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선교사 임동섭 목사

    제 친구의 부인은 미국에 있을 때에는 TV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가면 많은 시간 TV를 봅니다. 주로 홈쇼핑 채널을 봅니다. 재미가 있고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홈쇼핑 채널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많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봅니다. 홈쇼핑 채널을 보면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일단 써보세요! 무료로 빌려 드립니다!”한 달 정도 무료로 이용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환불이 가능하다고 광고합니다. 막대한 광고비를 지불하면서도 이런 이벤트를 하는 이유는 ‘보유효과’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물건이나 지위를 한번 손에 넣으면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고 합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 이름 붙였습니다.


    보유효과의 존재를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한 그룹은‘크네시’와 ‘신덴’입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누어 각각 추첨권과 현금 2달러를 지급하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때 실제 거래를 한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추첨권 또는 2달러를 보유한 실험 참가자 모두가 자신이 보유한 물건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보유 효과는 보유한 가치를 내놓고 그 대가로 희망하는 최소값, 즉 수취의사액(WTA; Willingness to accept)과 그것을 보유하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최대값, 즉 지불의사액(WTP; Willingness to pay)과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호로비츠’와 ‘맥코넬’이 45개의 연구를 종합하여 내린 결론은 WTA는 WTP의 약 7배였다고 합니다. 이제까지의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경제활동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경제적인 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입니다. 어느 학자는 “인간의 행동이 ‘이성과 감정이라는 두 마리 말에 이끌리는 쌍두마차’ 라는 비유는 옳지만, 이성은 작은 조랑말일 뿐이고 감정은 커다란 코끼리만 하다” 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즉 마음이 인간행동을 결정하고, 인간행동이 경제를 움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는 마음(mind)으로 움직인다는 학설입니다.


행동경제학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연구자로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과 ‘다니엘 카너먼’을 들 수 있습니다. 둘 다 경제학자가 아니면서 1978년과 2002년에 각각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경제학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경제학적 합리성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가 인간에게 주어지지도 않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사람으로 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 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준점 효과’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효과를 활용한 예로 상품 겉면에 ‘희망소매가격 2,500원, 판매가격 2,300원’과 같은 표시를 들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상품의 가치(가격)를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준점(희망소매가격)을 본 후 이보다 낮은 판매가를 보면 싸게 느끼는 것입니다.


    보유효과는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상태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08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브라이언 넛슨’은 뇌 안에 손실을 회피하려는 부위가 존재한다고 그의 논문에서 밝혔습니다. 즉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보유효과의 핵심 요인임을 밝혀낸 것입니다. 제 친구의 동생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잘 되어서 500만원씩 보너스를 주었다고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업이익이 잘못 계산된 것을 알고 200만원을 회사계좌로 송금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실제적으로 300만원을 보너스로 받았지만 200만원을 뺏겼다고 생각하더랍니다. 이게 보유효과입니다. ‘듀크’ 대학의 경제학자 ‘댄 애리엘리’가 대학 농구 결승전 입장권을 밤새 줄 서서 사는 사람들을 관찰했는데 매진돼서 결국 못 산 사람들에게 지금 얼마에 사겠느냐고 물었더니 150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이미 산 사람들에게 그 표 얼마에 팔겠느냐고 했더니 최소한 2,400달러는 받아야 팔겠다고 하더랍니다.

 

   보유효과와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내로남불’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유행어입니다. 같은 일을 판단할 때 내가 하면 '괜찮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다른 사람이 하면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마 7:3-5) 사랑하면 좋은 것만 봅니다. 좋아하는데 단점을 찾아내야 할 이유가 없고 나쁜 것도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미움이 생기면 좋은 것도 나쁘게 보입니다. 아무런 잘못이나 흠잡을 것이 없어도 ‘며느리 발뒤꿈치가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 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주변 환경보다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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