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가 또 시끄럽다. 지난해 1월 두 개의 한인회가 통합해 출범한 통합한인회가 임기 2년이 끝나기도 전에 오명의 역사를 되풀이 하고 있다. 싸움의 시작은 표면적으로 보면 조석산 회장이 지난 8월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한 시점부터이다. 하지만 내적 갈등은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첫째, 통합한인회는 시작부터 기형적인 구성원을 가지고 있었다. 한인회장인 조석산씨는 연합한인회에서, 이사회는 콜로라도주 한인회에서 배정받듯이 각각 구성되었다. 통합 직전까지도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던 두 한인회 소속의 사람들이 금세 사이가 좋아질 리는 없다.  한인회의 임원은 한인회장과 부회장의 <회장단>과 사무국장, 홍보, 봉사, 행정, 체육 부장 등이 소속되어 있는 <집행부>, 그리고 이들을 후원하고 감시하는 <이사회>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이사회는 회장단과 집행부를 후원하면서도 중요안건이나 분쟁의 소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 중지를 모아 결정권을 행사한다. 이사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집행부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감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합한인회의 이사회는 집행부와 동일한 구성원으로 출발했다. 이사들이 집행부의 각 부장까지 겸직을 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일반적인 이사회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부적합한 인적 편성을 가지고 있었다. 즉, 집행부와 동일 인물로 구성된 이사회는 한인회의 결정권을 장악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회장은 자신의 직속 파트너인 부회장 한 명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회장은 이사회는 자신에게 태클만 거는 존재라는 인식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이처럼 양측은 회칙운운하는 기싸움으로 임기의 절반을 보냈고 팬데믹이 겹치면서 제대로 된 한인회의 역할도 못하더니, 결국 한인회장과 이사회 겸 집행부의 자존심 싸움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한인회장과 이사회 갈등의 두 번째 이유는 나만이 할 수 있다는 비뚤어진 욕심이다. 사실 지난 40여년간 콜로라도주 한인회의 역사는 이러한 아집으로 점철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기 주변의 사람만이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하고, 자신들만이 이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이기적인 발상이다. 이는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라 동네 계모임에서나 나올 발상이다.

 

     한인회장의 임기도 도마에 올랐다. 통합 합의문에 게재된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조석산 회장이 2019년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으니, 2020년 12월 31일이 2년이 된다. 하지만 기존 한인회의 회칙에 따르면 회장의 임기는 6월 30일에 종료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사회 측은 조 회장이 내년 6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에 반대했고, 올해 12월 31일에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소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조 회장은 두어 달 전 스스로 12월에 임기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회장 임기는 이렇게 조정되었고, 다음 문제는 이사회의 구성이 논란이 되었다. 조 회장은 지난 8월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했다. 조 회장은 기존의 이사회가 집행부와 겸직하고 있으며, 회비를 내지 않아 회원의 자격이 없고, 무엇보다 김숙희 이사장이 사임 의사를 여러번 밝혀 새로운 이사장을 선출해야 했기 때문에, 새 이사회를 조직하는데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이사회가 존재하고 있는데,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지난달 말까지 한인회 관계자들이 이를 조율해 왔다. 새 이사회에서 선출된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이사들 중 일부는 기존의 통합이사회에서 합류하는 것에 대한 물밑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기존의 통합이사회에서 이사의 충원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재는 무산되었다. 하지만 회칙상 이사는 16명까지 구성이 가능하다. 현재 통합이사회는 모두 9명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최대 7명까지 충원을 한다고 해도 회칙에 위배되는 점은 없다. 그렇다면 이사 충원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회칙에 명시되어 있는 이사회의 권한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특히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관리 위원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제적인 권한을 이사회가 갖고 있다보니 양측 모두 이사 구성원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선관위원 구성 문제도 조정에 들어갔다. 통합이사회에서 2명을, 전직 한인회장 중에서 2명, 조 회장 측에서 3명을 선출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는 듯했지만 이 또한 통합한인회 이사회의 비협조로 무산되었다. 

 

     통합한인회의 이사회는 지금의 이사 인원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정당한 선관위를 구성해 일을 잘 할 수 있는 회장단을 세워놓는 것이 의무라고 여긴다. 조석산 회장은 현 이사회의 요구대로 12월말에 임기를 마치기로 했고,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통합한인회의 이사들을 인정하면서 지난 2년동안 충원하지 못했던 이사들을 충원해 빨리 다음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자기들만이 새 회장을 선출하는 패권을 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이 난리통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한인회장 후보도, 이사 자격도, 선관 위원도 모두 자기들 편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식이다.  한인사회는 황당하다. 2년전 한인회 통합이라는 기사를 본 이후, 주체적으로 치른 이렇다 할 봉사활동도 없더니 갑자기 서로 삿대질하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임기동안 서로가 서로를 해임하는 가당찮은 과정을 악순환했다. 한인회장과 이사회의 임기는 모두 이번달에 끝난다. 이들은 마지막 한달을 의미없는 힘겨루기로 허비하고 있다. 한인회는 봉사하는 단체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인회는 해야할 봉사는 하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서로 회칙만 따지고 있다. 이 모습이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될 지 모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한인회의 모습은 통합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야 할 이 어려운 시기에 자기들끼리 싸움을 하느라 동포사회는 눈에 보이질 않나 보다. 신문 지면에 공고 몇 번 더 내겠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양측의 싸움을 보고 있는 동포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약속대로 이번 달 말일에 한인회장과 이사회는 모든 직무를 내려놓고 떠나주길 바란다. 그것이 지금 한인회가 한인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