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올랐다. 로켓 엔진부터 동체, 발사대까지, 오롯이 한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는 이날 발사 16분 7초 만에 지구 700㎞ 상공에 도달했다. 하지만 로켓의 마지막 3단 엔진 연소가 계획보다 빨리 끝나는 바람에 탑재됐던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3단 로켓이 예정보다 46초 빨리 엔진이 꺼졌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은 곧바로 비정상 비행의 원인 분석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3단 로켓 엔진 자체보다는 연료 주입 계통이나 동작 신호를 보내는 전자 계통의 오작동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첫 발사에서 발사체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내는 데 성공했다는 성과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1~3단에 이르는 엔진의 연소와 페어링 분리 같은 핵심 기술은 성공했기 때문이다.


    위성은 군사와 기상 관찰이 목적이다.  우선 군사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지고, 위성을 넣는 자리에 핵무기를 넣으면 지구 어디든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군사 강국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추후에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5대군사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가 누리호 발사에 관심을 집중했던 이유이다. 또, 누리호는 한국이 보유한 인공위성으로 한국형 GPS 구축 등 국민생활을 향상시켜 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탐지하고 분석하여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의 기상 현상을 관측하고 예측함으로써 자연 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도 사용될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한국이 안정적으로 우주개발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자,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우주 운송수단이다. 인공위성을 쏘려면 누리호와 같은 운송수단, 즉 발사체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보유해야 대한민국 땅에서 마음껏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교과서에 정확히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들여올 수 있는 기술도 아니라는 점이다.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도 있는 대표적 이중 용도 기술이다 보니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기술 전수를 절대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기술은 처음부터 우리 스스로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우주항공 개발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로 봐야 한다. 브라질은 2003년 로켓이 폭발하면서 발사대가 붕괴해 과학자 등 23명을 잃었다. 중국은 1996년 쓰촨성 우주센터에서 위성 탑재 로켓을 쏘아 올렸는데, 발사 몇 초 만에 로켓이 심하게 기울더니 하필이면 주변 민가로 추락했다. 중국의 언론 통제로 정확한 피해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수백 명의 사상자가 생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인류 최초 달 착륙을 앞두고 이뤄진 최종 점검에서 우주인 3명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도 있었다. 미국의 첫 우주 발사체 뱅가드도 1957년 12월 발사 후 1.5m도 솟구치지 못하고 2초 만에 폭발했다. 1986년 1월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는 우주 도전사에서 참사 중 하나였다. 승무원 7명을 태운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가스 누출로 공중 폭발했다. 이 장면을 세계인이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원인은 미터법을 쓰지 않은 데 있었다. 이음매를 미터보다 더 큰 단위인 인치로 설계하면서 로켓의 고무링에 틈새가 생긴 것이다.  이처럼 모든 기술의 성공은 실패로부터 시작되었다. 수십만 개 부품이 극한 환경에서 정확하게 작동해야 하는 우주 발사체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우주 강국의 핵심 관건인 위성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능력이 없었다. 우주항공 산업은 이승만 정부 때부터 시작했지만,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른 정부의 의지 부족과 우주항공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 부진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자체 발사에 필수적인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선 것도 2009년 7월에 이르러서였다. 이런 부진을 딛고 한국은 지난 11년간 2조원을 투자해 국산 우주발사체 개발에 도전해 왔다.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2013년 나로호를 쏘아 올렸을 때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 2018년에는 추력 75t급의 액체 엔진을 자체 개발한 시험발사체가 459초간 궤도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에서 네 차례 연속 실패했지만, 민관 총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우주 강국 대열에 진입했다.


    이번 누리호 발사는 미완성이었지만, 우주 강국을 향한 희망을 쏘아 올렸다. 고도 700km까지 이르는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 정도 거리까지 미사일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미국·중국·러시아·인도·일본·유럽 등 6개국 정도다. 모두 우주 강국들이다. 우주 강국은 위성 발사체 자력 개발, 상시발사 가능 여부, 위성 정보 활용 능력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은 누리호 발사로 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러니 완벽한 성공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3단계의 실패를 비난하기 전에, 악조건 속에서도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칭찬 받을 만 하다. 누리호 개발에는 국내 300개 기업이 참여해 산업적 가치도 크다. 이미 미국에선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의 우주 개발 경쟁이 가속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우주개발 경쟁에 불꽃을 튀기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뛰어들려면 내년 2차 발사 성공이 필수적이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한국은 자체 기술만으로 개발된 우주선을 오는 2030년에는 달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우주항공청 설립 등 총력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누리호는 30여 년간 쌓은 한국 우주항공 기술의 결정체이다. 발사가 성공했다면 한국은 중대형 발사체로 실용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 자력 발사국으로 등재되었을 것이다. 이는 달,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탐사의 전초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제 마지막 고비만 넘으면 된다. 내년 5월로 예정된 2차 발사에서는 이번에 불거진 문제점을 찾아내 위성을 목표 지점에 안착시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은 상시발사 체제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누리호를 보면서 국민들은 성공의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하루속히 발사 기술 능력을 확보해 우주 개발 시대의 주도자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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