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괴한에 살해되면서 아이티는 더 큰 위기와 혼돈 속에 빠지게 됐다. 당장 대통령직을 누가 승계할지도 불확실해 단기간 내에 안정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이날 새벽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살해된 뒤 클로드 조제프 총리는 일단 자신이 국정을 책임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비상 각료회의를 열고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후 국민에게 침착할 것을 당부했다. 미국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조제프 총리가 정식으로 대통령 대행을 맡기 위해선 의회의 승인의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티에선 지난 2019년 의회 선거가 치러지지 못해 사실상 의회 공백 상태다. 현재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3분의 2가 임기가 끝난 상태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모이즈 대통령이 지난 5일 새 총리로 아리엘 앙리를 지명한 상태여서 조제프 총리 역시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CNN은 장 윌네르 모랭 아이티 법관협회장을 인용해 통상 대법원장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데, 르네 실베스트레 대법원장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상태라고 전했다. 당초 이날 대법원장의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모랭 협회장은 CNN에 아직 의원 3분의 1이 남아있는 상원의 조제프 랑베르 의장이 대통령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아이티의 혼란은 당분간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60%가 빈곤층인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정치·사회 혼란을 겪어왔다. 야권을 중심으로 모이즈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도 거세진 가운데, 지난 2월에도 모이즈 대통령이 자신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하기도 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야권의 반대 속에서도 총리직을 없애고 대선 방식을 개편하는 내용 등의 개헌을 추진해 오는 9월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었다. 미뤄졌던 의회 선거와 모이즈 후임을 정할 대통령 선거도 함께 치러질 예정이었는데, 모이즈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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