래의 몸부림이 세계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향수를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상처는 분명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상처에 대한 반응에 따라 우리 인생이 달라집니다. ‘상처는 별이 된다’(Scars into stars)는 서양 격언이 있습니다. 물론 상처(scar)가 다 별(star)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한 현재의 아픔에 대해 신앙적으로 반응하고 그 상처에 하나님이 역사하시면 큰 상처가 오히려 큰 별이 되는 것입니다. 상처란 하나님을 경험하는 본질적인 장소라고 ‘안셀름 그륀’이 말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 인생에서 상처를 일으키는 사건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처를 일으키는 사건을 나와 관련된 문제로 받아들이고 마음이 상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선택할 권리는 전적으로 나에게 있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오드리 헵번(1929∼1993)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수려한 외모와 매너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깊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부모의 이혼과 전쟁입니다. 히틀러가 고향 마을을 점령했을 때 우울증과 영양실조에 시달렸습니다. 인생에 반전이 찾아온 건 1950년입니다. 감독의 눈에 띄어 단역으로 데뷔한 뒤 최정상 배우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인기 절정기에 그는 세상 명예와 쾌락에 빠지지 않고 어린이 구호에 앞장섰습니다. 87년 헵번은 유니세프의 특별대사로 지명되자 영화배우보다 구호 활동이 더 행복하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그는 전쟁터의 아이들을 돌봤는데,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아들에게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매혹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의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과 나눠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네가 결코 혼자 걷지 않음을 명심하며 걸으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회복돼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져서는 안 된다.” 헵번에게 부모의 이혼과 전쟁은 상처였지만 다른 사람의 어둠을 밝히는 별이 됐습니다. 우리의 상처(scar)도 별(star)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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