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빛교회 유지훈 담임목사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청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이 되었으니 학교에서 식사를 보조받던 학생들은 매주 지정된 장소에 와서 식사를 받아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 이메일을 보고 나서 저는 이러한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이라는 경제 강국에서, 그중에서도 “잘 나가고 있는” 콜로라도에 살면서 식사를 할 수 없는 형편으로 학교에서 보조를 받아야 하는가? 과연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얼마 후 아주 극소수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는 훨씬 더 큰 문제이었습니다. 저희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물어보니까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아무것도 못 먹고 학교에 돌아오는 친구들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Colorado Children’s Campaign에 의하면 콜로라도의 아이 8명 중 1명은 다음 식사를 어디서 어떻게 할 수 있을런지 모른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이런 학생들이 많았고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진 지금 이러한 학생들은 훨씬 더 늘어났을 것입니다.


    이 문제는 아이들과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8월 8일자 Denver Post에 의하면 콜로라도 주민 3명 중 1명은 음식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약 40% 정도가 코로나19로 인하여 수입이 감소되었고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을 낼 것인지 음식을 살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미국처럼 부유한 나라에서 가난으로 어려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먼 제 3세계 국가의 이야기인줄 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 주변에 이러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악화된 것도 있지만 이미 그 전부터 굶주리고 있던 아이들은 많았습니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거나 알고도 외면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경우,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자 합니다. 저도 그럴 때가 많습니다. 노숙자를 보게 되면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도우려고 하는 마음보다는 저 멀쩡한 사람이 왜 저러고 있나 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노력하면 되는데, 열심히 일하면 되는데, 술 담배 하지 말고 돈을 아끼면 되는데… 우리도 어려운 환경에서, 특히 이민자로서 온갖 선입견과 차별들을 다 견뎌내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서 우리는 잘살고 있는데 저들은 왜 그렇게 못 하는가? 다 맞는 말입니다. 한인 이민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아끼고, 희생해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이루었습니까?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면 되는데. 우리가 하는 것을 그들은 왜 하지 못하느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난의 문제는 이렇게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물론 스스로가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지금의 처지에 놓여져 있는 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각자의 사정들이 다 다른 것처럼 이들이 지금의 상황에 놓여있는 이유도 다를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본주의가 풀지 못한 빈부격차와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의 문제, 일상의 차별, 부당한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달리기 경주를 한다고 생각을 해 보십시요. 결승점부터 누군가는 50m에서, 누군가는 100m 지점에서, 누군가는 200m 지점에서 시작해야만 하는데 과연 이것이 정당한 경주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인 이민 사회에 대한 여러 비판 중 하나는 한인 이민 사회는 자신들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혹은 사업을 하고 있는 주변 사회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득만을 생각한다는 비판, 이러한 비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우리는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주변에 눈을 돌려보세요. 관심을 가지고 예수님께서 보신 눈과 마음으로 그들을 주위 있게 보시기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나온 자들이 왜 그러한 상황에 처해졌는지 따지지 않으셨습니다. 오로지 그들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태복음 9:36).  관심을 가졌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길을 가다가 굶주린 자를 만나면 도와주세요. 돈을 주시는 것이 마음에 불편하다면 음식을 사서 주세요. 자원봉사를 하세요. 코로나19로 인하여 Food Bank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곳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합니다. 일주일에 단 몇 시간 만이라도 가서 도우세요. 갈 시간이 없으면 기부하세요. 돈이건 다른 물품이건. 투표하세요. 올바른 정책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찾으시고 그들을 위해 투표하세요. 그 외에 하나님께서 여러분 마음 속에 주시는 감동에 순종하며 섬기시기 바랍니다.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욥션이 아닙니다. 필수입니다.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 곧 주님을 섬기는 것입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0). 우리의 작은 관심과 섬김을 통해 굶주리는 아이가 단 한 명이라도 줄어든다면 주님께서 분명 기뻐하실 것입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