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제!

  12월 중순에 들려온 대한민국 국회의 2011년도 예산안 강행처리 소식은 가뜩이나 추운 겨울, 듣는 이의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한다. 한나라당은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4대강 예산과 이른바 형님예산(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 지역구에 철도 공사비 등으로 1000억 지원) 및 기타 지역구 예산들을 챙겼다.  다른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도 예산의 일부를 배정 받았다. 답답한 것은 이런 예산들을 챙기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예산은 대폭 삭감하고 기업들을 위한 하도급법도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액 삭감된 항목들은 유아 예방 접종비, 결식아동 급식 지원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예산,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한시적 생계구호비, 실직가정 대부사업비, 연탄보조금, 장애인 차량지원비, 서울시 독거노인 주말 도시락 보조금 등이며 이 외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20개 이상의 항목에 대한 예산들이 대폭 삭감되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북한의 사정도 살펴보면 한숨이 나온다. 지난해 북한 주민의 32%가 식량 배급을 못 받았고 현재 북한 군인들은 강도 높은 훈련과 배고픔을 참지 못해 집단으로 탈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1700억원을 들여 자신을 위한 호화 주택을 짓고 있다. 김 위원장 일가는 북한에 최소 33채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28채는 김 위원장 일가만을 위해 이용되는 철도역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예산을 강행하는 대한민국 국회나, 서민들 사정 등지고 제 배 불리기에만 바쁜 북한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답답한 뉴스들 속에서 내가 12월에 보고 들은 일들은 얼어 붙은 마음 한 켠에 따뜻한 봄바람과도 같았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마련해서 덴버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해질 무렵, 덴버 레스큐 미션(Denver Rescue Mission) 앞으로 잠자리를 제공받기 위해 노숙자들이 모여들었다.  우리 일행이 차을 세우고 100개가 넘는 선물들을 나눠주는 동안 앞뒤로 다른 차들이 와서 주차를 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종이 봉투에 먹을 것을 넣어서 노숙자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들이 떠나자 또 다른 차가 와서 사람들에게 목도리를 나눠 주었다. 그 차가 떠나자 또 다른 차들이 온다.  여러 번 이곳에 와 보신 분이, 특정 절기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와서 이렇게 나눔을 베푼다고 귀뜸해 주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생업으로 바쁘신 분들이 저소득층 사람들을 위해 밤늦도록 500개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다음 날 다시 모여서 나누러 나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기사로 쓰면 어떻겠냐는 의견이었다. 스프링스에서 열린 송년잔치, 노숙자 식사대접 소식도 반갑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기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그 위에 돌반지를 붙여서 구세군 자선냄비에 넣은 어느 엄마의 나눔도 얼어붙은 마음을 마치 봄비처럼 녹여준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인들이 저소득층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약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자로서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리더는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라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익명의 사람들이 작은 봄을 가져오려 노력하는 이 시간에도 오히려 마음 한켠을 얼어붙게 하는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강력하게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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