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들 옷을 사기 위해 쇼핑몰을 갔다.  한인 엄마들이 자주 가는 한 어린이 옷 전문 매장에 들어섰다. 옷 몇 가지를 고르고 계산대 옆에 서있는데, 갑자기 양말이 눈에 들어왔다. 만져보니 촉감도 좋고 신축성도 뛰어났다. 1켤레당 8달러, 좋은 만큼 가격이 비쌌다. 매장에서 일하는 흑인 직원은 이 양말이 제일 좋아서 비싼 것이라면서 가격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애를 썼다.  확실히 다른 양말과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서 제품출처를 살펴보니 한국산이었다.‘Made in Korea’라고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물 건너 와서 ‘잘난’ 제품으로 당당히 걸려있는 것이 기특해 두 켤레를 샀다.

   언제부터인가 마켓에서 장을 볼 때는 원산지를 꼭 확인한다. 아마 중국 제품에서의 납 검출과 그들의 비위생적 공정과정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 일 것이다. 물론 모든 중국산이 그렇지는 않다. 중국의 기초 농산물과 수산물은 한국의 그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가공 과정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뒤떨어져 차별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한국과 일본, 그 외 많은 나라들은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가공기술들을 전수하고 있고, 이 기세로 가면 멀지 않아 전 세계가 ‘Made in china’ 제품으로 바뀔 것이라는 의견도 들린다. 

   그래도 왠지 손이 덥석 가질 않는다.  대장균이 득실거리고 갖가지 잡재료를 섞어 넣어 비위생적으로 만든 다진 마늘, 더러운 감옥소에서 병 걸린 수감자가 만들었던 이쑤시개, 깨끗한 환경에서 발효시켜 유해 곰팡이 침투를 차단시켜야 하는 된장을 일반욕조에서 허접하게 발효를 시키는 모습 등은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우리의 속을 거북하게 만드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익숙한 제품외에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산을 피해 그나마 일본 제품이라면 하면 안심하고 구입했었다. 위생적이면서도, 먹거리에는 장난을 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의 청결 이미지에 힘입어서 Made in Japan 제품은 한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우리의 장바구니에는 더 이상 일본제품을 반기지 않게 됐다. 어제 후쿠시마 원전 인근 이바라키현 북쪽 해역에서 잡아 올린 까나리에서 ㎏당 4080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나왔다. 같은 양의 채소에 허용되는 기준치를 두 배 웃도는 수치다. 후쿠시마 원전 2호기 취수구 부근 바다에서는 허용치의 500만~750만 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한국은 곧바로 일본 지바현에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서도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번 대지진과 이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과 싱가포르,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일본산 식품을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인도는 한 술 더 떠서 앞으로 3개월 동안은 일본산 식품 전체를 수입 금지하기로 강도를 높이면서, 전세계가 일본 먹을 거리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에 휩싸였다.  실지로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해산물 레스토랑 ‘레 베르나딘’에서는 일본산 생선 사용을 중단했다.

   이렇게해서 가격 면에서 부담 없었던 중국산 먹거리, 철썩 같이 믿었던 일본산 제품의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Made in Korea’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한국 마켓을 가면 한국산 고추, 한국산 배, 한국산 귤, 한국산 밤, 한국산 과자들이 인기 폭발이다. 가까운 예로 아이들 학교 간식으로 가져가는 한국 과자는 선생님들도 좋아하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한국산’ 이라는 표기에 안도감이 밀려들면서 손이 간다. 물론 일본의 방사능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극히 낮다. 먹거리뿐만 아니다. 이전에 샀던 양말도 그랬고, 한국 옷도 그렇다. 예쁘고 착용감이 좋다는 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백화점 쇼핑을 갔을 때였다. 한 멋쟁이 백인 할머니가 다가와 필자가 입고 있던 외투를 어디서 샀냐고 물었을 정도로 한국 옷의 디자인 또한 곱다. 속내의 품질에 대해서도 두 말하면 잔소리다. 어린이 학용품도 그렇다. 크레파스와 스케치북, 연필, 그림책, 장난감까지 얼마나 앙팡지게 잘 만들어 놓았는지 모른다.

   삼성과 LG 전자는 전 세계에서 명품 전자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이미 성장했고, 현대자동차 또한 멀지 않았다. 덴버에서도 한국산으로 승부를 건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인 M마트이다. 지난 몇 해 동안 M마트는 공룡기업과의 가격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아 성장고도를 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한국산 브랜드를 고집하면서 품질 위주의 경영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명품을 좋아한다. 이런 명품이 우리 나라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신나는 일이겠는가. 이제 전세계는‘Made in Korea’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산이 곧 ‘명품’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제품이 아니라 한국 제품이 곧 명품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런 날을 좀더 앞당기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자부심을 가지고, 적극 이용하고, 널리 알리면서 우리 것을 명품화 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도 ‘Made in Korea’이다. 그렇기에 우리 또한 여기에 걸맞는 인격을 갖추고 ‘명품 해외 국민’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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