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대표해 유럽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외교관들이 잇달아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이후 지난 48시간 동안 추방당한 러시아 외교관은 148명에 달한다. 5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이탈리아는 30명, 스페인은 25명, 덴마크는 15명, 스웨덴은 3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자국에서 추방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들을 추방한다고 설명했고, 예페 코포드 덴마크 외무부 장관은 외교관으로 등록한 정보기관 요원들이 자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부 장관은 이들이 스페인 국익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안 린데 스웨덴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전날 프랑스는 자국에서 안보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독일은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40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앞서 벨기에, 네덜란드, 아일랜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 외교관에게 자국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차 등 러시아군이 장악했던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수백 구를 수습했다며 집단학살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민간인 학살 정황이 러시아를 비방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이를 "잔혹 행위"라고 규탄하면서 러시아를 겨냥한 신규 제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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