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선교회 조완길 목사

    지난 4월 27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Makkah)에 폭우가 내렸다. 기습적인 폭우로 인해 사람과 차량이 떠내려가는 영상을 보았다.  그래도 인명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다. 메카에 내린 폭우는 사우디아라비아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슬림에게도 관심과 염려가 되었을 것이다. 메카가 그들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메카의 자연재해는 이번만이 아니다. 아주 먼 옛날 아브라함 이전 시대에 큰 홍수가 나서 카바 신전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성경에 의하면 노아 시대에 있었던 대홍수를 의미한다. 노아 홍수 이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반도가 숲이 울창한 곳이었다. 아라비아 북부에서 발견되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 화석이 이를 증명해 준다. 그러나 홍수 이후 아라비아 반도는 사막으로 변했다. 재해를 당한 메카는 홍해에서 48마일 정도 떨어진 내륙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아열대성 기후의 영향으로  여름에는 고온 다습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편이다. 메카가 이슬람의 성지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병풍같이 둘러싸여 있는 산 계곡에 오하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전 이스마엘의 후손인 쿠레이시(Quraysh) 부족이 아라비아 사막의 혹독한 기후를 피해 가축 떼를 이끌고 초원을 찾아다니다가 물과 종려나무가 있는 메카에 정착하면서 마을이 발전하게 되었다.  메카는 지리적으로 시리아(Syria)와 예멘(Yemen)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상거래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메카에는 대상들이 모이는 큰 장이 일년에 한번 있었으며, 그 기간에는 시 낭송과 강연회가 열리기도 했다. 메카에는 카바 신전이 있는데, 무함마드의 할아버지가 신전을 관리하면서 주변에 거주하고 있던 360개의 부족으로 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들은 카바 신전에 자기 부족신이 안치되어 있기 때문에 신전 관리자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여개의 부족은 쿠레이시 부족과 동맹을 맺으므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부족 간의 전쟁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슬람 역사가들은 이슬람 이전 자힐리야 시대(200년)에 1700번이나 부족 간의 전쟁이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무함마드가 630년에 메카를 점령하고 카바 신전에 있던 360개의 우상들을 제거한 후 유일신 알라를 선포하였다. 카바 신전 안에는 기둥 세개가 서 있고,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있지만 해마다 수백만명이 메카의 카바 신전을 순례하고 있다. 그곳에 검은돌이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이돌이 에덴 동산에서 아담이 알라로부터 용서의 증표로 받은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돌이 흰색이었는데 순례자들의 죄가 전가되어 검은색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종교적, 그리고 정치적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메카에 닥친 자연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과 전 세계 무슬림들이 염려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메카 수호자로서의 책임과 경제적인 손실을 염려했을 것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주 수입원은 오일이다.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2,645억 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25.2% 해당이 된다. 그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연수는 83년에 달한다. 그다음 중요한 수입원은 관광 산업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관광지는 프랑스다. 파리가 화려한 예술의 도시이며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해 주는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도 관광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 매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는 사람이 천만명 정도가 되는데, 하지 기간에 메카를 방문하는 순례객은 250만명 정도가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그 기간에 인원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순례하면서 사용하는 비용은 매년 60억불 정도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메카의 환경을 개선하고 더 많은 하지 순례객을 유치한다면 매년 몇백억불이 넘는 관광수입을 올 릴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17억의 무슬림은 일생에 한번은 반드시 메카 순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무슬림들은 코로나19과 홍수로 인해 순례의 기회가 지연됨을 염려하고 있다.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메카 입국 비자를 받는데 37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메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순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멀어지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왜 메카를 순례하려고 하는가? 이슬람 율법이 성지 순례를 하므로 그동안 지은 모든 죄를 용서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여섯 가지를 믿고, 다섯 가지를 행하고 있다. 그 다섯 가지 중에 하나가 하지(Hajj) 순례다. 하지는 이슬람력 헤즈라 12월 8-12일에 지키는 절기다. 홍수가 라마단 금식 기간에 발생했으므로 메카 주민들은 금식을 하는데 지장을 받게 되고, 금식이 끝난 후에 갖게 되는 축제를 염려했을 것이다. 금식은 무슬림이 의무적으로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에 행한다. 꾸란은 라마단 달에 알라가 무함마드에게 계시를 내려 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라마단 금식은 무함마드의 고난에 동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디스는 라마단 달이 되면 낙원의 문이 열리고 지옥의 문이 닫히며, 사탄이 결박을 당한다고 했다. 무슬림들은 라마단에 금식을 하면 어떤 죄도 용서 받을수 있다고 믿고 있다. 라마단 금식이 끝나면 반드시‘이드 알 피트르’ 축제가 3일 동안 열린다. 민속 요리인 만디를 만들어서 일가 친척과 친구를 초청하고 금식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하는 기간이다.  인간은 자연앞에 무기력한 존재다. 그래서 종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내가 믿고 있는 종교가 자력에 의한 구원을 요구한다면 자연재해로 인해 선행과 용서의 기회를 잃은 사람은 어떻게 구원을 받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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