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국위선양급이다. 지난주 뉴욕의 중심 맨해튼에서 초록색 츄리닝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딱지치기를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활용해 한국문화를 홍보하기 위한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이라는 행사를 기획한 덕분이다.  이번 행사는 참가자 모집 단계에서부터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았다. 당초 공사측은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을 고려해 행사 참석자를 80명으로 제한했는데, 일주일 만에 3115명이나 신청하면서 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공사는 작품에 나오는 의상인 초록색 체육복을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주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에서 추첨을 통해 3개의 조를 나눈 다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한국관, 뉴욕한국문화원 관람, 코리아타운 등을 각각 방문하며 한국의 문화도 체험하도록 했다. 


     이후 맨해튼 '스튜디오 525'로 모인 참가자들은 '오징어게임' 작품 속에서 치뤘던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순서로 서바이벌 게임을 치뤘다. 마지막 결승에 오른 최종 2인은 딱지치기로 우승자를 가렸다. 게임을 모두 마친 뒤에는 뉴욕의 랜드마크인 타임스퀘어 한가운데에서 ‘단체 딱지치기’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신나있었고 진지했다. 그들이 나온 영상을 보면서, 이토록 오징어게임에 빠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날 뉴욕은 오징어게임에 푹 빠졌다. 


    이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최종 우승자에게 주어진 상품이었다. 뉴욕판 오징어게임의 승자는 영화 속의 현금 456억이 아니라 한국행 왕복 항공권을 받았다. 이들 참가자들 모두는 오징어게임의 원산인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을 어필했다. 보통 어떤 대회에서든 우승 상품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그리고 그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상품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행 비행기 티켓은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외에는 각광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회에서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 모인 80명, 그리고 3천명이 넘는 신청자들은 오징어게임의 원산인 한국에 분명 애타게 가고 싶어 했다. 이날 우승자가 상품으로 받은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주체할 수 없이 기뻐하는 모습은 전세계로 전파되었다. 오징어게임으로 인해 한국행 비행기 티켓이 외국인들이 받고 싶어하는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소울 푸드인 김치에 대한 예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8월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명시한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이 처리되었다. 이로써 매년 11월 22일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김치의 날’이 되었다. 결의안에는 미국내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주가 한국 정부와 뜻을 같이해 ‘김치의 날’을 선포하며, 이는 중국이 김치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바로 잡고, 김치가 한국의 대표 음식임을 미국에 알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10월, 아르헨티나에서도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되었으며, 한국 역시 지난해부터 이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또, 24일 뉴욕한인회도 맨해튼 유니온스퀘어에서 개최된 ‘2021 코리안 페스티발’에서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한 선포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제정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치의 날’인 11월 22일은 배추와 무 등 주재료에 소금과 양념 채소, 젓갈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 하나하나(11월)가 어우러져 22가지 효능을 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치는 일본과 중국이 각기 자신들의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있지만, 김치는 누가 뭐래도 한국인의 대표 음식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김치의 날을 인정하고 선포한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김치는 한국의 음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정받는 것과 같다.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도 그렇다. 지난주 이곳 오로라시에서도 한복의 날 행사가 열렸다. 오로라시는 10월 21일을 한복의 날로 제정하고, 시청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성대히 열렸다. 한국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은 가마까지 등장했고, 임금부터 포졸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신분에 맞는 다양한 한복들이 선보여 우리 한국의 전통의상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했다. 한복의 날은 1996년 10월 21일 한국에서 선포되었다. 25년이 지난 지난달, 뉴저지 주의회가 50개주 중에서 최초로 한복의 날을 기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콜로라도가 두번째 주로 기록되었다. 


    콜로라도에서 한인사회에 관심을 보여 기념날을 제정한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10년전인 2011년 6월 4일, 덴버시가 콜팩스에  태권도장을 열어 불량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인내심 등의 태권도 정신을 심어줘 청소년 교화에 노력했으며, 마약과 폭력 퇴치 운동을 벌이는 등 지역 사회를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온 공로를 인정해 타이거 김 데이를 선포한 적은 있지만, 콜로라도 주류사회에서 한국의 전통 문화를 공식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의미가 깊다.  


    이처럼 케이 푸드, 케이 팝, 케이 드라마 등 한국의 모든 것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이 때, 한인회의 부재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로라시가 한복의 날을 제정하게 된 데는 공공외교 차원에서 민주평통 덴버협의회가 꾸준하게 오로라 시의회에 건의를 해온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한인회의 역할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좋은 일을 하는데 어떤 단체가 나서면 어떻겠냐마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단체는 활동 범위의 제약을 받을 수 있고, 특히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는 대외적으로 활동할 만한 단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인회의 역할이 절실하다. 한국과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한인회가 나서줘야 할 일은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콜로라도 한인 역사상, 한인회가 하나였을 때는 그리 길지 않았다. 오랫동안 두개였다가 잠깐 하나가 되었을 때가 더 잦았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 덴버광역한인회가 대립했을 때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일을 했지만 지금처럼 한인회의 일에 이렇게까지 손을 놓았던 적은 없었다. 콜로라도 주 한인회 이름을 누가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양갈래로 갈라져 법정싸움을 하고 있는 지금, 당사자들은 진정 누구를 위해 그 한인회의 이름을 쟁취하고 싶은가를 진지하게 고심해봐야 한다. 콜로라도에 한인사회와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구심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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