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다음 달 중순부터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 따르면 의료진, 필수 및 중요산업 근로자, 기저질환자, 65세 이상이 접종 우선 순위가 된다. 의료진은 팬데믹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고 감염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미국 전체에서 조기 백신 접종이 가장 필요한 직업군이다. 중요 산업 근로자는 미국 핵심 인프라의 일부로 간주되는데, 근로자 중 상당수가 코로나에 걸릴 위험이 높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필수 서비스 유지를 위해서 이들의 접종도 우선시된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 역시 코로나 중증 질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코로나 조기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우선 순위에 선택된 인구군은 고령자이다. 고령자는 코로나19 중증화 및 사망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조기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는 백신 접종에 대한 우선 순위를 먼저 알렸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차례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고, 백신이 공급된다고 해도 부작용을 염려해 접종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서 백신 접종이 일상을 얼마나 빨리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부터 콜로라도내 식당들은 또다시 다인-인(Dine-in)이 금지되었다. 6개월 전으로 돌아간 분위기다. 그때는 정부에서 여러 지원금이라도 보태주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지원도 없이 무작정 실내 영업을 금지한 탓에 식당들도 속수무책이다. 덴버와 푸에블로는 아예 10시 이후에 이동을 제한하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만큼 코로나19  감염자의 수가  갑자기 많아졌다는 얘기다. 콜로라도 연방하원의원 에드 펄머터를 비롯해, 잔 엘웨이 브랑코스 구단주, 마이크 코프만 오로라 시장 등 우리에게 친숙한 사람들도 잇따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되었다. 그동안 마스크 잘 쓰는 주로 인정받았던 콜로라도가 미 전역에서 급속하게 감염자가 증가하는 주 12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뉴스에도 등장한 것을 보면 이곳의 상황이 심각하긴 하다. 마치 코로나바이러스가 백신 접종을 앞두고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듯하다.


     팬데믹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가장 기본적인 생활방식들을 모두 버려야 했다.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어린이들은 나눔과 배려를 배워야 하는 공간에서‘음식을 나눠먹으면 안 됩니다, 친구와 손도 잡으면 안 됩니다, 친구와 허그를 해서는 안 됩니다, 본인의 연필을 절대 빌려주지 마세요, 혼자 노세요’라는 지침을 매일 같이 듣고 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곳에서 오로지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를 가지 못했던 필자의 둘째 아들은 사회성 결핍이 우려된다.  10개월 동안 만난 친구는 단 한 명 뿐이었다. 그 친구도 집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의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기침 발열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집 안에 들어올 때는 발열 검사를 하고 소독제까지 뿌렸다. 거추장스러운 단계에 질린 탓인지 그 날 이후 그 아이는 다시 오지 않았다. 팬데믹 이전에는 친구들과 풋볼, 야구, 테니스팀에서 활발하게 뛰어놀던 아이가 갑자기 집안에 갇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갇혀있는 게 지친 모양이다. 그렇게 가기 싫다던 학교가 이제는 너무  가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사람들간의 의심은 더욱 깊어졌다. 기침 한번을 해도 주변 눈치가 보여 사레가 걸렸다는 둥, 목이 마르다는 둥 부연설명을 해야한다. 자주 집에 놀러오던 친구도 쉽사리 초대하지 못한다.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이틀 학교를 다니는 큰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속옷만 입은 채, 겉옷은 세탁실에 두고, 문 입구에 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코 안까지 씻어야만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처음에 아들은 이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엄마의 요구사항대로 모두 씻고도, 자기 방으로 올라가 다시 한번 샤워까지 마친 후 식탁에 앉는 게 일상이 되었다. 


     백신 접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런 편집광적인 생활방식을 끝낼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그래도 앞으로 5개월 정도는 더 견뎌야 한다. 콜로라도 감염자가 하루 평균 3천명이 넘고, 40명당 한명 꼴인 상황인데도 일상은 벌써부터 느슨해져 있다. 따져보면 10개월 전보다 코로나는 더 가까이 와있다.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보도되었지만 여태까지는 남의 일 같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인사회에도 감염자가 등장하면서, 코로나가 지척에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인 교회에서 수십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는가 하면, 자주 가는 한인마트에서도 직원 확진자가 나왔고, 올해초 요양원에 들어간 지인도 확진되었다. 지인의 친척도 감염이 확인되었고, 지인의 옆집 사람도 감염되어 지난 주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팬데믹이 시작된 올해 초와 비교해 보면 코로나 검사를 받은 한인들도 부쩍 많아졌다.  한인사회의 대부분이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니고, 백신 효과를 반신반의해 먼저 맞고자 하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처음과 같다.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사람간의 접촉을 줄이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자가방역수칙을 지키는 것만이 지금으로서는 최고의 백신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추수 감사절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러나 올해는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며 동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던 감성은 버려야 한다. 예년 같으면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에, 송년파티, 신년모임들도 줄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올해는 모든 계획을 접어야 한다. 살아 생전에 다시는 팬데믹을 만날 일이 없기를 기원하며, 이번 만큼은 직계 가족과 함께 단촐한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 그것이 가족과 지역사회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