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별세했다. 89세. 2002년 암 수술과 희소병인 소뇌위축증과 천식 등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201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2018년)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하면서 87년 체제의 또 다른 이름인 ‘1노(盧)3김(金)’ 시대도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932년 12월 대구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부 시절 정무2·체육부·내무부 장관과 제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를 수용했고 그해 12월 ‘보통사람 노태우’를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1988년부터 1993년까지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직선제가 부활한 뒤 첫 대통령인 노 전 대통령은 88서울올림픽 개최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북방외교의 성과를 냈다.  그의 재임시절 새로 수교한 나라가 45개국에 달했다. 1991년엔 남북이 공동으로 유엔회원국으로 동시에 가입했다. 북한과도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에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풍자도 처음으로 허용했다. 권위주의적 질서를 타파하려는 이런 노력을 두고 일각에서는 ‘물태우’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동시에 흉악범죄·조직범죄 소탕을 내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인물도 노 전 대통령이다. 참자, 용서하자, 기다리자는 의미의 ‘참.용.기’가 그의 좌우명이었다.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은 12·12 주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수천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됐고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원을 선고받았다. 1997년 12월 퇴임을 앞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지만, 오랫동안 추징금 미납 논란에 시달리다가 지난 2013년 9월 완납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씨, 아들 재헌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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