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1년간 우리는 지칠대로 지쳐 있다. 그래서 이 생활을 종식시킬 수 있는 코로나 백신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강대국 답게 차근차근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백신 접종 과정을 보면서 새삼 미국에 사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우리 차례가 오기는 올 것인지 의심스러웠지만, 의료진과 노약자들, 70세 이상 대부분이 이미 접종을 마쳤다. 또, 몇 달 안에 약국과 킹수퍼, 월마트에서도 예약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내가 백신을 맞을 자격이 되는지, 자격이 되더라도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어디에 등록을 해야 하고, 어디서 맞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영어에 취약한 소수 민족들에게 백신 접종은 막연한 기다림일 수 밖에 없다. 얼마전 67세의 한 어르신이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코로나 백신을 어디서 맞을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그래서 콜로라도 주정부에서 발표한 코로나 백신 클리닉 리스트 중 당신의 집에서 가까운 클리닉 한 곳을 가르쳐 주었는데, 답을 해주면서도 과연 이분이 제대로 등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또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어떻게 등록하는 줄 모르겠고, 접종 장소까지 찾아가는 것도 힘들다는 하소연을 한참 이어갔다. 그 이후로도 이런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몇 차례 더 받았다. 그리고 지금 접종 가능한 나이와 직업군에 속해 있다고 해도 내일 당장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로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지인은 웹사이트를 통해 백신접종 신청을 했지만, 아직 접종 날짜조차 받지 못했다. 또, 평소 알고 지낸 한 웨이츄레스는 카이저에 등록을 해 놓은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대기 순번 2만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한인 사회에서 백신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을 지켜보다 필자는 우선 당장 필요한 사람들에게라도 백신 접종을 도와주기 위해 클리닉을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한 달 전 오로라 시청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콜로라도 주 정부에서 소수 민족들의 백신 접종을 권장하기 위해 각 커뮤니티마다 백신 클리닉 오픈을 정책적으로 독려하고 있는데, 유독 한인사회만 백신 클리닉 오픈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시안을 위한 것도 좋지만, 한인들만 위한 백신 클리닉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콜로라도 공중보건환경국에  백신 클리닉을 신청하면서 날짜는 3월 4일, 수량은 1000명분의 1000도스를 승인받았다. 하지만 필자에게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지난 15년간 포커스는 교육세미나를 시작으로, 요리교실, 청소년문화축제, 사진교실, 동요대회, 테니스대회, 청소년 동영상공모전 등 많은 행사를 해왔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참여는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비단 포커스뿐만 아니라, 한인회나 다른 단체에서 진행해왔던 많은 행사들에서도 한인사회의 참여율은 매우 저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한인들의 참여도를 감안해볼 때, 이번 백신 접종 행사에 1000명 분을 채우지 못해서 귀한 백신을 버리게 되는 일이 생길까봐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첫 신청분의 절반인 500도스만 신청하기로 하고, 날짜도 조정해 3월 18일로 다시 승인을 받았다. 백신 접종 클리닉은 주 정부와 주간 포커스가 함께 준비한다. 주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은 백신 주사를 접종해 줄  의료진 8명, 백신 접종 후 관찰 담당자 4명, 행사 코디네이터 등 총 21명의 스태프들이다. 여기에 우리측 자원봉사자들이 추가된다. 클리닉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우리측에서는 수십개의 테이블과 의자,  6피트의 거리두기가 가능한 접종 공간, 접종 후 15분간 관찰을 할 수 있는 공간, 스태프들을 위한 휴게 공간, 충분한 양의 손 세정제, 사무용품 등을 준비했고, 오로라 시는 스태프들을 위한 스낵과 음료준비를 약속했다. 주 정부에서는 접종에 필요한 백신, 주사기, 개인 보호장비, 접종카드 등을 준비해온다. 이렇게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갔다.  


    그런데 번거로운 문제는 정작 다른데서 터졌다. 백신 접종 등록을 위해 주 정부에서 오픈한 주간포커스 백신등록 사이트 주소가 일반에 공개도 되기전에 유출된 것이다. 나름 보안을 철저하게 한다고 했는데, 등록 사이트 링크가 카톡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 결과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접종군에 해당 되지 않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등록을 하면서 신문이 발행되기도 전인 화요일에 이미 예약이 꽉 차버리고 말았다. 불과 6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주 정부에서 명시한 접종 자격을 무시한 채 일어난 등록 마감 사태는 포커스는 물론이고 주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했다. 할 수 없이 포커스 직원들이 일일이 등록 신청자들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취소 통보를 하거나 취소 이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번 백신 클리닉은 한인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본지 사무실을 찾은 82세 할머니는 어디서 백신을 맞아야 될지 몰라서 지금까지 못 맞았다며 접종등록을 완료했다. 또, 64세 할머니는 지난번에 나이 제한으로 인해 백신을 못 맞았는데 오히려 가까운 가동빌딩에서 맞게 되어 더 좋다고 하셨다.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는 62세 할머니도 간절히 등록을 부탁했고, 클리닉에 데리고 갈 사람이 없어서 지금까지 접종을 못하셨다는 70세 할아버지도 가동빌딩까지는 올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클리닉은 60세 이상 어르신과 그로서리와 같은 특정 직업군, 지병환자들이 대상이다. 현재 콜로라도 주 정부는 3월 말부터 50대 이상으로 백신 접종 자격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현재 접종 상황에 따라 접종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새로운 백신인 존슨&존슨 백신이 FDA 승인을 받고 접종을 시작한 만큼 전 미국인들에게 접종을 하겠다는 미국정부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기 바란다. 주간포커스의 첫번째 백신 클리닉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도록 한인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리며, 또한 한인회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도 클리닉을 오픈해, 백신 접종이 시급한 한인들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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