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과 함께 코로나 19백신을 접종받는 ‘미국 백신 관광’ 상품이 한국에서 출시되었다. 한 미주 전문 여행사가 미국 관광과 함께 백신을 접종받는 미국 여행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미국은 백신 공급이 여유로워 예약없이 워크인으로도 언제든지 접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백신 수량이 넘쳐나 외국인 관광객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이 아니더라도 미국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방문하면서 백신 접종을 하는 경우도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번 여행 상품은 미국에 친인척이 없는 이들을 겨냥한 상품인 셈이다. 해당 여행사에 따르면 1번만 접종하면 되는 얀센 백신 접종이 포함된 9박 11일 단기 패키지의 가격은 900만원, 2차 접종까지 마쳐야 하는 화이자 백신 접종이 포함된 25박 27일 패키지의 가격은 1500만원이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1차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 교차접종을 희망하는 고객도 단기 체류 일정을 선택할 수 있다. 고객들은 여행 2일차에 1차 백신 접종을 하고, 혹시 몸살이나 고열 증상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한인 의료진이 호텔에서 대기한다. 이후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자유롭게 코스와 일정을 조율하며 관광 명소를 둘러보거나 쇼핑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최초로 시행되는 미국 백신 관광이 과연 얼마만큼의 호응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미국 여행과 함께 원하는 백신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이 여행 상품의 장점이다. 최근 한국에서 백신 접종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7월현재까지 백신 수급이 불분명한데다, 접종이 진행된다고 해도 원하는 백신을 선택해서 맞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잔여 백신을 신청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의치 않다. 그리고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에도 잇따라 오류가 발생해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난 12일에는 55∼59세 대상 예약이 중단됐고, 이틀 후에 예약을 재개했지만 또 오류가 발생해 해당자들은 발을 동동 굴려야했다. 19일에 시작한 53∼54세 예약도 시스템 오류로 2시간 동안 중단됐고 다음날 오후 진행된 50~52세 예약도 먹통이 되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새로운 대상군 예약을 시작할 때마다 번번이 접속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백신 접종이 뒤죽박죽이 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주 들어가기로 한 모더나 백신 공급에 차질을 빚자 일단 화이자 백신을 끌어다 쓰기로 했고, 50대 접종 일정도 연기되었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정부의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접종 날짜를 먼저 받으려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20∼40대 접종은 어떻게 하려는건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부가 8월 말까지 3500만회분, 9월에 4200만회분 확보했으니 안심하라고 아무리 해봐야 국민들은 잘 믿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국내 도입 시기 및 물량을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여 백신 등록에 실패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원하는 백신을 선택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한동안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 여행도 하면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원하는 백신까지 선택할 수 있다니 지금 시기에 안성맞춤인 여행 상품이다. 게다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하고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번 여행 상품의 출시 소식이 나오자마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4차 대유행에도 백신 수급이 미진한 가운데 미국 여행 일정에 코로나 백신 접종을 포함한 관광 상품은 현재 한국의 실정에서 주목을 끌만한 여행상품이긴 하다. 그동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해외 여행에 대한 욕구를 백신 접종이라는 구실로 충족시키려는 보상심리의 수요가 공급과 맞아떨어진 격이다. 하지만 여행 기간이 길고, 가격이 비싸 부유층 외에 일반인은 이용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로 인해 역시 백신도 돈 있고 백 있는 사람이 먼저 맞는 것이냐 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이 마냥 부럽다. 미국에서 남아도는 백신이 한국은 없어서 못 맞는다. 인구 3억명이 넘지만 미국은 백신이 남는데, 인구 5천만명 밖에 안되는 한국은 백신 공급 자체가 불안정하다. 그러다 보니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백신을 맞으러 미국까지 오겠다는 사람들도 생긴 것이다. 이 여행 상품 출시 소식을 접하면서,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확연히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제는 최근 미국내 접종률이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에 있다. 인구의 56%가량이 접종을 했으니, 1억 7천명 정도가 맞았다. 인구 수로 따져보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인구의 70% 이상이 접종해야 집단 면역이 형성돼 코로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 백신을 맞는 길밖에 없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제2차 팬데믹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백신 접종은 더욱 중요해졌다. 백신 접종의 1차 목적은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만에 하나 감염이 되더라도 위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지난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6월 미국내 코로나 사망자를 보면 99.2%가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코로나로 숨진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백신 접종을 마치면 90% 이상이 델타 바이러스도 막아낸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현재 미접종자들을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미국 백신은 공급량이나 효과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니 ‘백신의 힘’을 믿고 접종률 70%의 벽을 넘을 수 있게 국민 모두의 협조가 절실하다. 인구의 15%만 더 협조한다면 변이 바이러스 전파도 막을 수 있으며, 일상으로의 복귀도 빨라질 것이다. 이제 코로나 종식을 위해 백신 접종은 본인을 위한 선택사항이 아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있는 한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행해야 할 의무사항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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