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핫요가 클래스를 간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요가 센터를 찾았는데, 입구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부터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걸 깜빡했다. 하지만 106도의 실내온도에서 90분동안 마스크를 착용한 채 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잠시 주춤하다가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실내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뜨거운 실내 온도에서 가쁜 호흡을 계속해야 하는 동작이 이어졌고, 땀이 얼굴을 타고 내리면서 마스크가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30분쯤 지나자 산소부족현상으로 인해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금쪽같은 나의 운동시간이 마스크로 인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백신 1차, 2차, 부스터샷까지 맞았는데 또다시 마스크를 써야한다니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그들을 향한 분노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제러드 폴리스 주지사가 이달 초 부스터샷 활용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현재 콜로라도의 상황이 나빠진 것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 탓이라고 말한 것에 더 공감이 갔다. 당시 폴리스 주지사는 “접종 자격을 갖춘 콜로라도 주민들의 20%가량이 1차 접종조차 받지 않았다. 모든 주민들이 접종을 끝냈다면 최근 들어 코로나19 환자수가 다시 급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주 수요일 자정부터 콜로라도는 더글라스 카운티를 제외한 대부분의 메트로 덴버 지역 카운티들이 실내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재의무화했다. 제퍼슨 카운티 보건위가 지난 월요일 3세 이상에 대해 실내 공공 장소에서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아라파호와 아담스 카운티를 관장하는 트라이 카운티 보건부 역시 제퍼슨 카운티가 투표를 한 직후에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업체들은 고객이 백신을 접종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경우 마스크 착용을 면제하는 것이 허용된다. 


     지난 5월, 콜로라도는 백신 접종을 마쳤을 경우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를 철회했었다. 이후 가을학기 개학을 앞두고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콜로라도는 확진자가 증가하는 핫 스팟에 이름을 올렸고, 이번 달 들어 매일 1500여명의 감염자들이 병상을 채우고 있다. 일부 병원은 몰려드는 코로나 환자로 병상수가 모자라는 등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처럼 상황이 나빠지자 급기야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기에 이르렀다. 마스크 착용 재의무화가 코로나 감염을 줄이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다음은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그 전에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얼마 전 덴버 폭스 뉴스에서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접종을 면제받은 콜로라도주내 의료업계 종사자가 2만3천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대부분은 ‘종교적인 이유’로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에 따르면, 주내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전체 종사자의 92%는 백신접종을 완료했다.  1%는 부분적으로 예방접종을 받았고, 약 7% 정도가 종교적 이유로 면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종교적 면제는 일반 병원보다 분만센터, 장애인거주 요양시설, 가정요양기관, 가정보건기관 등과 같은 시설에 집중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 7%는 결코 낮은 비율이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퍼뜨릴 확률은 그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얼마전 덴버에 사는 한 지인으로부터 깜짝 놀란 만한 얘기를 들었다. 친적 집에 아픈 아이가 있는데, 그 집을 가정 방문해오던 간호사가 코로나에 걸려 온 식구가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간호사는 단순한 감기 증상이라고 여기고 그 집을 방문했다가 한 가족을 죽일 뻔했다. 그 간호사는 백신 면제를 받아 접종을 거부해온 사람이었다.   얘기를 듣고 있는 동안 어떻게 아픈 아이가 있는 집을 방문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간호사가 이처럼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이는 자신들의 종교만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백신 접종에는 어떠한 면제특권도 주어져서는 안된다. 적어도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접종을 거부한다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그만두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스크를 착용했다, 벗었다 하면서 1년을 넘게 보냈다. 물론 바이러스의 계속된 변이로 인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정확한 예측은 힘들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 최선책은 당연히 백신접종이다. 지난주에 콜로라도 대학병원에 코로나로 입원한 환자의 85%가 백신 미접종자였다고 한다. 반면 코로나에 감염된 일부 백신 접종자들이 중증으로 발전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렇다면 백신의 효과는 웬만큼 증명된 것이다.


   우리가 슬기롭게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문제가 있는 이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접종자들이라고 마냥 좋아서 맞았겠는가.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 기꺼이 백신을 접종했다. 이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고 있는 한 공익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기적인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며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은 그에 응당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미접종자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사회적 제재가 필요하다. 미접종자들만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것은 좋은 제재방안이 될 것이다. 지금은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또다시 2차 팬데믹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마스크 의무화에 참여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다소 진정세가 보이면 마스크 '의무' 착용은 미접종자에게만 요구해야 한다. 또  식당 출입금지와 비행기 탑승 금지라든지 마켓, 쇼핑몰, 병원 등과 같은 공공장소의 이용시간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LA는 이번 주부터 식당을 대상으로 백신 증명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콜로라도도 공익을 해치는 이들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사회적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기 위해 공중 보건의 의무를 묵묵히 따르고 있는 평범한 주민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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