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볼더카운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무려 1,000채 이상의 주택이 전소되었다. 여기에 한인가구도 8채 정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애초 발원지는 한 교회로 추정되고 있지만, 확실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발화 이후 이렇게까지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는 것은 기후의 영향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콜로라도 기후센터에서도 볼더카운티가 여름 중반부터 극도로 건조한 가뭄을 겪었고, 기후 변화로 강우 패턴이 파괴됨에 따라 눈은 더 빨리 녹고 초원과 숲은 매우 건조해져 불에 잘 탈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콜로라도 역사상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이번 참변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지구환경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던져주었다.  


     필자는 2020년 여름, 코로나가 한창일 때 한국을 방문했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2주간의 격리생활을 해야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이 쓰레기 분리수거였다. 미국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쓰레기 전쟁’이 한국에서는 매일매일 치러지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쓰레기 종량제가 의무다. 간단히 말하자면, 쓰레기 종량제는 버리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이다. 한국은 1980년 이후 전례없는 경제활성화로 인해 플라스틱 제품과 합성 포장재료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쓰레기의 양이 상당해졌다. 그래서 정부는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쓰레기 종량제를 1994년 서울에서 시작했다. 정확한 정책명인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제도는 오염자 부담 원칙하에 국민들에게 쓰레기 배출에 따른 처리 비용을 배출자에게 부담하게 해, 쓰레기 배출을 억제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우선 이를 위해 온 국민들은 종량제 봉투를 사야한다. 규격 봉투에 넣지 않고 무단으로 버리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몇 년 뒤에 시작되었다.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는 우리의 음식문화, 외식 증가와 같은 생활패턴의 변화로 인해 2000년도 이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1t당 15만원을 상회한다. 국민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연간 500만t을 처리해야 한다면 8000억원가량이 소요된다. 교육·복지 등에 유용하게 사용돼야 할 세금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면서 많은 국민들은 쓰레기를 버릴 때 돈을 내고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쓰레기 종량제의 성과는 좋았다. 연간 수십조에 이르는 경제가치를 창출했으며, 국민들 또한 쓰레기가 곧 돈이라는 경제개념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쓰레기 종량제는 봉투나 처리비용에 경제적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쓰레기를 처리하는데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20년 동안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살았던 필자에게 격리기간 동안 실천해본 쓰레기 분리수거는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했다. 격리를 위해 머물던 오피스텔에는 5장의 일반 쓰레기 봉투와 5장의 음식물 쓰레기 봉투 가격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킹수퍼스 같은 그로서리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비닐 봉지 정도의 크기였다. 재료 손질 후 버려야 하는 식재료들과 먹다 남은 음식물 몇 가지를 넣었을 뿐인데 쓰레기 봉투는 금세 가득 찼다. 그래서 첫날 저녁 한 끼를 해 먹고 종량제 봉투를 2개나 써버렸다. 남은 봉투 3장으로 2주일을 버텨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음식물 쓰레기의 물기는 짜서 없애고, 최대한 잔반을 줄였다. 하지만 3장으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온 집안에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하는 듯했다. 결국은 지인의 조언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를 라면 봉지나 일반 비닐 종이에, 혹은 포장음식 컨테이너 등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조금씩 익숙해지나 싶었을 때,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는 쓰레기의 종류를 구분하는 일이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은 복도에 놔두면 관리실에서 수거를 해주었는데, 그때마다 지적을 당했다. 플라스틱 박스나 병 뚜껑은 재활용 제품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유팩은 깨끗이 씻은 후 판판이 펴서 내놓아야 했다. 모든 박스도 가지런하게 정리를 해서 정해진 분리수거함에 정확하게 놓아두어야 했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쓰레기 정리는 설거지와 집청소보다 훨씬 더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이었다. 


     한 달 후 미국으로 돌아오니 미국인들은 너무 막 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쓰레기통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이 쓰레기통의 크기는 한국에서 수십 가정이 다함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 통의 크기가 비슷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 쓰레기통 안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투고 컨테이너, 온라인쇼핑 배달 박스, 물 페트병 등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던져진다. 그렇다보니 하루에 가정집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것들을 한 쓰레기봉지에 담아서 내놔도 누구하나 제재받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분리수거를 하면 수거해가는 쓰레기 회사에서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극과 극의 세상에서 사는 느낌이다.


     사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인류의 존재 그 자체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이산화탄소, 메탄 등과 같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상에는 적절한 양의 온실가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양이 너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겨울이 겨울 날씨 같지 않고, 남극의 빙하가 녹아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하며, 빙하에 의존하는 동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 온도의 상승으로 인해 바닷물의 증발량이 증가하면서, 그 증가분은 구름이 되어 국소적 호우가 발생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한쪽으로는 가뭄도 발생시킨다. 가뭄으로 숲이 건조해면 산불 발생이 용이해져,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산불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이제 미국도 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국민적 부담을 부각시킬 때가 되었다. 가까운 일상생활에서부터의 실천이 중요하다. 기후 변화의 요인 중 하나가 인간이 만들어내는 쓰레기이다. 그래서 올 한 해는 우리 한인사회가, 그들보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쓰레기 분류 기술을 활용해, 지구를 살리는데 솔선수범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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