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금의 한인회 분란과 관련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중재를 해왔기에, 현 한인회 사태에 대한 배경을 잘 알고 있다. 김숙희 전 이사장, 김현태 전 사무국장이 주축이었던 28대 이사회와 조석산 전 한인회장은 지난 9월 필자를 찾아와 제각각 중재를 요청했었고, 두 달 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이번 한인회 분탕의 역사는 1:7의 싸움이다. 1은 조석산, 7은 김숙희 전 이사장 외 이사들이다. 제대로 된 봉사활동도 없이 흐지부지 임기를 마친 것만으로도 동포사회에 송구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면서 큰소리를 치고, 변호사 편지랍시고 이리저리 들고 다니면서 관련자들을 만나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모습은 오래전 그 못된 한인회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이쯤해서 동포사회는 한인회 논란의 시발점인 이사들의 자격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번째, 28대 회장과 이사들은 지난해 12월 31일부로 모든 임기가 끝났다. 조석산 전 회장은 기존 한인회칙에 의거해 오는 6월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통합한인회에 서명한 합의서 및 김숙희 전 이사장 측이 원하는 대로 12월에 임기를 마쳤다. 그리고 조씨는 새로 출범한 한인회에서도 전직 회장에게 주어지는 고문직 외에는 그 어떤 직책도 갖지 않았다. 그런데 김숙희, 김현태 등의 전 이사들은 12월 31일부로 임기를 끝내기로 언론사와 약속했음에도 여전히 한인회 일에 관여하고 있다. 싸움도 약속을 지켜야 명분 있게 이어갈 수 있는 법이다.  

 

      두번째, 28대 이사회의 인적 구성은 처음부터 불합리했다. 통합시 연합한인회 측에서 조석산을 회장으로, 콜로라도주 한인회 측의 이사들을 이사로 앉혔다. 마치 땅따먹기 식으로 직책을 나눠 먹었다. 여기서 이사들이 사무국장, 홍보부장, 봉사부장 등의 집행부를 모두 겸하는 기이한 구조가 발생했다. 이사회는 집행부를 보조하고 감시해야 하는 역할인데, 자신들이 모든 직책을 겸하다 보니 이사회 독재체제가 형성되었다. 회장이 집행부의 잘못을 지적하면, 이들은 이사로서 했다는 식이다. 이사들이 집행부까지 장악하다 보니, 아무리 회장이라고 해도 조석산씨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세번째, 28대 이사회라고 주장하는 이사들은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 또, 한인회 분란이 일자, 집행부의 직책은 그만두고, 이사만 하겠다고 했다. 결국 조석산에 맞서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사만 남고 집행부는 사라진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이런 한인회의 모습은 50년 한인사회 역사상 처음보는 것이라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할지 난감할 정도이다. 모호한 회비 납부 실태뿐 아니라 집행부를 보좌하고 감시하는 이사회의 직분도 다하지 않았다. 총회를 거치지 않은 회장 해임 공표라는 파행적 행위도 일삼았다. 이들은 지금 자신들의 잘못은 덮어두고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네번째, 김숙희 전 이사장은 임기동안 공공연하게 자신의 사임을 얘기해왔다. 필자에게도 한인회에 이사장직 사임 의사를 알렸으며, 좋은 후임자를 찾아 줄 것을 몇 번이나 간곡하게 부탁한 적이 있다. 그래서 한인사회 내 여럿 인사들이 후임 이사장에 거론되었다. 나중에 본인은 문서로 사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따지면 그녀는 문서로 된 임명장을 받은 적도 없다. 지금까지 관례상 구두로 얘기하고 합의하에 마무리해왔기 때문이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직책을 맡은 자가 반복적이고 진지하게 사임 의사를 밝혀 놓고서는 이제 와서 문서 사표를 낸 적 없으니 사직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구두 약속도 약속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간절히 사임을 원했다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이사장직을 맡겠다고 하니, 변덕을 부려 다시 이사장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한인사회를 우롱하는 행동이다. 후임자의 자격은 전임자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은 되고, 싫어하는 사람은 안된다는 발상 자체가 당황스럽다.   


     다섯번째, 28대 이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불법 혹은 분규 단체가 될 수 있다. 그들이 지난해 필자에게 요청했던 중재안은 이랬다. 조석산 전 회장이 지난해 8월에 구성한 이사회를 해산하고, 회장 임기는 12월 31일로 끝내야 하며, 신임 회장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들은 양측 합의하에 3명씩 천거하자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들의 요구안을 조석산 회장에게 전달했다. 두어 달의 노력 끝에 조석산 회장은 이사회비도 내지 않아 이사의 자격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한인사회의 화합을 위해 그들의 요구를 전부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알려왔다. 특히 조석산씨는 새로 만든 이사회를 없었던 일로 하자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김숙희 김현태 측이 싸움의 동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그 8월의 이사회는 더이상 이 싸움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단,  조석산씨는 회칙상 이사는 16명까지 둘 수 있기 때문에, 이사를 보충해서 표면적으로나마 완성된 이사회의 모습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28대 이사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조씨가 제시한 단 하나의 조건조차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 회장의 해임 건을 들고 나오면서 두달간 진행되었던 협상을 결렬시켰다. 결과적으로 지금 한인회의 분열사태는 28대 이사회의 책임도 크다. 그렇기에 이들은 새로 출범하는 한인회를 향해 분규 내지는 불법 단체라고 지칭할 자격이 없다. 또, 판사가 시시비비를 가려 분규 혹은 불법 단체라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기에 개인 감정을 담은 주장은 삼가해야한다. 이들은 회비를 제때 내지 않아 이사의 자격이 모호하고, 임기도 끝났으며, 화합을 위한 협상까지 일방적으로 결렬시켰다. 때문에 오히려 그들을 한인회 분란을 초래한 불법 혹은 분규 단체라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필자는 지난 18년 동안 끊임없이 내분이 존재해 왔던 한인회를 지척에 지켜봐 왔다. 고집과 아집으로 똘똘 뭉쳤던 사람들이 말아먹었던 한인회의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법정 싸움까지 가서 한인회의 회칙을 미국인에게 판결을 맡기는 수치스러운 일을 반복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이번 사태로 한인회가 또다시 둘로 나눠진다면 전 이사회 또한 한인사회의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정국 속에서도 한인사회에 봉사하겠다고 나선 새 한인회에 힘을 실어 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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