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지나가던 남성과 부딪혀 복권 판매기 버튼을 잘못 눌렀다가 돈벼락을 맞았다. 지난주 미 복권국은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이 1000만 달러에 당첨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녀가 당첨된 사연은 아주 우연에 기인했다.  이 여성은 싼 값의 즉석 복권을 살 생각으로 복권 판매기에 40달러를 넣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순간 한 ‘무례한’남성이 그녀는 밀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30달러짜리 복권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밀친 남성에게 화가 났지만, 바로 차로 돌아가 복권을 긁기 시작했고 무려 천만 달러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뜻밖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영어 단어에 Serendipity(세렌디피티)라는게 있다. 뜻밖의 행운, 우연한 발견을 뜻한다. 미국 저널리스트 피터 반햄의 저서 <CEO의 이력서 / Before I was CEO>에는 세계적 리더들이‘뜻밖의 행운’덕분에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면서, 이 세렌디피티에 대한 자세한 풀이를 해놓았다. 세렌디피티 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BTS 지민과 알버트 포시스도 이 단어를 제목으로 하는 노래를 발표했었고, 서울에도 이 이름을 상호로 카페, 식당, 꽃집 등이 무수할 정도로, 알고보면 핫한 단어다. 


    이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호레이스 월폴이다. 그러나 그 유래는 훨씬 오래전 4세기경 페르시아 문호 아미르 호스로 델라비의 <8개의 천국>에서 기인되었다. 페르시아의 왕자들이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서 남아시아의 섬나라 세렌디포(스리랑카)로 여행을 갔지만, 도둑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다가 풀려나와 오히려 왕의 자문이 되는 이야기 ‘세런딥의 세 왕자’가 그 기원이다. 이 동화는 여행을 떠난 세 왕자의 모험담으로, 원래 자신들이 바라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여행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 


    그러나 그 여정을 통해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세렌디피티는 이 동화의 왕자들이 얻게 된 뜻밖의 결과물에서 유래해 ‘뜻밖의 행운’, ‘우연한 발견’을 뜻하는 단어로 자리잡게 된다.  이 이야기는 베네치아를 거쳐 영국으로 전해졌고, 18세기 영국 작가 호레이스 월풀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호레이스는 영국의 초대 총리를 지낸 로버트 월폴의 아들로, 현실정치에도 참여했지만 소설가로 지낸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다. 월폴은 1754년 1월, 먼 친척이자 친구인 호레이스 만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나는 매우 의미가 있는 세렌디피티라고 불리는 용어를 발견했다네. 당신에게 이 말밖에 전할 수 없기 때문에 설명을 하겠네. 그러면 용어의 정의보다도 그것이 어떻게 파생됐는지를 이해할거네. 나는 예전에 세렌딥의 세 왕자라는 동화책을 읽은 적이 있다네. 이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행의 막바지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들을 총명함으로 해결했는데, 예를 들면 노새가 지난 길을 저녁 늦게 가면서 오른쪽보다 왼쪽에만 풀이 심하게 뜯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 노새가 오른쪽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거야. 세렌디피티라는 말을 이해하겠나?’월폴은 이 편지에서 왕자들이 어떻게 여행했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단지 인도양의 실론, 즉 스리랑카를 가리키는 세렌딥(serendip)에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는 측면만 강조하였다. 이 이야기는 볼테르의 자디그, 이스라엘의 탈무드에도 녹아들어가 있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이처럼 16세기 유럽에서 세렌딥의 세 왕자가 번역되고, 18세기에 월폴이 이 용어를 만든 이래, 세렌디피티는 문학과 예술, 경영, 과학,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언급되는 용어가 되었다. 피터 첼섬 감독의 영화 <세렌디피티>를 통해서도 대중에게 퍼져나갔다. 이 영화에는 뜻밖의 행운, 운명적 만남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 어떤 결과라 하더라도 동화 '세런딥의 세 왕자들'처럼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으로 나아가는 그 과정을 통해 값진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과학사회학의 창시자 로버트 머튼과 엘리너 바버도 ‘세렌디피티의 여행과 모험’을 통해서 ‘뜻밖의 발견’이라는 과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BC 3세기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 아이작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은 것, 알렉산더 플레밍이 방치된 포도상구균 배양접시에서 푸른곰팡이가 자란 부분의 세균이 없어진 것을 보고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 등이 모두 ‘세렌디피티’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의약품 회사인 오르가논 사가 항히스타민제를 개발하다가 실패했지만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일상에서 즐거워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항우울제 ‘톨본’를 개발한 것,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을 먹은 환자에게서 발기부전 치료효과를 발견해 ‘비아그라’를 개발한 것도 세렌디피티의 대표적 예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세렌디피티는 결코 게으른 자가 얻는 벼락행운이 아니다. 일상생활의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위해 노력하는 자에게만 돌아가는 행운이다.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하지만 모든 행운의 마법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되는 것은 아닐까. 우연한 발견도 꾸준한 연구의 부산물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세렌디티피는 ‘준비된 행운이라는 표현이 맞다. 아무런 수확이 없는 경험은 없다. 굳이 겪지 않았어도 될 일들도 지나보면 적어도 한가지 교훈은 얻는다. 어떻게 늘 좋은 길로만 갈 수 있겠는가. 힘들 때는 이 또한 ‘뜻밖의 행운’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고, 죽을 만큼 힘들지 않으면 과정 역시 ‘성장’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보자. 그러다 보면 우리 모두 머지않아 준비된 행운, 세렌디피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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