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숙 기자

 밤새 계속된 눈보라로 온 세상이 하얗다. 어디가 차도이고 어디가 인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길이 보이지 않고, 구분되지 않는 눈길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먼저 간 발자국을 따라 가든지, 아니면 발자국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나 있는 발자국은 더욱 반갑다. 특히나 눈길에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방송에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참 재미있다. 예전처럼 지루하지 않게 구성을 잘한다. 지난 1월 한 후배가 추천한 다큐멘터리는 ‘안철수, 박경철’이었다. 처음에는 제목을 잘못 들었나 싶어 후배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게 제목이 맞단다. 대부분 건강이나 사회문제, 문화적인 주제들이 주류인 요즘, 다큐멘터리 제목치고는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다큐를 다 보고나서는 ‘제목이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인전기 표지에 ‘이순신’, ‘슈바이처’라고 쓰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안철수 씨는 지난 달 다양한 채널에서 토크쇼와 강의를 통해 TV에 얼굴을 자주 비췄다. 시대가 그에게 주목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해 다큐로 제작되었다가 영화로 상영된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 또한 주목 받은 사람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는 왜 안철수, 박경철, 이태석 같은 사람들을 주목할까?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여럿 있다.  세 명 모두 의사였다는 것,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했다는 것,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개척자의 길을 걸어갔다는 것,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씨는 서울대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단대 의예과 학장을 지내다가,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는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한다. 벤처로 성공을 거둔 그는 어느 날, 60억원 어치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미국으로 건너와 경영학을 공부해 현재 KAIST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경철 씨는 의대 졸업후 지방에서 의사로 있으면서 주식 전문가로 많은 경제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또한 의사와 주식 전문가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현재 라디오와 신문 등에 칼럼을 쓰며 강연을 하고 있다. 이태석 신부 또한 의대 졸업 후 신학을 전공하고 수단으로 건너가 학교를 세우고, 음악을 가르치고, 의술을 펼쳤다.

 우리에게는 이미 세종대왕이나 링컨, 간디, 나이팅게일 등 수많은 위인들이 있다. 이 위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미래의 세대들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동 시대의 문제의식을 함께 느끼며 돌파구를 뚫고 나가는 롤모델의 필요성을 느낀다. 너무나 많은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는 사람들, 길을 몰라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시대에도 저렇게 살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국 또한 누군가에게 지표가 될 것이다. 나는 누구를 따라 갈 것이며, 누구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인가. 새로운 주지사, 정치인, 종교계가 남긴 발자국들이 모두에게 따라가고 싶은 발자국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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