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의 탈주극이 벌어졌던 가옥 한 채가 복권 경품으로 나온다. 멕시코 정부는 독립기념일 전날인 오는 9월 15일에 총 2억5천만 페소(약 143억원) 상당의 경품이 걸린 특별 복권을 추첨할 예정이다. 6일(현지시간) 국가복권국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22개의 현물 경품 중엔 멕시코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의 주택 한 채도 있다. 364만 페소(약 2억800만원)로 가치가 책정된 이 주택은 현재 미국에서 수감 중인 악명높은 마약왕 구스만의 소유했던 여러 주택 중 하나다.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고 미국과 멕시코 마약 시장을 주름 잡았던 구스만은 두 차례 탈옥했다가 번번이 체포된 뒤 2019년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방 2개와 거실, 식당, 차고 등을 갖춘 하얀 외벽의 이 집은 마약왕의 다른 호화주택과 비교하면 소박한 수준이지만 튼튼한 '보안'만큼은 입증된 곳이다. 2001년 첫 번째 탈옥 이후 13년을 숨어다니던 구스만이 2014년 2월 이 집에 머물던 중 당국에 체포될 위기를 맞았다. 군인들이 강철이 덧대진 문을 뚫으려고 애쓰는 사이 구스만은 욕조에서 연결된 지하 비밀 터널로 애인과 함께 탈출했다. 그러나 그는 엿새 후 시날로아주 휴양지 마사틀란의 한 호텔에서 결국 체포되며 13년의 도주 생활을 마쳐야 했다. 멕시코 정부는 그동안 구스만을 비롯한 범죄자들로부터 압류한 재산을 경매에 부쳐 그 수익을 빈곤층 지원사업 등에 써왔다. 이 주택도 구스만의 다른 재산들과 함께 경매에 부쳐졌으나 네 차례나 유찰됐고, 결국 경매 대신 복권 추첨으로 새 주인을 찾게 된 것이라고 멕시코 언론 라시야로타는 설명했다. 한 장에 250페소(약 1만4천원)인 이번 특별복권의 경품엔 구스만 집 외에 아스테카 축구경기장 특별석과 후아레스 카르텔 두목이 소유했던 저택 등도 포함됐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 독립기념일을 즈음해서는 매각에 난항을 겪던 대통령 전용기 처분을 위해 특별복권을 발행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엔 전용기가 상품으로 주어지는 대신 그 가격에 상응하는 현금이 경품으로 배포됐고, 전용기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구매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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