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빛교회 유지훈 담임목사

    2월 28일 진행된 골든글로브에서 영화 ‘미나리’가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1월 특별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하고 너무도 감동을 받았는데 이렇게 큰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특히 무엇보다 한인 이민자의 삶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여서 미국에서 지친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던 모든 한인들에게 큰 힘과 에너지를 선사하게 되었습니다. ‘미나리’는 한인 이민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살아가고 있는 많은 한인들의 이야기를 대표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Helie Lee (“Still Life With Rice”, “In the Absence of the Sun” 등의 저자)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때 한류바람이 막 일어나기 시작한 때이고 미국에서는 한국 영화들이 이례적으로 상영하기 시작했습니다. Lee 작가와 대화를 나눌 때는 “태극기를 휘날리며”가 인기를 몰고 있었습니다. 저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등 많은 한국 영화들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한인들과 한국계 미국인들 (Korean American)에게 좋은 일인가? Lee 작가의 대답은 단호하였습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인들, 한국계 미국인들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국 영화는 한국의 이야기이고 한국의 문화를 반영하고 한국을 외국에 설명할 수는 있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의 이야기와는 많이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민자들의 이야기도 중요하고 다양하고 재미있고 지혜로운데 오히려 한국의 이야기를 가지고 한인 이민자들을 미국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판단할까 봐 두렵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Lee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Lee 작가가 무엇을 뜻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모국을 떠나 먼 타지에서 고생하며 생존한 이민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민자들이 겪은 것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겪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어떤 경험이 더 귀하고 중요한가 이것이 아니라 둘 다 다르고, 둘 다 중요하고, 둘 다 알려져야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미나리’는 한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들려 준 첫 영화입니다. 그리고 많은 한인들이, 특히 2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열광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바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미나리’를 연출한 리 아이작 정 (정이삭)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라며 “나도 그것을 배우고 (딸에게)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바로 자신의 딸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 더 나아가 한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인생의 이야기였고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잘 대변한 이 영화를 보며 많은 한인들은 용기를 얻고 마음의 치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다른 이민자들도, 그리고 미국의 주류 사회도 이 영화를 통해 감동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바로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며 깊은 뿌리를 내리고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입니다. 신앙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은 단순히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신앙을 물려주고 믿음을 유산으로 남겨주는 삶입니다. 유대인들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말씀인 신명기 6장 4절에서 9절 말씀을 보면 유일하신 하나님을 우리의 모든 것을 가지고 사랑해야 하는데 그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유대인들의 전통을 보면 자신들이 경험하고 체험한 것을 다음 세대에 이야기로 물려주는 oral tradition이 발달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교회가 회복해야 하는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신앙은 나 홀로 믿고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전에 살던 모든 신앙의 선배들의 경험과 지혜를 통하여 전해 내려오고 그것을 가지고 내 삶에 기초를 다지고 적용하며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신앙의 모습입니다. 그럴 때에 우리는 보다 더 넓고 풍족하고 온전한 신앙을 체험하며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신앙의 이야기를 우리는 잘 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오히려 전문 교역자들과 교사들에게만 신앙 교육을 맡기다 보니 기독교 교육은 착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도덕적 가르침에서 멈추고 마는 것은 보게 됩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벗어나 우리는 우리가 직접 체험한 하나님의 은혜와 임재를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야 다음 세대에 그 신앙의 전통이 뿌리를 내리고 흔들리지 않는 나무로 성장하게 도와줄 것입니다. 영화‘미나리’가 한인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치유를 선사한 것처럼, 우리의 신앙의 이야기를 통하여 세대 간의 사이가 회복이 되고 더욱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는 한인 커뮤니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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