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범 BTMschool.com 대표

     BTM에서 문법은 마지막 단계 이후의 선택 영역이다. 즉, 말하기 훈련까지 완성하여 일상생활의 유창한 영어활동이 가능해지고, 고급 수준의 읽기와 듣기 및 쓰기 능력이 습득되고,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부담 없이 설명하고 발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영어가 습득된 상태에서 선택하는 영역이다. 이처럼 문법을 선택 영역으로 하는 이유는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문법을 하지 않아도 영어를 하나의 언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문법이 언어 수단으로서의 영어 실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점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법은 언어의 정확성에 기여하고, 습득은 유창함에 기여한다고 널리 알려져 왔지만, 문법이 언어의 정확성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장본인인 Stephen Krashen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법을 아무리 많이 잘 알고 있어도 언어구사에서 문법적인 실수가 발생하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Stephen Krashen 교수는 언어의 정확성 역시 95% 이상이 언어습득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언어습득이 유창함과 정확성 모두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문법에 익숙한 이중 언어구사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문법에 대단히 익숙한 나 자신도 순간적으로 정확성이 떨어지는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법은 정확성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 기능을 강화한다. 즉, 문법을 많이 알면 자신과 상대방의 말이 문법적으로 맞고 틀림을 구분하는 감시 기능이 강화된다는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못하는 말을 더 잘하도록 하거나, 어눌한 영어를 더 유창하게 하거나, 모르는 관용적 표현이 만들어지도록 해주는 기능은 못한다. 따라서 문법이 습득 이상으로 말을 더 잘하게 해주는 기능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를 습득하고, 영어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법의 역할은 없으며, 문법이 끼어들 곳이 없다.

 

     문법을 몰라도 정확한 영어 표현를 구사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문법을 몰라도 읽고, 쓰고, 듣는데 지장이 없으며, 문법을 몰라도 영어로 업무를 보는데 지장이 없다. 마치 우리가 한국어 문법을 몰라도 국어학자가 아닌 우리로서는 불편하거나, 어려움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문법을 굳이 해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필요 없는 문법을 BTM이 굳이 선택 영역으로 남겨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어의 언어적 특징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즉, 감각으로 알고 있는 추상적인 것을 체계적인 지식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어에 대한 언어적 특징을 체계적인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될까? 이것은 영어의 체계적 언어현상에 대한 지식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마치 한국어 문법에 대한 지식이나, 천체에 대한 지식, 역사에 대한 지식, 음악에 대한 지식 등이 그 자체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BTM에서는 문법이 마땅히 들어설 곳이 없다.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어 문법이 마땅히 들어서서 제 역할을 할만한 곳이 없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문법중심 영역별 통합교육에서는 문법 비중이 절대적이다. 문법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다고 해도 허전하고 불안하다. 어떻든 BTM 과정으로 말하기 훈련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영문법책을 보면 모든 문법 요소들을 즉흥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문법용어는 생소하더라도 문법의 각 부문별로 제시되는 문법적 설명과 예문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문법 문제들도 거의 문법적 지식의 적용이 아닌 감각으로 풀어지게 된다. 토익이나 토플의 문법 문제도 사실상 감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게 된다. 이미 감각적으로 익히고 있는 영어문법을 공부하기 위하여 특별히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경우 토플책의 문법부분을 몇 차례 반복하면서 문제풀이를 하는 것으로 영문법을 터득하는 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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