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를 상기하면 남자와 여자는 사고방식이 다르고 정서의 흐름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실감했을 것이다. 극도로 조심스러운 대화 속에서도 작은 실수를 발견하고 발끈하는 여성 특유의 심리에도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반되는 인간의 특성은 도대체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이는 인간의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그 유전자는 뇌 속에서 특정 부위를 점령하고 자기 보존의 본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 의문을 풀자면 뇌의 연구가 필수적이고 MRI와 CT, 그리고 미세구조까지 들여다보는 전자현미경의 위력을 빌려 과학적 방법으로 지금도 접근 중이다.

 현대인의 최대 관심사인 섹스에 관한 통제를 뇌의 어느 부분이 감당하며 그 트러블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지를 알아보려는 연구가 많다. 그 결과로 대부분의 뇌조직 담당 분야가 규명됐는데, 한 가지 그 기능과 역할을 모르는 부분이 좌반구 뇌와 우반구 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이라는 부분이다. 큰 건물의 허리 부분에서 서로 연결로를 만드는 회랑(回廊) 같은 조직이다. 수년 전만 해도 이곳이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불명한 상태였다. 다만 MRI로 촬영해 보면 이 부분의 굵기에서 남녀 간의 차이를 보인다. 여성이 남성보다 30% 정도 크기가 더 컸다.

 뇌량을 절단해 현미경으로 조직을 관찰해 보면 2억 개 이상의 신경 전선이 그 파이프라인을 통해 좌우 반구를 연결하는 것이 보인다. 이 부분이 크다고 하는 것은 곧 신경 전선 수가 많다는 의미다. 좌우 반구가 가진 정보 교환이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정보 교환이 그리 많기에 여자의 뇌는 30%나 더 굵은 뇌량을 가지는 것일까.

 인류의 초기부터 남자는 적으로부터 방어를 자기의 완력으로 퇴치해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신체적 조건이 다른 여성은 자주적 방어가 불가능하므로 조건이 가장 좋은 사내를 배필로 맞는 방식으로 안보를 도모했다.

 이런 것은 대뇌피질에서 연합야(聯合野)라는 데이터베이스에 하나의 정보로서 저장해두었다가 불러내 비교자료로 활용하자면 좌우 반구에 아이템별로 저장해둔 정보를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자면 총통화량이 많은 전화국 기기처럼 전선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뇌량 후부에 부분적으로 부풀어오른 곳이 팽대부다. 이곳이 뇌 중추에서 남녀 간 성차가 현저한 곳이다. 팽대부 부분은 주로 전두엽, 후두엽, 정두엽에서 나온 신경 전선이 다발로 뭉쳐 있다. 시각과 청각, 그리고 과거의 기억 등에서 보낸 감각의 디지털화된 신호가 통과하는 지점이다. 이것을 분석해 자기 의사를 결정한다. 특히 후두엽에서 보내온 시각정보가 공간인식이나 언어기능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남자가 한쪽 뇌만 사용한다는 것은 뇌의 측성화가 이뤄져 의사로 비유하면 전문의가 되고, 여자가 뇌량을 통해 좌우 반구를 번갈아 쓰는 것은 측성화가 안 됐다는 의미로 일반의사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뇌의 전문화와 일반화 차이의 장단점은 좋고 나쁨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시각이나 청각, 기억 등에서 정보처리 방법의 남녀 간 차이가 있을 뿐이고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기 곤란한 것과 같다. 이를테면 부부가 함께 포르노를 보면 남자는 곧 흥분해 페니스가 발기하려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에 접어들지만, 여자는 성적 자극성이 별로 없고 오히려 그 음란과 퇴폐에 구역질이 난다는 식의 반응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남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한 행동이나 말이 여자의 감정을 흩트려 놓는 일이 허다한 것도 사실은 이 뇌량을 통과해 죄우 반구가 합작해 내린 내용 해석에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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