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직책에 알맞은 사람을 일컬을 때 ‘감’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한다. 그는 대통령 후보감이다, 혹은 회장감이다, 장군감이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대통령감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되기에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을 말하고, 회장감은 회사를 통솔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기골이 장대한 사람에게 장군감이라고 부른다. 즉, ‘감’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그 자격을 정하는 기준은 애매할 때가 많다.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하면, 먼저 그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감’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의사공부를 한 사람이 병원장이 되고,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 전문경영인이 되며, 신문방송을 공부한 사람이 언론인이 되며, 건축학을 전공한 사람이 건축설계사가 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굳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감’ 이라는 말을 함께 들을 수 있으려면 그 분야의 경험이 중요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경험이 풍부하면 실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고, 문제 발생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식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 위에 직책을 잘 이해해 사회를 두루 평안하게 하는 자질까지 내재되어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인사회의 회장감은 어떨까. 그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서 한인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박식한 지식에 해당될 것이고, 다른 단체를 이끌어본 이력이 있다면 풍부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여기에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인품까지 갖추었다면 자격은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콜로라도에서 이런 삼박자를 두루 갖춘 한인회장은 드물었다. 콜로라도 한인사회는 워낙 규모가 작아 한인회장'감'을 일일이 따지는 것보다 등록하는 사람이 회장이 되었다. 그것도 대부분 단독 후보였다. 추대되면 공탁금을 걸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적인 절차로 회장 등록을 하려면 5천달러의 공탁금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출혈을 감수하면서 회장 자리에 앉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한인회장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내려갔다. 후보의 자질과 상관없이 후보로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웬만한 교육 수준을 갖추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대외적인 경험이 많은 사람, 여기에 원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정도면 콜로라도 한인회의 회장감으로는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한인회장이라는 자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대외적으로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인물이어서 공식 행사가 있거나 한인회의 입장을 표명할 때, 한인회의 수장으로서 인사를 하거나 서명을 하는 등, 한인사회의 리더로서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나라의 잡일을 모두 처리하지 않듯이 말이다. 예를 들어 다음 회기에 필요한 예산의 금액을 책정한다든지, 새 법안을 상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명단을 추적한다든지, 국내외 국가 의전 행사에 필요한 마이크와 카페트, 의자 개수를 정하는 일은 대통령이 직접하지 않는다. 비서실장 및 각 행정부서의 책임자들이 머리를 짜서 방안을 마련하고 대통령은 이들의 보고를 받고 최종적으로 재가를 하게 된다. 모든 단체들이 국가 정부 체제와 같이 방대하지는 않겠지만, 기본 골격은 비슷하다. 각 지역의 한인회도 그렇다. 회장 아래 사무국과 각 분과장들이 직책을 맡고 있다. 회장은 한인사회에 필요한 일들에 대해 궁리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그와 관련된 상세 업무는 사무국에서 모두 진행된다. 그래서 사무국장은 한인회장의 비서 내지는 행동대장이라고 보면 된다. 한인회의 모든 일을 만들고, 처리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사무국에서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금의 한인회 분란은 한인회장만큼이나 김현태 전 사무국장의 책임이 크다할 수 있다. 한인회의 문제는 회장을 보필하고, 한인회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이 자신의 직책에 대한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예컨대, 예산 집행건도 사무국장이 세부 사용 용도가 적힌 서류를 작성해 한인회장에게 제출해서 승인을 받아야하며, 행사를 위한 초대장을 만들 때에도 사무국장이 참석자들의 명단을 작성해서 한인회장에게 보여 주어야 하며, 순조롭게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물병 하나까지 신경을 쓰고 관리하는 것이 그의 자리이다. 그만큼 막중한 자리가 사무국장직이다. 그런데 28대 사무국장은 회장 위에 앉은 모양새로, 한인회장에게 보고하고 승인받는 것이 드물다. 즉, 지금 한인회의 분란은 사무국장이 한인회 운영에 대한 일반상식도 없고, 한인회장에 대한 예의도 없으며, 본인의 일을 처리하는 절차도 모르고 움직인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국장은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한인회장에게 전가하고 있다. 사무국장이 “한인회장이 모든 것을 잘못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은 사무국장 본인의 잘못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인회가 욕을 먹는 것은 한인회장뿐 아니라 사무국장이 한인회의 살림살이를 잘못 챙겼기에 비롯된 것이다. 사무국장은 한인회에서 구상하는 모든 일을 기획하고 준비해서 회장에게 보고하는 자리이지, 결정하고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사무국장의 가장 큰 임무는 회장을 보필하고, 회장의 지시를 실행하며, 회장의 의중을 살펴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한인회에서가장 중요한 직책이지만, 결코 한인회장에 맞서는 자리일 수는 없다.  이런 ‘감’이 안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한인회가 또다시 망가졌다. 사무국장이 회장을 탓하는 것은 누가봐도 자기 얼굴에 침뺕기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한인회는 전대의 회장 및 사무국, 집행부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고, 깜냥이 되는 인재로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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