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옛날 속담이 있다. 필자는 이 말이 싫다. 미운 놈에게 왜 더 줘야 하는 걸까. 미워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줄 수도 있겠지만, 밉기만 한 사람에게 굳이 우리 떡을 나눠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일주일 내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한국은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가장 발 빠르게 구조대를 보냈고, 성금 모금 운동도 한창이다. 방사능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열도를 살리기 위해 붕소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참고로 붕소는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 연로 봉의 중성자를 잡아내 핵분열을 억제하는 흡수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한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는 것을 거부하고 나섰다. 바로 독도 문제다. 혹자는 지진 피해 돕기와 독도 문제는 다른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성(last name)과 이름(first name)을 어떻게 따로 생각할 수 있을런지 난감하다. 

 일본의 끊임 없는 주입식 독도 침탈 야욕이 또다시 드러났다. 일본정부는 쓰나미 피해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망언을 중학교 교과서 12권에 넣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기 땅이 박살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영토 주권 수호 의지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전혀 한국의 입장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이번 중학교 교과서 검증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학자들까지 합세했다는 사실이 더욱 실망스럽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또 4월초 외교청서와 7월 또는 9월 방위백서 발표를 통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층 노골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모처럼 형성됐던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냉각되었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성금모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퍼지고 있다. 한 때 필자는 우리가 잘해주면 일본도 따라올 줄 알았다. 하지만 본성은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돌이켜보면 일본은 한국이 힘들었을 때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기다린 듯이 독도 문제를 표면화 시켜왔다. 일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초중고교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과 왜곡된 역사를 담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이 북한의 대남 도발 때문에 어렵고 힘들 때였다. 2008년 7월11일 새벽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한국인 여성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이 쏜 총탄 두 발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었던 것을 우린 기억한다. 하지만 일본은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뒤인 14일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내용이 들어간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 내용을 발표했다. 2009년 4월5일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전 세계가 한반도 평화와 국제사회의 안전을 우려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나흘 뒤인 9일 극우세력들로 이뤄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한일관계사를 왜곡한 내용을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싣는데 승인했다. 같은 해 12월25일 일본은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독도 영유권을 다시 주장했다. 불과 1개월여 전 북한이 서해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대청해전을 일으켜 남북 관계를 다시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가던 때였다.

 지난해 3월26일에는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해 장병 46명이 전사했다. 한국인 모두가 슬픔에 빠져 있었지만 일본은 불과 4일 뒤인 30일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이 중학교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영토로 표기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것은 2008년 5월 18일이었다. 당시는 광우병 파동으로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반정부 투쟁으로 확산되던 때였다. 일본 정부는 ‘내부적인 일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영유권을 주장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한국 정부와 국민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얄궂은 의지가 담긴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 가수 김장훈이 공개적으로 일본 구호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를 털어놓았다. 김씨는 지금 도와주고 곧바로 여러 가지 독도 홍보 행사를 추진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록 일본을 돕지 않지만 재난 구호 활동이 잘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인도적 차원으로 일본을 돕는 것과 독도 문제는 구분해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필자는 대인배가 아닌지라, 똑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을 도무지 분리시켜 생각할 수가 없다. 떡을 받을 때에 예의를 모르는 이들에게 굳이 떡을 줄 필요가 있을까. 준 만큼 돌려받자는 얘기가 아니다. 도움의 손길과 독도를 거래하라는 것도 아니다. 독도는 원래 우리 것이니, 한국 정부 또한 일본의 재난 상황과 상관없이 바로잡아야 할 것은 ‘지금 당장’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주는 사람도 진심을 담아 기분 좋게 줄 수 있다. 그리고 일본 또한 받을 때의 예절을 제대로 배우기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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