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도 이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 내용에 부합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밥을 먹다 침까지 튀기면서 얘기를 하는 한 사람이 있다. “김씨가 내 돈 3백 달러를 빌려갔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피해 다니나 보다. 걸리기만 해봐라” 하고 말이다. 마치 자신은 깨끗한 사람인 것처럼, 아주 정직한 사람인 것처럼, 돈을 빌려간 사람의 인간성에 대해 부연설명까지 한다. 정작 이렇게 열을 올리는 이 사람은 같은 골프 동호회 회원에게 40달러, 교회 아는 친구에게 3백 달러를 빌리고 안 갚은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한인사회 행사 때마다 나서서 감 놔라 배놔라 하는 이가 있다. “이 사람한테 가서 돈 좀 받지”, “이 업체에 가서 후원 좀 받지”하면서 회의가 있을 때마다 한 단체의 관련자로서 참으로 알찬 명령을 내린다. 아주 꼼꼼하게 후원 받을만한 업체들을 지명하고 행사 준비 내내 잔소리를 해댄다. 하지만 정작 그는 후원금을 한 번도 내 본적이 없다.

 술자리에 앉아 큰 목소리로 공개방송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김씨가 어떤 여자랑 바람이 났다더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이 좁은 한인사회에서. 쯧쯧.” 걱정의 형식을 빌고는 있지만 신나게 욕하고 있음을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정확한 증거도 없이 대여섯 명이 둘러 앉아 있는 자리만 골라 다니면서 고의적으로 떠든다. 이 사람에 의해 바람둥이가 된 주인공은 자신과 동종업계의 사람이다. 이것을 크게 말하고 있는 이 사람은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명의 꽃뱀을 만났고 서너 명의 여자와 살림을 차리기도 했다.

 그 넓고 좋던 한인회관 날려먹고 사글세에 들어앉아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이 그래도 한인회랍시고, 선거 치룬다고 공탁금 내용을 떳떳하게 신문 광고까지 냈다. 낯 두꺼운 이들은 도대체 무슨 속셈일까. 동포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거 때마다 이렇게 형식적으로 한인회장 선출 공고를 지겹게 냈었다. 그리고 후보마감 날에 후보자가 낸 공탁금 이라면서 체크 복사본을 늘 증거로 제시했었다. 회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회장을 선출한 척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공탁금은 이후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선관위에 공탁금을 입금시킨 계좌와 그것이 얼마 동안 그 계좌에서 머물렀고, 어떻게 집행되었는가에 대한 은행 내역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2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대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덴버에서 한인회 회장 선거는 두 가지의 성격을 내포한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 됐다. ‘명예욕에 눈먼 사람에게서 돈을 챙길 수 있는 기회, 혹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그들만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 정도로 정리하면 이해가 쉽겠다.  공정한 선거가 치뤄지기 전까지는 이미지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 감정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한인회관이 매각된 것, 한인회가 두 개가 된 것, 한인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존재가 된 것에 대해 이들은 평생 남 탓만 해 온 사람들이다.

 어떤 이들은 요구사항이 많다.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는 “적어도 브로커라면 이것 이것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따지고 난 뒤, 다 해주면 자신의 의무는 저버리고 다른 부동산에게 가서 또 따지고 있다. 신문사에 전화해서 “신문이 이런 기사는 실어줘야 하지 않느냐”면서 의기양양하게 따진 그 사람은 꼴랑 얼마 되지도 않는 광고비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루다가, 전화도 받지 않고 지난 3년 동안을 묵혀두었다. 참고로 그는 외식을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하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어느 식당은 미원 투성이다, 바퀴벌레도 나온다, 먹던 반찬 다시 쓴다, 그 가게 주인이 정말 건방지다, 가격 싼 것은 재료 안 좋은 것을 사용해서 그렇다” 라고 식당을 비방했던 사람도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었다. 또“리커 라이센스 없으면서 술 파는 곳은 신고해야 한다, 불법 체류자 고용했으니 신고해야 한다, 너무 지저분해서 헬스에 신고해야 한다”는 이 투철한 신고정신을 가진 이 또한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었다.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자면 어이없다. 자신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다른 이의 티를 욕하는 모양새다. 사람들은 상대에게 뭔가 지적하여 알려주기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남의 흉허물을 찾아내기 위해 독수리같이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살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그 흉이 어김없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되돌아 온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위의 주인공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본인에게만 한없이 너그러운 당신, “너나 잘하세요.”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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