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 지루했던 시간은 우리에게 절망과 함께 희망도 꿈틀거리게 했다. 갑자기 가게 문을 닫아야 했고, 외출금지령이 내렸는가 하면, 학교와 회사도 못가고, 마켓에서는 휴지와 물이 동이 났었다. 마스크 한장 구하기가 힘들었을 때도 있었으며, 식당에서 밥 먹으며 수다 떨던 일상이 그리웠던 시간도 있었다. 지금은 부스터샷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접종할 수 있을 정도로 백신에 여유가 생겼지만, 올해초만해도 주간 포커스의 1차 백신클리닉에서는 제공하기로 했던 5백도스에 무려 1300명이 몰렸을 정도로 백신 접종에 대한 마음이 절박했었다. 우리는 이런 굴곡진 시간을 2년 가까이 버티며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궁리하는 시간을 더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콜로라도 한인업체들 가운데 문을 닫은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탁소의 경우 사람들의 외출이 줄고, 출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세탁소를 찾는 이들이 크게 줄어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한인들이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리커스토어의 경우는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식당과 바 등은 문을 닫았지만 리커스토어는 일년내내 문을 열었고 덕분에 단골 손님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텔의 경우도 비즈니스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겪어야 했다. 여행이 금지되면서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이후 여행에 대한 제재가 풀렸다고 해도 예전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6개월에서 많게는 10개월까지 모기지를 내지 않아도 되고, 정부 지원을 받는 등으로 숨통이 트였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는 식당이었다. 매장내 영업이 금지되면서 투고 수익만 가지고는 가게 운영이 힘들었다. 외부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공간히 제한적이어서 팬데믹 이전의 수입으로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PPP 혹은 스몰비즈니스 융자, 시나 주정부에서 주는 여러 경제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또, 매장내 영업이 금지되었을 때는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서 그나마 인건비라도 줄일 수 있었고, 그들만의 투고 전략과 메뉴 공략으로 인해 한인타운내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문을 닫은 식당은 현재까지는 없다.


    오히려 올 한해 한인사회에서는 많은 업체들이 새롭게 오픈을 했고, 또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먹거리가 대도시와 비교해 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풍성해지고 있다. 우선 뚜레쥬르 오로라점이 오픈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의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 베이커리의 인기는 이미 주류사회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웨스트민스터, 똘튼점을 오픈하면서 곧바로 팬데믹이 닥쳤지만, 투고 형식으로 인식되어있는 빵집은 경기가 좋았다. 위생적인 낱개포장과 다양한 빵 종류, 깔끔한 실내 분위기는 고객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었다. 이번달 초에 정식으로 오픈을 한 모찌넛은 주말내내 고객들로 넘쳐났다. 알록달록한 도넛은 보기에도 예쁘지만, 맛을 보면 그 쫄깃쫄깃한 맛에 끌려서, 미국의 평범한 도넛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된다. 함께 파는 다양한 맛의 핫도그도 먹어볼 만해서 젊은 층 사이에는 이미 인기있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모찌넛은 프랜차이즈인데, 이런 인기 프랜차이즈가 덴버에 온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몇달 전에는 앵그리치킨 2호점이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문을 열었다. 기존의 담백하고 바삭한 치킨요리에 핫도그 메뉴까지 더해, 스프링스에서 꽤 인기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로라에 있는 커피스토리도 팬데믹 기간에 문을 열었다. 이 곳은 식당에서 밥 먹고 커피 한잔이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한인사회 유일한 커피전문점인데, 제러드 폴리스 주지사가 얼마전 커피스토리를 방문한 것도 팬데믹 기간 중 오픈한 것에 대한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리고 지금 오로라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치킨집 1개와 고깃집 2개, 국밥집 1개, 디저트 전문점 3개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식당 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오픈 소식도 반갑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샤이니 블라인드, 스킨케어 전문점인 SLA 메디컬 스파 등의 오픈 또한 한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가게 오픈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가게를 오픈하려면 실내 인테리어를 해야하는데, 홈디포에 가보면 팬데믹 전과 비교해 자재비가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인테리어 비용은 2년 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올랐다. 또, 가게에서 사용할 집기들은 LA나 한국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물류대란으로 인해 배송기간이 늦어졌을 뿐 아니라, 배송 비용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랐다. 예전에 1달러 기준으로 하던 배송비가 16달러까지 올랐다. 즉 16배가 올랐다는 얘기다. 배송비는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모른다. 최저 임금이 높아지면서 오너의 부담이 커진 것도 있지만, 월급을 더 준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 필요해서 인터뷰만 형식적으로 하고 일할 생각은 없다. 팬데믹 때문에 일하기를 꺼려하거나, 일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나오는 실업급여가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맥빠지게 하고 있다. 


    식당의 경우는 투고 포장용기 가격이 너무 올랐다. 한박스에 40달러 하던 포장용기는 85달러 정도로 100퍼센트 이상 올랐다. 우리가 지금까지 식당에서 무심코 사용했던 투고 박스, 젓가락 등이 이제는 오너에게는 부담스러운 지출로 보일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식재료 가격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도 올랐다는 얘기를 자주 하긴 했지만, 이제는 100달러로 마켓에서 살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주말에 가족끼리 고기라도 구워 먹으려면 고기 두 팩에 야채만 사도 100달러다. 고기 팩이 옛날처럼 가득 차 있지도 않다. 고기 뿐만 아니라 모든 식재료와 식료품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다보니 식당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문을 연 한인업체들을 위해서 한인사회의 배려깊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이번주부터라도 몇 가지 사항들을 실천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한인업체 자주 이용하기, 가격인상에 불평하지 않기, 투고용기 최대한 아껴쓰기, 힘내자는 격려의 말 전하기 정도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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