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잘 나가는 예능 PD들의 이적 소식이 최근 잇따라 나오면서 콘텐츠 업계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26일 방송가에 따르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놀라운 토요일', '여고추리반' 등 CJ ENM의 간판 예능을 만들어온 PD들이 줄줄이 퇴사 의사를 밝혔거나 이미 퇴사했다. 반면 JTBC는 CJ ENM 출신 PD들을 포함해 다른 방송국 PD들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송사를 떠난 PD들 가운데는 김태호 PD처럼 직접 소규모 제작사인 레이블을 차리거나, 독립된 제작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로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콘텐츠 '공룡 기업'으로 불리며 수년간 잘 나가는 스타 PD들을 영입하며 신선한 예능 프로그램을 내놨던 CJ ENM이 최근 잇단 인력 유출을 겪고 있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으로 논란을 빚었던 tvN '유퀴즈'의 김민석 PD와 박근형 PD의 JTBC 이적 논의가 대표적 사례다. 올해 초 가희, 선예 등 왕년 아이돌의 복귀 무대로 화제를 모았던 tvN 음악 예능 '엄마는 아이돌'을 선보인 민철기 PD는 이미 JTBC로 이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 출근할 예정이다. MBC에서 음악 예능 '복면가왕'을 성공시킨 뒤 2017년 tvN으로 이직한 지 5년 만이다. 여기에 '인생술집', '놀라운 토요일' 등을 연출한 이태경 PD,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추리 예능 시리즈를 연출한 정종연 PD도 CJ ENM을 떠나 김태호 PD의 제작사 합류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CJ ENM이 직면한 인력 유출은 수년 전부터 방송사들이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 CJ ENM이 지상파 PD들을 흡수했다면, 이제는 OTT, 제작사들이 '스타 PD' 모시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KBS에서 '불후의 명곡'을 연출하던 권재영 PD는 지난 2월 제작사 A9미디어로 이적했고, 지난해 SBS에서 퇴사한 '정글의 법칙'의 민선홍 PD는 디즈니+로 이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tvN에서 정치 풍자로 주목받은 'SNL 코리아'를 만든 안상휘 CP는 제작사 에이스토리로 자리를 옮겨, 새로워진 'SNL 코리아'를 쿠팡플레이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PD들 사이에서는 TV 예능의 경우 제작비도 OTT 등과 비교해 여유롭지 않은 편이고, 편성된 일정에 맞춰 방송분을 완성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등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태다. 최근 PD들은 콘텐츠 제작에 어느 정도 독립성을 보장받는 곳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 PD들은 방송사에 소속된 '월급쟁이'보다 창작자로서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고, OTT나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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